[골닷컴, 파주] 서호정 기자 = 결국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다. 계속되는 부진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의 위기에 놓인 대표팀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작별했다.
이제부터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후임 감독 선임 작업에 돌입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동반 사퇴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현재 대표팀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선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열하게 치른 경험이 있는 국내 감독으로 후임자를 추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2017년 제5차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당초 이 회의는 U-23 대표팀 감독 선임 등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카타르에 2-3으로 패하며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됐다.
예상대로였다. 기술위원회는 슈틸리케 감독 체제로는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결정했다. 오후 3시 브리핑을 위해 나선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지만 여러 면에서 성적 부진으로 인한 경질을 모양새만 바꿨다.
대표팀은 급하다. 당장 8월 말에 월드컵 본선행의 운명을 결정할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과의 2연전이 남아 있다. 새롭게 팀을 정비할 시간은 2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감독 선임은 다음 기술위원회와 기술위원장이 결정할 일이지만 국내 감독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냈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이 불거지면서 거론되는 후임 감독들도 대부분이 국내 감독인 상황이다.
외국인 감독 배제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시간 부족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감독 후보군을 정하고 접촉해서 계약까지 하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 대표팀에 주어진 시간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대신 선수들과 대표팀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파악이 잘 된 국내 감독이 필요하다는 게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생각이었다.
하나의 조건을 더 붙였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치열한 경험을 해 본 감독이어야 한다는 것. 이는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만큼 압박감을 이기고, 승부처에서의 한수를 낼 수 있어야 위기의 대표팀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성공을 경험한 국내 감독. 이 두 조건을 감안하면 사실상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가닥이 잡힌다. 국내 감독으로서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한 감독은 김정남 OB축구회장, 이회택 전 기술위원장, 김호 용인축구센터 총감독, 차범근 U-20 월드컵 조직부위원장,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까지 5명이 더 있지만 이 중 의지를 밝힌 이는 허정무 감독 뿐이다.
김정남, 이회택, 차범근은 감독으로서의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김호 감독도 성인 레벨과는 작별한 지 오래 됐다. 전북 현대를 맡고 있는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 수행에 강한 거부를 보이고 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장쑤 쑤닝 감독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 경험이 없다.
허정무 부총재는 2012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서 물러난 뒤 행정직만 이어왔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감독을 수행했고,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에서 일하며 현장에 근접해 있었다는 점, 국내 감독으로서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 진출과 16강 달성을 모두 해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현재 대표팀에 있는 정해성 코치, 설기현 코치는 허정무 감독과 코치, 선수로 함께 했던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실패와 현실적인 문제로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한 의지가 약한 대한축구협회로서는 사실상 허정무 부총재와의 협상 과정을 통해 선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