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제작 뒷이야기

세휘롯 작성일 17.07.07 17: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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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 작품으로 유명한 주윤발의 마크는 주요 주인공이 아니다. 주요 주인공은 적룡의 송자호이다. 좀 넓게 보면 적룡의 송자호와 장국영의 송자걸. 둘이 출연빈도도 높고, 영화 내의 갈등구조 전반은 저 둘의 갈등이다. 하지만 주윤발의 마크가 끝부분에 비장하고도 장렬한 최후를 맞았고, 형제애를 재확인시켜주는 주윤발의 포스가 워낙 압도적이라 저 둘보다 더 유명해졌다. 

 

 

어떤 평론에서는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의에 살고 의에 죽는" 전형적인 중국 무사의 모습이라고 한다. 창 대신 권총을 잡았지만, 이들은 모두 수호지나 삼국지의 어떤 인물을 모델로 한 듯 전형적으로 움직인다. 권선징악이 우선시되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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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이 주윤발을 섭외한 이유는 그가 익명으로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웅본색을 위해 마크 역의 배우를 물색하던 오우삼 감독은 주윤발을 만나게 되는데, 오우삼 감독은 어느날 지역신문을 보다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주윤발의 기사를 읽게 되었고 그를 만나보기로 한다. 그리고 오우삼은 주윤발과의 첫 대면에서 그를 "따뜻한 마음씨와 현대에 잃어버린 의협과 기사도의 풍모가 느껴지는 사람이다."라고 평가하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한다. 

 

1986년 개봉한 영웅본색은 그를 내수용 스타에서 단숨에 아시아의 톱스타로 발돋움시켜줬는데 사실 영웅본색에서 그는 정확히 말하면 주연은 아니었다. 오히려 영화 스토리상의 진짜 주연은 장국영과 적룡.허나 이 영화에서 주윤발은 의리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연연하지 않는 비장한 카리스마를 보여줘 홍콩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권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다. 

 

 

영웅본색은 원작 영화가 따로 있었다. 원작은 1967년에 나온 흑백영화이며 우리가 알던 주윤발의 영웅본색은 리메이크 작이다.원작과 기본적 줄거리는 출소한 전과자와 경찰 동생의 갈등이지만, 세부사항은 상당히 다르다. 자호는 마피아 행동대장이 아니라 금고털이였다는 점과 아성 역에 해당하는 배역은 원래부터 보스였다는 점이다. 견숙에 해당하는 역은 서과포가 맡은 대신, 주윤발에 해당하는 배역은 설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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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 적룡이 동생 장국영에게 의절당한 후 택시회사로 가서 취직하는 장면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장국영이 세면대 수납장 유리를 주먹으로 치는 장면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따왔다.

 

 

1편에서 오우삼 감독과 제작자인 서극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서극이 주보의의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등장한다. 오우삼은 경찰간부 역할을 맡았다. 오우삼은 풍림각 현장을 찾았을 때, 송자호가 출소했을때 교도소 앞에서, 견숙의 택시회사에서 송자호가 마크를 데리고 도망가는 걸 봤을 때, 마지막 항구 총격전 후 다른 경찰들과 상황을 보러 왔을 때 등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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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1의 풍림각 총격전에서 문에 기대어 있다가 마크에게 총살 당한 악당은 무명 시절의 주성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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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것은, 정작 영웅본색 1의 유명한 풍림각 총격전 장면에서의 총탄 수는, 총 숫자와 맞춰서 계산해보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얘기가 있다. 즉, 장전된 총을 여러 자루 들고 화분에도 숨겨두어 총알이 떨어지면 탄창을 가는 장면 없이 다른 총을 집어드는 연출이 가능했던 것. 15발씩 들어가는 복열 탄창 권총이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 관객들이 권총 두개로 수십발을 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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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타이틀인 'A Better Tomorrow' 는 송자호(적룡) 와 재키(주보의) 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합창단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의 제목이다. 송강아동합창단의 명천회갱호 (明天會更好)이며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웅본색의 삽입곡하면 당년정이 가장 유명한 편이지만 영판 제목을 고려해보면 명천회갱호는 이 영화를 잘 나타내는 곡들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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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흰 장갑을 낀 선글라스 킬러(용명은)와 주윤발이 총격전을 벌인다. 그런데 주윤발의 총에 총알이 떨어졌는데, 그냥 쏴 버리면 될 것을 자기 권총을 건네준다. 그리고 서로의 총을 교환해서 결투, 결국 죽는다. 이것은 일본 사무라이 영화의 결투 장면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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