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화성연쇄살인사건
중국 간쑤 성 바이인(白銀) 시에서 1988년부터 2002년까지 14년 동안 9명의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2016년까지 중국 공안 당국은 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수많은 수색 방법들을 동원했지만 범인 검거에 실패하여 중국판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남는가 하였으나[3] 2016년 8월 26일 피의자[4] 가오청융이 검거되었는데 평소 그는 평범한 사회인임이 밝혀져 중국 전역을 경악시켰다. 서구 언론에선 중국판 잭 더 리퍼 사건으로도 불린다.
연쇄살인범의 몽타주
사건 발생 위치
이 연쇄살인 사건의 시작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5월 26일 오후 5시에 바이인공사(白銀公司)에 다니는 여직원 23세의 바이(白) 씨가 바이인시 바이인구 융펑가(永?街)의 집 안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시신이 너무나도 참혹했다. 목이 잘려 있었고 상의는 가슴이 보이도록 벗겨져 있었고 하의는 완전히 발가벗겨져 있었다. 그리고 몸에는 칼로 쑤신 흔적이 무려 26군데나 남아 있었다. 이로 보아 살인과 함께 성폭행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에서는 범행 현장에 남아 있던 증거를 확보하고도 과학적으로 분석할 기술이 없었고 이 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6년 2개월이 지난 1994년 7월 27일 오후 2시 50분에 바이인 전력공급국(供電局)에서 근무하는 19세 여직원 스(石) 양이 직장 내 독신자 숙소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마찬가지로 시신은 6년 전과 동일하게 매우 참혹했는데 목이 잘려 있었고 몸에 무려 36군데나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되었다. 역시 6년 전과 동일하게 성폭행을 당한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거기서 또 4년이 지난 1998년에는 총 4건의 연쇄살인이 발생했는데 그 중 첫 번째 사건은 1998년 1월 16일에 일어났다. 그 날 오후 4시 쯤에 바이인구 성리가(?利街)의 집 안에서 29세 여성 양(楊) 씨가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조사 결과 양 씨는 시신으로 발견되기 3일 전인 1월 13일에 변을 당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1988년 사건, 1994년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목은 잘려져 있었고 시신은 알.몸 상태였다. 성폭행을 당한 흔적도 남아 있었고 몸에는 16군데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더 특이한 것은 이번 시신은 그 전과 달리 사체의 일부가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양 씨의 시신 양쪽 귀와 두정부에서 13×24cm의 살이 도려내져 있는 게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불과 3일 후인 1998년 1월 19일 오후 5시 45분에 바이인구 수이촨로(水川路)에서 27세의 여성 덩(鄧) 씨가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 여성 역시 지난 사건들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되었다. 상의는 벗겨져 가슴 위로 드러나 있었고 바지는 무릎까지 벗겨져 있었다. 이로 보아 역시 이전처럼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것으로 보였다. 목에는 칼에 찔린 상처가 있었고 8군데 칼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그런데 덩 씨의 시신도 3일 전에 발견된 양 씨와 마찬가지로 사체의 일부가 훼손되어 있었다. 덩 씨의 경우는 왼쪽 유두와 등에서 30×24cm의 살이 도려내져 있는 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1998년 7월 30일 저녁 6시에 바이인 공전국 직원 쩡(曾) 씨의 8살난 딸이 집 안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었다. 이 악마 같은 살인자는 8살밖에 되지 않은 여자아이에게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는데 하의는 완전히 벗겨져 있는 상태였고 목을 허리띠로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음부가 찢어져 있었고 안에서 정액이 검출된 것으로 보아 역시 성폭행을 한 후 살해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다만 이 5차 사건은 이전 사건과 수법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전 1~4차 사건까지의 피해자들은 모두 성인들이었으며 모두 목이 잘려 있었고 몸 전체에 여러 군데 자창이 있는 게 특징이었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5차 사건은 다른 범인의 소행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 4개월이 지난 1998년 11월 30일 오전 11시 경, 바이인공사에서 근무 중인 여직원 추이(崔) 씨가 바이인구 둥산로(東山路)의 자기 집 안에서 살해당한 채로 발견되었다.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지난 사건과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져 있었고 몸에는 22군데 칼에 찔린 상처가 있었다. 하의가 완전히 다 벗겨져 있었다. 그런데 이 6차 사건의 피해자 추이 씨는 가장 끔찍하게 사체가 훼손되었는데 양쪽 젖가슴과 양손, 음부가 모두 도려내져 있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살인마는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6차 사건이 일어나고 2년이 지난 2000년 11월 20일 오전 11시에 또 사건이 벌어졌다. 바이인 면방적공장에 다니는 28세 여공 뤄(羅) 씨가 집 안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5차를 제외한 지난 사건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목이 잘려져 있었고 바지가 무릎까지 내려와 있었으며 양 손이 잘려져 없어졌다. 다만 특이한 건 몸에 칼로 난자당한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2001년 5월 22일 오전 9시에 또 사건이 벌어졌다. 바이인구 부녀 보건소에 재직 중인 28세 여간호사 장(張) 씨가 바이인구 수이촨로의 집 안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피해자의 전신은 예리한 흉기로 16군데나 찔려 있는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역시 강.간을 당한 흔적도 있었다.
9개월이 지난 2002년 2월 9일 오후 1시에 25세 여성 주(朱) 씨가 바이인구 타오러춘(陶樂春) 호텔 객실에서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 피해자의 목은 잘려져 있었고 상의가 가슴 위로 올라가 있었으며 하의는 발가벗은 상태였다. 역시 이전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강.간을 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렇게 14년 동안 9명의 여성이 끔찍하게 살해당하자 바이인 시에서는 온갖 흉흉한 소문이 다 떠돌았다. 범인은 빨간 옷을 입은 젊은 여성들만 노린다는 둥, 밤에 자신이 앞서 봐둔 여성의 집에 잠입해 강.간한 후 살해하거나 반대로 살해한 뒤 시체를 상대로 강.간한다는 둥 하는 소문이었다. 그 때문에 바이인 시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대낮에도 외출을 꺼렸을 정도라고 한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고 연령대는 5차 사건을 제외하고 모두 20대였다는 것이다. 즉, 20대 여성만을 범행 타깃으로 노리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왜 그럴까? 그리고 모두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고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어 있었으며 온몸이 칼로 난자당해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대체 범인은 왜 20대 여성들만을 타깃으로 노리고 저렇게 잔혹하게 살인을 저지른 것일까?
경찰들의 분석
첫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14년이 지나면서 중국 경찰의 수사 기법도 한 층 더 진보되었다. 경찰 측에서 범인에 대해 발표한 단서는 다음과 같다. 범인은 1964~1971년 생으로[5] 첫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 10대 후반~20대 중반 정도였으며 키는 168~176cm의 평균 신장 정도인 남성이라는 게 중국 경찰들의 분석이었다. 또 20대 여성들만을 범행 타깃으로 노린 점으로 볼 때 범인은 극도의 여성혐오증을 앓고 있었고 성.기능단속장애와 우울증이 있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매우 합리적인 분석이었고 범인을 잡아낼 단서를 유추해내는데 성공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범인은 고사하고 용의자를 잡는데도 실패하여 결국 이 사건은 수많은 수색방법을 동원하고도 2016년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차이점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이 사건은 매우 일치하는 점이 많다. 첫째로 범행 타깃이 모두 여성들이었다는 점이 일치한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프로파일링 결과 범인은 집 안에서 여성으로부터[6] 억압된 감정 때문에 그를 해소하고자 여성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 분석했다. 마찬가지로 바이인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도 극도의 여성혐오증을 앓고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또 범행 대상이 대개 20대 여성이었다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살인범에 대한 괴담이 존재했던 것도 모두 일치하며 모방범이 저지른 사건이 있는 것도 일치한다.
다만 공통점이 많은 만큼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범행이 일어난 장소이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범인은 야외 노상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후 살해했는데 바이인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는 모두 실내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범행 수법에서도 차이점이 있는데 바이인 연쇄살인 사건 쪽이 훨씬 더 잔혹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경우 주로 피해자들을 교살했으며 피해자들의 옷가지들로 결박해 목을 졸라 죽인 점이 특징이다. 반면, 바이인 연쇄살인 사건은 5차 사건을 제외하고 모두 피해 여성들의 목을 자르고 칼로 헤집어놨다는 점에서 훨씬 더 잔혹성이 두드러진다.
피의자 검거
피의자 가오청융
체포되는 가오청융
피의자가 운영하던 학교 매점
2016년 8월, 공안당국은 수사를 재개하였으며 2016년 8월 26일 중국 공안당국이 피의자를 검거하였다고 한다. 피의자는 52세의 가오청융(高承勇)으로 가족과 학교 매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첫번째 살인 이후 28년을 대부분 바이인 시에 살아왔으며,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다 시험에서 떨어진 뒤 바이인 시의 방직 공장 등을 전전하며 홀로 지내오다 3년여 전 주거시설이 갖춰진 바이인공업학교 매점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고 한다.
가오청융은 평소 튀지 않고 성실한 성격으로 알려진데다 두 아들까지 명문대로 진학시켜 마을에서 부러움을 사고 있었기에 범인으로 밝혀지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다고 한다. 가오청융의 지인들은 "그의 성격은 내성적이며, 우울하고 차가우며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고립된 성격이었으며 인내심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과 두 아들, 가족 모두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어리둥절해했다. 가족관계는 원만했으며, 부인과의 사이도 좋았기 때문이다. 가오청융의 당숙 또한 가오청융이 부모에게 효성이 깊고 이웃과도 아무런 분란이 없었다며 범인임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가오청융은 호적이 바이인 시가 아니라 란저우 시에 등록돼 있어서 그 동안 수사망을 계속해서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초 중국 공안당국이 호적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바이인 시에 거주하는 모든 남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꼬리가 잡히게 되었다. 검거 방식이 참으로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방식이었는데 바이인에 사는 모든 남자의 유전자 샘플을 체취해서 살인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유전자 샘플과 비교 대조한다는 방법을 사용한 것... 개인의 인권의식이 약한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니 가능한 방법이었다. 바이인 시 거주 용의자의 DNA를 일일이 대조하던 경찰은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 한 남성에 주목했다. DNA 검사 결과 범인과 DNA가 유사하여 범인의 친척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곧바로 이 남성의 친척을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를 벌여 범인을 찾아냈다고 한다.
또 수사 결과 가오청융은 바이인에서 저지른 9건의 살인사건 외에도 내몽골자치구의 바오터우(包頭) 시에서도 2건의 살인사건을 더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가오청융은 공안에 체포된 후 여성 11명을 살해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공안은 가오청융을 사이코패스이며 다중인격자로 분류했다.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전수조사를 통해 DNA 일치가 확인됐고 피의자도 자백을 함으로써 범인이란 것이 거의 확실한 분위기라 이 희대의 미제 사건은 결국 사건 시작 28년만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펌)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