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강간 등 공소시효 지나 특수강도강간죄로 기소 대법 "강도 혐의 증명
안돼…증인진술도 믿기 어려워"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1998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씨(51)가 1,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8일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참고인 및 증인의 진술이 사건
당시 상황이나 진술이 이뤄진 경위 등에 비춰볼 때 그 내용의 진실성을 믿기 어렵다"며 "일부 믿을만한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진술과
DNA감정서만으로 피해자의 소지품을 강취했다는 사실까지 증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K씨는 1998년 10월17일 새벽
대학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계명대 여대생 정모양(당시 18세)을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정양은 구마고속도로에서 25톤 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 속옷이 나왔지만 경찰은 당시 단순 교통사고로 결론 내렸다.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2011년 다른 혐의로
검거된 K씨의 DNA가 정양이 입었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K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1심은 특수강도강간죄 성립을 위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강간을
전후해 강도 행위가 이뤄졌어야 하는 데 이부분에 대한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에서다. 특수강간, 특수강도 등 혐의를 각각의 범죄로 볼 경우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며 면소를 선고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스리랑카인 A씨를 새로운 증언으로 내세워 K씨 등이
성폭행 과정에서 정양 가방에서 학생증과 책 세 권 등을 챙겼다는 증언 등 당시 행적을 보강해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공범에게서
범행 내용을 전해들었다는 핵심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설령 증거능력이 있다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
등이 중대한 범행내용을 별다른 친분이 없는 증인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속옷에서 나온 정액의 유전자가 K씨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피고인이 강간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기는 하나, 그것이 피고인이 공범들과 피해자를 강간하고, 종료 전에 피해자의 책 등을 강취했다는 것까지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사건을 검토한 뒤 스리랑카 당국과의 사법공조 및 강제출국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강간의 공소시효가 10년인 한국과 달리 스리랑카 현지 강간죄의 공소시효는 20년이다.
K씨가 스리랑카에서 기소될 경우 강간
혐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스리랑카로 출국한 D씨 등 공범 2명에 대한 처벌 역시 가능하다. 다만 스리랑카가 국제형사사법
공조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K씨를 처벌하려면 따로 사법공조 절차를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