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 A 씨에게 ‘비행 금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자기 딸을 ‘벙커’에서 쉬게 했다는 이유였죠.
문제가 생긴 건 건 5월 16일. A 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근무 중이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A 씨 남편과 중학생인 딸도 타고 있었습니다. 비행 중 딸이 “몸이 좋지 않다”고 하자 A 씨가 딸을 벙커로 데려간 겁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승무원이 아닌 사람이 벙커에 들어온 전례가 없었다. A 씨가 사규를 위배했는지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인사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벙커는 뭘까요? 벙커의 정식 명칭은 ‘승무원 휴식칸(Crew Rest)’입니다. 장거리 운항 중 승무원들이 교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죠.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비행기를 수 없이 탔지만 이런 공간을 본 적 없으시다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승객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거든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탑승석 위층에 있는 벙커로 가는 계단을 어떻게 숨겼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물론 벙커로 가는 길이 꼭 저렇게만 생긴 건 아닙니다. 기종에 따라 벙커 위치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보잉 747-400은 비행기 꼬리날개 바로 앞에 벙커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에어버스 A380은 탑승석 아래쪽이 벙커입니다.
이런 위치도 100% 맞는 건 아닙니다.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구매할 때 규모나 위치를 별도로 지정하기 때문이죠. 벙커 인테리어 역시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한 전직 승무원은 “벙커 안에는 인터폰과 에어컨이 있고 회사에 따라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니터를 달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실내가 비좁고 잠을 청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비행 피로를 제대로 풀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모든 승무원이 동시에 쉬면 기내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벙커 침대 숫자는 탑승 승무원 숫자보다 적습니다. A씨가 탔던 비행기는 승무원 11명이 근무하는데 침대는 7대였습니다. A씨는 “딸을 벙커에 데리고 왔을 때는 6명이 휴식 중이라 침대 한 대가 비어 있었다.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죠.
사실 아시아나항공 벙커에 승무원이 아닌 사람이 들어간 게 A 씨 딸이 처음은 아닙니다. 검찰에서 2007년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51)를 미국 로스엔젤레스(LA) 교도소에서 한국으로 송환할 때도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 김 전 대표가 벙커에 숨어 있었죠. 기내에서 김 씨를 본 사람들이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릴까 봐 격리조치를 취했던 겁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한 지점이 되어서야 김 전 대표는 이코노미석에 있는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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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Main/3/all/20170719/85426885/1#csidx05e3a5c5e4071e3a30946e4e6d587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