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51)씨는 1993년 강남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에 터를 잡고 쌈밥 전문점을 차렸다. 외식 업체 더본코리아의 대표인 백씨는 '새마을식당(돼지구이)' '본가(우삼겹)' '홍콩반점(중국 요리)' 등 음식 사업에 발을 넓혀 나갔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먹자골목에 가게를 하나씩 냈고, 고객 반응이 좋으면 눌러앉아 영업을 했다. 더본코리아 측은 "당시는 이 지역에 음식점이 많지 않았고, 임대료 부담도 높지 않아 차근차근 매장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백씨는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나간다는 자부심과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 가게는 19곳까지 늘렸다. 영동시장 먹자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백종원 거리'로 불리게 됐다. 이후 백씨는 다양한 '쿡방(요리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고, 중국과 일본 등 외국에도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백종원 거리'는 외국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1년 전과 요즘… 싹 바뀐 가게들 -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인근 골목의 5층 건물. 1년 전엔 백씨의 회사가 운영하는 가게들이 1층부터 3층까지 차지하고 있었지만(위 사진), 지금은 모두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다(아래 사진). /장련성 객원기자
하지만 최근 이곳에서 '백종원'이 사라지고 있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던 19개 점포 중 현재 한신포차와 빽다방(카페) 등 5개만 남았다. 더본코리아는 "2년 전부터 논현동에서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시키고 있다. 가맹점 두 개 정도만 남길 것"이라고 밝혔다. 백씨의 가게가 떠난 자리엔 술집, 한의원,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들어오고 있다. 매장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점들이 견디지 못하고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