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국정농단 촛불시위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 글 내용을 두고 당시 강인철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는 등 비아냥 섞인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국일보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청장은 광주경찰청이 지난해 11월18일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 경찰이 지켜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참모 회의에서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은 도심에서 촛불 집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리고 교통 통제에 대한 양해를 당부하는 내용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와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해야 하라’는 플래카드 아래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는 모습이 함께 실렸다.
이를 보고받은 이 청장은 다음날인 19일 오후 4시께 강 광주청장에게 휴대폰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당신 말이야. 그따위로 해놓고”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강 전 청장은 본청에서 글을 내리라고 한다며 과·계장 10여 명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광주청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해당 글을 내리고 촛불 집회 예고와 교통 통제 안내 글로 대체했다. 이어 오후 6시, 오후 7시 20분 교통 통제 구간을 알리는 글이, 오후 9시 20분 집회 종료를 알리는 글이 차례대로 올라왔다.
새롭게 올라온 글에는 ‘민주화의 성지’, ‘경찰이 지켜드립니다' 등의 문구와 플래카드 사진 등이 없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광주청은 한국일보에 ‘집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상황을 업데이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 전 청장은 논란 발생 10여 일 뒤인 같은 달 28일 단행된 인사에서 지휘관에서 물러나 치안감 승진자가 주로 받는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한편 이 청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강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는가 하면 강 전 청장은 “이 청장과의 통화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