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퇴근 후 또는 휴일에 "쉬는데 미안하지만 이것 좀 해 달라"는 업무 지시받아본 적 없으십니까? 스마트폰이 있어 피할 수도 없죠. 빈번한 퇴근 후 업무지시 때문에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쉴 때는 회삿일로 연락받지 않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자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박찬근 기자가 시민들의 생각을 <열린 마이크>로 들어봤습니다.
<기자>
직장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업무시간 외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없다.'
97대 31. '있다'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SNS를 통해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업무 연락 때문에 'SNS 감옥'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퇴근을 해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비유인데 직장인들은 퇴근 후 업무 연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습니다.
[이수지/서울 강남구 : 사실 달갑지는 않죠. 반가운 내용은 아니라서. 주말은 쉬는 시간인데 조금 꺼림칙하죠.]
[이병희/서울 강서구 : 일의 연속성이라는 게 있고 연장선이기 때문에 (퇴근 후 업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진/서울 영등포구 : 제가 회사에서 부서장을 맡고 있는데, (퇴근 후에는) 미안함을 좀 표시를 하고, 되도록 간결하게 (하려고 하죠).]
연락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달갑진 않은데 감수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안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는 올해부터 퇴근 후 업무 지시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예외규정은 노사협의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는 업무 외 시간엔 업무용 메일 기능이 아예 중단됩니다.
우리 국회에도 법안들이 발의됐습니다.
퇴근 후 업무 지시 땐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자, 통상 임금의 50%를 더해 임금을 지급하자는 안까지 다양합니다.
[최석모/서울 성북구 : 당연히 (법제화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규정된 시간이 있는데 그 시간 안에서 모든 업무를 다 마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금수현/서울 동작구 : 정말 필요하거나 급박한 순간에 저한테 연락이 올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법을 위반했다고 상사들을 처벌해달라고 얘기하기도 힘들 것 같아요.]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 사업체의 규모라든가 직종이라든가 업종. 이런 것에 따라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윤리 강령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를 먼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받지 않을 권리'를 존중할 방법을 찾는 일, 우리 사회에선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