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탄 논란

순두부튀김 작성일 17.09.28 09: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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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병사, 400m밖 사격장서 튕겨나온 총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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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도비탄에 피격 추정… 12㎞ 떨어진 北서 쏘는 건 불가능"

유족 "진상조사 끝나면 장례"

- '도비탄 살상력' 엇갈린 분석
"돌에 튀었다면 탄환 위력 안 준다" "튕긴 총알에 사람 죽은 적 없어"
사격장 경계병 주변 출입통제 않고 인솔 간부도 안전 수칙 무시

지난 26일 오후 강원도 철원의 육군 6사단 소속 이모(21) 일병이 전투진지 공사 작업을 마치고 복귀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군 당국은 현장 감식 결과 인근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도비탄(跳飛彈)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도비탄은 발사된 총탄이 돌같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이다. 소총을 쏘는 사격훈련장 사로(射路)에서 피격 장소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00m이다. 하지만 "조준 사격 때 K-2 소총 유효 사거리가 460m인데, 어딘가 맞고 튄 총알이 400m 밖 사람을 죽일 수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다. 군 내에서도 "도비탄에 맞아 사망한 사고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작업 후 복귀 중 탄환에 맞아

이 일병은 사건 당일 동료 27명과 함께 금학산 정상 인근 진지 구축 작업에 투입됐다. 오후 3시 30분쯤 작업을 마치고 도보로 이동 중이었다. 이 일병은 본대 행렬에서 조금 떨어져 부소대장 등 2명과 함께 맨 뒤에 있었다. 이들은 사격장 통제탑 인근에 주차된 트럭을 타고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당시 부근 사격장에선 다른 부대의 소총 사격 훈련이 있었다. 이 일병이 총탄에 맞고 쓰러진 것은 오후 4시 10분쯤. 사격장 사로로부터 약 400m, 경계(境界)로부터 100m도 채 안 떨어진 오솔길을 지날 무렵이었다. 군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 일병은 머리 우측 안면 쪽에 총탄을 맞았다. 이 일병은 방탄 헬멧이 아닌 천 재질의 둥근 챙을 가진 군용 '정글모'를 쓰고 있었다. 피격 후 이 일병은 헬기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5시 22분 숨졌다.


이 오솔길은 부대 밖이지만 군부대를 통해야만 접근할 수 있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었다. 이날은 사격 훈련에 따라 주변 출입을 통제하는 경계병 4명이 오솔길 양쪽 끝에 각각 2명씩 배치돼 있었다. 하지만 경계병들은 이 일병 일행을 통제하지 않았다. 군 수사 당국 관계자는 "경계병들이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일병을 인솔한 소대장은 "총소리가 안 들리고 별다른 통제가 없어 사격이 잠시 중지된 것이라 여기고 지나갔다"고 군에 진술했다.

사고가 난 사격장은 표적 방향으로 오르막 경사가 진 형태다. 표적이 멀게는 200m 떨어져 있어 조준을 조금만 잘못해도 발사 각도가 공중으로 향할 수 있다. 사격장 주변엔 나무가 우거져 있다. 군 관계자는 "오솔길이 사로에선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나무가 빽빽해 직접 조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격장에서 쏜 총탄이 직접 이 일병을 맞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도비탄에 사람이 죽을 수 있나

군 당국은 북한에서 넘어온 총탄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지점이 북한으로부터 12㎞ 이상 떨어진 민간인 통제선 남쪽이기 때문이다. 이 일병 몸에 박힌 탄환 역시 이날 사격 훈련에 쓰인 K-2 소총용 5.56㎜ 보통탄이었다. 군 당국은 훈련 당시 발사된 총 12정을 수거했고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다만 이 일병 몸에 남아 있는 탄환은 유가족의 부검 반대로 아직 수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목격자인 부대원 2명은 "피격 직전 '탁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군 수사 당국에 증언했다. 탄환이 어떤 물체에 튕겨서 난 소리로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탄환이 돌에 부딪혀 튀었다면 400m 밖 사람을 살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덕대 총포광학과 이용일 교수는 "탄환이 처음 부딪친 물체의 탄성(彈性)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에 튀었다면 탄환의 위력이 거의 줄지 않았을 것"이라며 "특히 머리를 맞았다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군의 부실한 안전 조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모든 사격장 운용 시 안전통제관이 사격 전 경고 방송을 하고, 사로 뒤편을 통제해야 한다"며 "통제도 안 되고 사망자를 인솔한 간부 역시 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숨진 이 일병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충남 당진에서 대학교에 다니다 지난 4월 군에 입대했다. 이 일병 유족은 "사격장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당시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총을 쐈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진상 조사가 끝날 때까지는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비탄(跳飛彈)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돌이나 나무 등 탄성이 있는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을 가리킨다. 조준한 곳에 맞지 않고 빗나간 탄환을 의미하는 유탄(流彈)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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