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현관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자장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층일까.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범인’은 3층에 살고 있었다. 전에 짬뽕 국물이 담긴 그릇을 내놓았던 집 아닌가? 왕래가 거의 없어서 누가 사는지 모르지만, 중식을 좋아하는 ‘식성’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인천 서구에 사는 30대 남성 박씨는 퇴근길 아파트 계단을 오르다가 이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는 화가 났다고 했다. 신문지로 덮으면 ‘작은 성의’를 보인 터라 이해하고 넘어가겠지만 자기가 뭔가를 먹었다는 표시를 대놓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창문을 열지 않고는 냄새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구조인 아파트 계단에 음식 냄새를 퍼뜨리는 심보가 뭐냐고 박씨는 언성을 높였다. 그 집을 찾아가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더 큰 싸움이 날까 봐 억지로 참는다고 덧붙였다.
한때 ‘중국집 빈 그릇 내놓는 유형’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적 있다.
음식을 먹은 후 그릇을 어떻게 내놓는지 구분한 내용인데, 자기 집 그릇을 닦듯 깨끗이 설거지한 뒤 ‘잘 먹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 담긴 봉지까지 그릇에 올려놓아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한 곳도 있었다.
당시 한 네티즌은 “깨끗이 닦아서 주니 그 음식점이 싫어하더라”며 “거둬들이는 그릇이 깔끔하면 불행해진다는 미신이 이유”라고 댓글에서 밝혀 다른 이들을 놀라게 했다.
세월이 흘러도 비슷한 광경은 여전한 가운데 대책을 내놓은 음식점이 점점 늘어났다.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A(26)씨는 “정말 다양한 집을 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배달원들을 위해 그릇을 깨끗이 해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을 위해 배려하는 태도라도 보이면 좋지 않겠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