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는 지난 8일 '행정 총괄 책임자'인 전무이사에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내정했다. '파격적 인사'다.
KFA가 정의한 파격은 이렇다.
"집행부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이루고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와 함께 정몽규 회장의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중이 반영됐다."
KFA와 다른 시선이 바라보는 파격은 '특혜'다. 홍 감독만을 위한 파격적 특혜가 '또 다시' 한국 축구 속으로 입성한 것이다.
왜 특혜인가.
행정 경험이 '전무'한 홍 감독이 단 번에 KFA '행정 총괄 책임자'로 왔다. 다시 말해 행정가 홍 감독의 첫 직장이 KFA 행정 수장이란 의미다.
행정가로서 어떤 일도 해보지 않은 이를 행정 책임자로 앉히는 조직은 KFA를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특혜가 아니고선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여기에 전무이사를 보좌하는 사무총장직을 신설하는 노력까지 더했다.
전무이사로 오기 전, 홍 감독이 어떤 결실이나 성과를 거뒀다면 그래도 이해할만 하다. 최소한의 희망과 가능성이라도 제시했다면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가 해낸 일은 아무 것도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 참패로 인해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중국 항저우 뤼청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1부리그였던 팀은 2부리그로 강등됐다. 홍 감독은 자진사퇴했다. 이게 전부다.
브라질월드컵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났던 이'에게 전무이사라는 더욱 막강한 감투가 주어지는 기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KFA는 홍 감독이 3년 떠나 있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나보다.
게다가 브라질월드컵 후 재기를 노렸던 그가 여전히 재기의 발판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무이사라는 핵심 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KFA 행정 최고 실무자를 영입하는 것이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가 걸릴 일이다. 그렇다면 행정가로서 최소한의 성과가 입증된 인물을 영입했어야 했다. 행정 신인을 영입한 지금의 상황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정도와 도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수십 년간 장학재단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고 항변한다. 한국 축구 전체를 총괄하는 KFA 전무이사의 책임, 역할과 개인 장학재단을 같은 값으로 비교할 수 없다. 또 많은 축구인들이 은퇴 후 장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 전무이사 자리 제안은 오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지도자로서 실패했고, 이제 행정가로 키우기 위해, KFA가 전무이사라는 특혜로 다시 비단길을 깔아주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인적쇄신? 세대교체로 포장한 '젊은 회전문 인사'다.
홍 감독은 KFA가 전략적으로 키운 대표적 인물이다.
자신들이 공을 들인 인물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KFA는 홍 감독을 향한 특혜를 '반복적으로' 자행했다. 특혜를 받은 홍 감독은 공정한 단계를 밟지 않고 초고속 승진에 성공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일들이다. 2005년 1급 자격증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대표팀 코치가 됐다. '무자격 논란'이 일어났다. 이후 1급 자격증을 따는 데까지 KFA의 무한 지지가 있었다.
유소년 지도와 육성 경험이 전무했던 홍 감독은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감독을 맡았다. 8강이라는 성과는 KFA의 확신으로 돌아왔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골키퍼 교체라는 치명적 실수로 결승행이 좌절됐지만 KFA는 그를 신뢰했다.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 실패. 다른 감독이었다면 경질감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 KFA의 홍 감독을 향한 확신이 맹신으로 변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이런 맹신으로 그에게 2014 브라질월드컵 지휘봉을 건넸다. 성인무대 경험이 전무한 홍 감독에게 성인 최고의 대회 월드컵 감독을 맡긴 것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KFA의 눈에는 오직 홍 감독만 보였다. 황태자를 키울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참패다. '엔트으리' 논란이 일어났고, 성인팀 한 번 지도해보지 못한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성인팀 경험 없는 이에게 월드컵 감독을 시켜 실패한 기억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너무나 쉽게 잊혔다. 그리고 3년 뒤 행정가 경험 없는 이에게 행정 총괄 책임자를 맡겼다. 홍 감독을 향한 특혜의 반복.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홍 감독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 한국 축구를 위해 도전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희생과 헌신의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KFA 특혜 속에서의 풍요로운 도전이었다. 그 도전 기회는 홍 감독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특혜 받지 못한 이들과는 출발점부터 달랐다.
지금까지 과정을 돌이켜보면 KFA는 홍 감독에게 준 것이 있고, 홍 감독은 KFA로부터 받은 것이 있다. KFA와 홍 감독의 관계는 운명 공동체다. 서로를 밀쳐낼 수 없는 사이다.
KFA 개혁과 변화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는 지금, '홍 전무이사'가 KF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