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장님, 빼빼로는 안되지 말입니다"
#군복무 중인 박모씨(22)는 여자친구가 한아름 보낸 빼빼로가 담긴 소포를 눈 앞에서 돌려 보내야 했다. 지휘관이 부대에 음식물 반입은 안된다며 모두 반송했기 때문. 하지만 얼마전 한 선임은 다른 당직사관의 허락으로 빼빼로를 받았기 때문에 박씨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삼켰다.
빼빼로데이, 밸런타인데이 등 기념일에 군부대에 도착하는 음식 선물이 지휘관과 부대상황에 따라 전달되거나 반송돼 군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여자친구들이 주 회원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1일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고민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군부대 내 외부 음식물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기념일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지휘관 재량에 따라 반입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어 선물을 전할 수 있을지 더 불확실하다.
대학생 박지영씨(20)는 "친구는 남자친구에게 빼빼로를 보내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친구는 반송됐다고 한다"며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할지,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느 사람은 되고, 어디는 안되고 너무 불공평하다"며 "고무줄 기준 때문에 더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자 등 음식 선물이 어려운 상황에서 갖가지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빼빼로 대신 핫팩, 화장품, 속옷, 내복 등 군인들에게 필요한 선물들로 기념일을 지키는 방법이다. 반입 여부를 결정하는 지휘관의 선물까지 준비해 '환심'을 사는 경우도 있다.
군부대 내 음식물 반입 금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이지은씨(28)는 "상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과자 같은 가공품이라면 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가뜩이나 힘든 군생활을 하는데 병사들 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민성씨(26)도 "부대 내 PX(복지마트)에서도 파는 제품인데 금지하는건 과하다. 일종의 갑질"이라고 말했다.
반면 음식물 반입에 부정적 의견도 있다. 군 복무중인 김모씨는 "기념일만 되면 부대에서 선물을 받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나뉘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원칙적으로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기 때문에 공평하게 규칙을 적용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념일마다 반복되는 '선물 소포' 공세에 군 관계자들도 난감한 입장이다. 일선부대에 근무 중인 군 관계자는 "빼빼로데이 뿐 아니라 기념일만 되면 지휘관들도 고민이 크다"며 "병사들 사기와 부대 기강을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