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7시50분. 광주의 한 수능 고사장에 수험생 아들을 데려다주고 돌아가던 아버지 전윤철씨(50)의 전화벨이 울렸다.
수능 고사장에 있는 아들 준서 군(18)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아빠, 다시 지금 학교로 올 수 있어요? 올 수 있으면 빨리 와주세요."
놀란 아버지는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지만 아들은 "지금 잠깐 와달라"고만 했다.
전씨는 혹시나 수험표를 안가져왔나 싶어 차 뒷좌석과 실내를 찾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겁이 덜컥 난 전씨는 급하게 차를 돌려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6시험장 정광고 정문으로 향했다.
전씨가 정문에 도착하자 아들이 승용차 앞으로 다가왔다. 전씨는 불안한 마음으로 창문을 열고 아들을 불렀다. "준서야 왜? 왜그래. 준서야."
아버지의 불안한 외침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않던 아들은 차량 앞으로 오더니 갑자기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큰절을 올렸다.
수능시험을 보러간 아들이 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순간이었다. 그제야 아버지는 한시름놓고 차에서 내려 아들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이같은 상황은 전씨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편집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수능날 아침 너무나 많이 놀랐지만 그래도 자식 키운 보람이 있었다"며 "아빠가 먼저 안아주고 격려해줘야 하는데 아들이 절을 해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놀라서 경황이 없었는데, 아이를 보내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지막에 손이라도 잡아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2018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전윤철씨(50)의 아들 준서(18)군이 아버지의 차량 앞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전윤철씨 페이스북 동영상 캡쳐)2017.11.2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23일 전윤철씨가 아들 준서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하고 있다.(전윤철씨 페이스북 동영상 캡쳐) 2017.11.2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