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주의) 롤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또라이친구썰

미스춘향지윤 작성일 17.12.13 1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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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등학교에는 K라는 진짜 모두가 인정하는 또라이가 하나 있었다..

보통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 얘는 뭐했지, 얘는 뭐했지 하면서 누가 뭐 하나 했다 하는 식으로

기억나기 마련인데 얘는 좀 달랐다.

얘는 이거 저거 그리고... 와... 진짜 미x놈 아니냐? 라는 반응이 나오는 애였다.

핸드폰, 피씨방, 여자친구, 가출이라는 네개의 굵직한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건 다음에 쓰기로 하고

지금은 대학에 입학한 K가 이번 여름방학에 겪은 일을 쓰려고 한다.

 

K는 고등학교 때 롤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해서 부모님이 당연하지만 굉장히 싫어하셨다.

지금도 아무래도 롤을 꽤 많이 하는 것 같고, 확실히 공부는 안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

그래서 하나도 안변했네, 하고 연락을 종종 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여름방학에 연락이 왔다.

 

"야, 너 S 번호 아냐?"

 

S는 K와 고등학교 때 찰떡궁합으로 야자를 째던 녀석이다.

조금 멍청한 경향이 있고, 착하긴 하지만 행동의 방향이 잘못된 친구라고 할 수 있겠다.

K가 S를 부를 때에는 항상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거나 돈이 필요할 때였다.

나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지만 그냥 모른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이 때에는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들은 것은 지난주 주말이었다.

K는 여전히 참 낙천적으로 말을 꺼냈다. 나였다면 그렇게 말을 하지 못했을거라 생각한다.

 

"나 이번에 역관광당함."

"에?"

"나 고딩때 가출 몇번 했었잖아."

"그랬지."

"이번에는 가출당함. 집에서 쫓겨남."

 

그리고 K가 가출당한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그 떄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방학 초. K는 평소와 다름없이 롤을 즐기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그날따라 화가 많이 나신 K의 부모님은 런닝만 입은 K를 집 밖으로 쫓아냈다.

K의 부모님이 어떤 생각이셨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빌 거라고 생각했는지, 어쨌는지는.

하여튼 아직 정신 못차린 K는 오히려 짜증이 나서 지갑만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지갑에는 단 30000원이 들어있었고, 옷은 런닝과 팬티, 그리고 바지 한장이 전부였다.

핸드폰조차 오기로 들고오지 않았다보니 K는 거의 생존게임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나오긴 했는데, 3만원과 런닝으로 가능한 것은 없었다.

게다가 저녁에 쫓겨나서, 순식간에 날은 어두워졌다.

K는 결국 이리저리 헤매다 역 주변에 있는 응급실로 들어가 소파에서 잠을 청했다.

간호사가 누구냐고 물었지만 K가 조금 불쌍한 척을 하면서

 

"부모님 기다려요."

 

라고 하자 흐뭇한 표정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다음날 K는 병원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런닝 하나와 바지 하나를 입은 상태라서,

우선 만원짜리 티를 하나 사입었다.

그 뒤부터는 완전히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응급실이 가장 행복했다고, K는 회상했다.

 

"교회 바닥은 진짜 차갑고... 다음날 삭신이 쑤시더라. 잘만한 곳이 못돼 진짜. 모기도 ㅈㄴ많아서 다뜯김;;.

공원 벤치는 교회바닥보다 더 안좋았어. 차갑진 않은데 모기가 교회의 두배는 있었던 것 같고 온몸이 아파."

 

당연하지만, 2만원으로 이틀동안 모든 끼니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러나 여전히 집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드디어 K는 인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역 주변에 살던 Y라는 친구를 무작정 찾아가 집 문을 두들겼다.

Y는 회상했다.

 

"무슨 거지가 온 줄 알았어. 며칠동안 씻지 못해 잔뜩 떡진 머리.

튼 입술, 얼룩진 옷. 그리고 대사도 완전히 거지야. Y야, 나 밥좀 주라. 나 어제오늘 아무것도 못먹었어 ㅠㅠ"

 

그래서 Y는 K를 집에서 씻게 해주고, 밥을 양껏 먹여주었다.

그리고 하룻밤 재워주기까지 했다. 얼마나 K의 비주얼이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는...

다음날 K는 Y의 부모님께 돌아가라는 말과, 돌아가기 싫으면 하룻밤 더 묵으라는 말을 뒤로하고 떠났다.

만원을 Y에게 빌린 후.

 

K는 생각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나는 파멸한다. 돈이 필요하다고.

K는 무작정 구인광고를 뒤진 후에 전화를 걸었다.

일자리가 있냐고, 내가 간 때에도 남아있겠냐고 하자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고 K는 곧바로 버스를 탔다.

버스로 40분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일자리 중개소였다.

푸른 눈의 외국인들과 우락부락해보이는 흑인들이 잔뜩 있어 K는 쫄아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일자리가 전부 나갈 때 까지도 K는 짜져있었고, 중개소 사장이 와서

 

"왜 일도 없는데 아직도 있어? 나가세요."

 

라고 말해 K는 힘없이 중개소를 나섰다.

그러나 K는 아직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 동네에 S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씨방에 들어가 나를 비롯한 S를 아는 사람들에게 전부 S의 번호를 물었다.

S의 번호를 알자마자, 공중전화로 S에게 전화를 걸고 재워달라고 무작정 말했다.

새벽 2시에.

S는 밤샘알바중이라면서 오지 말라고 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뭔가 둘은 알수없는 상하관계가 있었다.

K는 결국 S의 집의로 밀고들어가게 되었다.

새벽 3시에.

K는 S의 집에서 씻고, 밥을 먹고, 구인광고를 뒤졌다. 그리고 수원에서 하는 상하차 알바를 발견했다.

 

"일당 8만원이네. 개꿀인데? 이거면 일주일은 먹고살거같다."

"그러네. 근데 수원까지 차비는?"

"나 돈 있으니까 이제 피방이나 가자. 부모님 꺠서 들키면 혼남."

 

K는 S의 말만 믿고 피씨방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수원으로 여유있게 가기 위해서 피씨방을 나섰는데... S는 고등학교때부터 전혀 바뀐게 없었다.

피씨방비로 모든 돈을 지출해서 K가 쓸 교통비가 없었다.

둘은 S의 집에서 동전을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했고, 상하차 알바까지는 3시간 정도가 남아있었다.

그래서 K는 달리기 시작했다. 역까지.

 

1시간동안 계속해서 달리기만 한 K는 역에 도착해 다시 Y의 집을 찾았다.

돈벌면 만원을 갚겠다고 말하면서 입 속으로 음식을 우겨넣는 K의 말에 Y는 눈물이 날 뻔 했다고 한다.

그리고 K는 드디어 약속의 땅 수원에 도착했다.

 

상하차 알바는 제대로 진행되었다. K는 일을 할 수 있었고, 하루종일 고되게 노동했다.

그리고 K는 드디어, 반성했다. 그는 회상했다.

 

"택배를 나르는데, 뭔가 느껴지더라고... 부모님 얼굴도 생각나고... 내가 뭔 병x짓 했나 싶기도 하고..."

 

K는 상하차가 끝나자마자 7만원(처음하는 일이라고 만원 떼먹혔다)을 들고 다시 내려왔다.

곧바로 Y의 집을 찾아 약속대로 만원을 건네고

목욕탕에 가서 온몸의 구정물과 땟국물을 벗겨내고

치킨집에 가서 치킨 두마리를 구워서

집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그런 K를 보고 잠시 말을 잃은 듯 하다가 왔냐, 하고 반겨주셨다고 한다.

 

K는 가족끼리 오랜만에 단란하게 저녁치킨을 즐긴 후, 방에 들어가 곧바로 롤을 켰고,

집에 들어간지 3시간만에 엄마에게 욕을 처먹었다고...

 

 

세줄요약.

1. 고등학교 친구중에 미x놈 있음.

2. 집 쫓겨나 개고생함.

3.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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