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시신 유기한 뒤 '준희 없는 준희 생일파티' 열기도

김영근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고준희 양 친부 고모(36) 씨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숱한 의혹과 함께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던 '고준희 양 실종사건'은 결국 비극으로 결론 났다.

그러나 준희 양의 친부 등은 이 비극을 감추기 위해 실종신고 당시 지구대에서 실신하는 연기를 하거나 '준희 없는 준희 생일파티'를 여는 등 8개월간 파렴치한 실종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 친부, 실종신고 당시 아중지구대 찾아 '난동'…구급대원 출동도

친부 고모(36) 씨와 내연녀 이모(35) 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께 아중지구대를 찾았다.

이 씨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가운데 실종 경위를 설명했으나 고 씨는 시종일관 격앙된 태도로 "내 딸을 찾아내라"고 고성을 질렀다.

고 씨가 "몸이 마비되는 것 같다"며 지구대 소파에 털썩 쓰러지는 바람에 경찰은 119에 신고해 구급대원을 부르기도 했다.

고 씨를 본 구급대원들은 "별 이상 없다"며 돌아갔다.

현장을 목격한 경찰 관계자는 "당시에는 아이를 잃어버리고 20일 뒤에 와서 찾아달라기에 조금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보니 완전 쇼(Show)였다"며 혀를 찼다.

이들은 심지어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며 "딸을 데려간 적 없다"고 다투기도 했다.

고준희 양의 시신을 수색하기 위해 경찰 기동대가 군산 한 야산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준희가 세상을 떠난 지 석 달째 돼가던 지난 7월 22일. 김 씨는 준희 양의 생일을 맞아 미역국을 끓였다.

김 씨는 이 미역국을 딸 이모(35) 씨가 사는 친부 고 씨의 봉동 아파트로 가져갔다.

딸의 지인?지인의 자녀들과 함께 생일 파티 겸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준희 양의 생일파티는 그렇게 치러졌다.

불행은 곧 단서가 됐다. '준희 없는 준희 생일파티'에 참석한 이들의 증언은 결국 경찰이 준희 양이 강력사건에 휘말렸다고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

◇ 준희 양이 썼다는 칫솔에도 준희 양 DNA는 없었다

친부 내연녀의 모친이자 '새 외할머니'로 알려진 김 씨 역시 실종극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경찰은 당초 준희 양이 지난달 18일 실종 직전까지 살았다고 알려진 전주시 우아동 빌라에서도 준희 양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감식 결과 칫솔과 그릇은 물론 준희 양이 덮었다던 이불이나 베개, 방바닥 등 집안 어느 곳에서도 준희 양의 DNA가 나오지 않았다.

김 씨는 매달 준희 양 양육비 명목으로 고 씨로부터 70만 원 상당의 '용돈'을 받거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준희를 돌봐야하니 일찍 집에 가야한다'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준희 양 친부 등이 벌인 이같은 실종 사기극은 준희 양 생모와의 이혼소송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연기로 드러났다.

고 씨는 경찰 조사에서 "27일 오전 1시쯤 김 씨의 집에 가보니 입에 토사물이 있었고, 기도가 막혀 준희는 내가 도착하기 2시간 전에 이미 사망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 씨의 자백에 따라 29일 군산시 내초동의 한 야산에서 보자기에 싸인 채 30㎝가량 구덩이에 묻힌 준희 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들의 파렴치한 실종연기처럼 이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영근 전주덕진경찰서 수사과장은 "통신조회 등 행적수사로 범행 일자를 특정하고 진술의 모순점을 추궁해 알리바이를 대기 위한 거짓 진술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준희 양 죽음 역시 유기치사 또는 학대치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준희 양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