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영화 < 굿 윌 헌팅 > 의 주인공, 청소부 윌은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늘 세상과 불화했습니다.
어린 시절 양아버지의 폭력에 고통당하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책망했던 소년.
마음 속 깊이 담아놓았던 그 상처 탓이었을까…
세상을 향해 굳게 닫혀있던 그의 마음을 녹인 한마디는 별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수 없이 반복된 위로의 말을 들은 윌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게 되지요.
무언가 해결책을 내어준 것도 아니었고 달라진 상황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가항력으로 인한 고통.
항상 자책해왔지만…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기에…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제 뉴스룸에서 만난 서지현 검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을 그 일을 겪은 이후 긴 시간
그를 괴롭혀온 것 역시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모두가 모른 척…"
"내가 환각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항변할 수조차 없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비쳐졌던 당시의 상황.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이라 비난…"
"인사 불이익… 직무감사…"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오히려 문제시했던 조직의 분위기.
성폭력 범죄의 경우 가해자와 동조자, 혹은 방관자들이 만들어내는
가장 비겁한 방법은 피해자의 수치심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하죠.
그렇게 해서 '문제는 너에게 있다', '잘못은 너에게 있다'는
가해자의 논리를 피해자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술을 마셔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일 있었다면 사과드린다"
- 안태근 전 검사
검사 서지현 역시 8년이란 시간을 불가항력으로 자신을 지배했던 가해자의 논리와 싸워야 했지만 결국,
보고 받은 적도,
덮으라 말한 적도 없다"
- 최교일 당시 검찰국장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것은 검사 서지현 한 사람이 겪어낸 부조리가 아니라 세상의 곳곳에서…
지극히 평범하고 힘없는 또 다른 서지현들이 겪었고, 당했고,
참으라 강요당하고 있는 부조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을 다쳐온 그는 자신 스스로를 향해 그리고
똑같은 괴로움으로 고통 당했을 또 다른 서지현들을 향해서 말했습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