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볼링장 사장이 최저시급을 맞춰주지 않아 노동청에 고발했다고 하는데요. 그후 볼링장 사장이 임금을 주겠다며 A씨에게 건넨 임금은 다름 아닌 동전으로 가득찬 자루였습니다. A씨가 자루를 열어보니 내용물은 1000원짜리 지폐 160장, 500원짜리 동전 377개, 100원짜리 동전 1998개, 50원짜리 동전 8개, 10원짜리 동전 7개 등 합계 54만 8770원이었습니다.
A씨가 계산한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227만 5000원이라고 하는데요. 사장이 자루에 넣어 건넨 돈은 60만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습니다.
볼링장 사장은 월급을 동전으로 지급한 것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A씨의 근무태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원인을 A씨에게 돌렸습니다.
충격적인 동전 지급 사건은 이번뿐만이 아닙니다. 2017년 신세계백화점의 한 매장에서 퇴사하는 직원에게 밀린 월급을 50kg에 달하는 동전자루로 지급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6년에도 경남 창녕군 공사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에게 동전 2만3000여개가 월급으로 지급됐는데요. 심지어 동전을 수거하기도 힘들게 사무실 바닥에 쏟아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동전 월급은 인격적인 모멸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인데요. 이 같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동전 월급을 지급한 것은 적법한 지급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법적으로 한번 보겠습니다.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은 '통화'로 직접 지급하라고만 규정돼 있을 뿐 지급 통화의 종류까지 정해두진 않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 이 내용만 본다면 월급을 매번 동전으로 지급해도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단은 없다는 것인데요.
이런 동전 지급 사건이 논란이 되자 2015년 국회에서는 지폐나 계좌이체 같은 수단으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회가 임기 만료로 폐기되서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을 서면으로 명시해야 하며, 근로자에게 이를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
통상 근로자들은 임금을 지급받을 은행계좌의 번호를 사용자에게 알려주고, 계좌이체를 통해 지급받는데요. 이처럼 명시적·묵시적으로 계약상의 임금 지급 방법에 따르지 않고, 갑자기 동전으로 지급한다면 근로 계약을 위반한 지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동전 지급은 실제 자신이 수령한 임금액 계산과 운반이 힘들고, 분실위험도 크며, 수령 근거가 남지 않아 지급 금액에 다툼이 생겼을 때 '정확하게' 받은 금액을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처럼 임금의 지급방식을 계약과 다르게 하는 것은 불리한 계약변경으로 근로조건 위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피용자(근로자) 간에 자의에 의한 동의 같은 특별한 사정 없이 현실적으로 들기조차 힘든 엄청난 무게의 동전들로 월급을 지급하는 것은 임금채무 이행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적법한 임금 지급으로 볼 수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민법 제2조 제1항)
따라서 적법한 지급행위가 아니므로 근로자는 동전 월급을 거절해도 법적으로 수령 거절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럴 때 사용자는 계속 임금 미지급 상태에 처해있는 것이고, 제대로 된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할 때까지 지연손해금을 물어야 합니다.
동전 월급, 상대방을 난처하게 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이 악의적 행동에도 법의 준엄함은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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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동전으로 알바비/급여를 받게 되면 수령을 거부하고 고소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