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확정된 현직 판사가 감봉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 징계위원회는 지난 15일자로 서울동부지법 소속 A판사에게 감봉 4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징계위는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A판사는 지난 7월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안에서 여성의 신체를 촬영하다가 주위에 있던 시민의 신고로 체포됐다. 경찰은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A판사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휴대전화에서 여성의 치마 아래 부분이 찍힌 사진 3장을 발견했다. A 판사는 자유한국당 중진의원의 아들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홍종희)는 지난 11월 1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A판사를 약식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A판사가 초범이고 피해 여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통상의 양형 기준대로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같은달 29일 A판사에게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A판사에 대한 징계가 감봉에 그친 것은 법관이 헌법에 의해 신분 보장을 받기 때문이다. 법관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헌법 제106조에 따라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는다. A판사는 금고형보다 수위가 낮은 벌금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파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관징계법(제3조)에따라 정직·감봉·견책 3가지의 징계 처분만 받을 수 있다. 해당 판사가 소속된 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요청하면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가장 수위가 높은 징계는 정직 1년이다. A판사가 받은 감봉은 월급의 3분의 1 이하를 삭감하는 징계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징계법에 따라 통상적인 수위에서 징계 처분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한 판사는 대법원으로부터 감봉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자신이 진행하는 형사 재판에 참여한 여검사를 회식자리에서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다른 판사는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A판사는 문제가 불거진 뒤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처리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A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이 15일 내려졌기 때문에 처분 후 14일 이내에 이의 제기가 없으면 사직서 처리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관징계법에 따라 감봉·견책의 처분을 받은 판사는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정직의 경우에만 정직 기간이 끝날 때까지 변호사 등록이 제한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 관계자는 “몰래 카메라 등 죄질이 나쁜 범죄의 경우 대한변협 차원에서 최장 1년 정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