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t, 둘반, 포차, 빵차, 두돈반, 오일일(511), 밥차…. ‘육공트럭’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잘 알려진 K511 2.5t 트럭을 육군 부대에서 부르는 호칭이다.
육군에서 복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탑승했을 정도로 군생활을 추억할때마다 등장했던 ‘육군의 발’인 육공트럭은 승용차와 충돌해도 흠집조차 없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승차감도 좋지 않고 급경사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원성의 대상이 됐다. ‘육공트럭’이라는 호칭의 유래가 미국에서 들어온 M60 트럭을 ‘육공’이라고 부른 것이라는 설과 함께 사람을 우겨넣으면 60명도 탈 수 있다고 해서 ‘육공’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육군이 현재 운용중인 K511 2.5t 트럭. 기아자동차 제공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미국제 트럭을 쓰던 우리 군은 미군의 M35A2 트럭을 기반으로 1977~1978년 K511, K711(5t 트럭)을 개발해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운용에 큰 문제가 없었으나 선진국들이 신형 군용트럭을 만들어 도입하는 동안 우리 군은 기존 차량을 일부 개량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육군은 K511, K711처럼 다양한 파생차량을 단기간 내 만들 수 있도록 177억원을 들여 표준플랫폼을 개발, 차후 용도에 따라 개조한다는 방침이다. 엔진과 변속기, 캐빈, 프레임, 차체로 구성된 표준플랫폼은 상용기술을 70% 이상 적용해 비용절감과 정비효율성을 도모한다. 기존의 보닛 방식 대신 엔진이 운전석 아래에 있는 캡 오버 방식을 채택, 운전 편의성과 장병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자동차의 중형전술차량. 최고 시속 110㎞로 주행하면서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표준플랫폼은 신형 2.5t과 5t 트럭, 5t 방탄차량에 적용된다. 육군은 2.5t 및 5t 트럭을 중형표준차량으로 만든 뒤 K511과 K711 트럭을 다양한 용도로 개조했던 전례를 적용, 미래 전장에서 쓰일 파생차량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이 중형표준차량 개발을 적극 추진하면서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1만대 이상의 군용트럭이 필요한 국가가 많지 않은데다 ‘한국군이 사용한 장비’라는 프리미엄이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5t 군용트럭. 상용기술을 적용해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기아자동차 제공
오래전부터 군용차량을 생산해온 기아자동차는 자체적으로 2.5t과 5t 트럭, 중형전술차량을 개발한 상태다. 정상주행이 불가능한 연약지반에서 캐빈 내 스위치 조작으로 타이어 공기압을 조절해 탈출하는 타이어공기압조절장치와 자동변속기 등을 갖추고 상용차량 사양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문제는 육군의 개발 사업이 너무 늦었다는데 있다. 미 육군은 1990년대부터 FMTV(Family of Medium Tactical Vehicles)를 도입, 운용중이다. 2.5t과 5t, 9t으로 구분되는 FMTV는 최대 시속 100㎞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 20여 종류의 파생차량이 있다. 초기에는 BAE 시스템스가 생산했으나 지금은 오시코시가 FMTV를 납품하고 있다. BAE 시스템스가 생산한 물량만 5만여대가 넘으며, 오시코시도 3만6000대를 만들었다. 미 육군은 올해 초 기존 FMTV보다 적재량, 승차감, 기동성을 높이고 전자제어주행안전장치 등이 추가된 FMTV A2를 주문, 2020년 이후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FMTV와 유사한 컨셉의 군용차량을 이제야 개발하는 우리나라보다 20여년 앞서 있는 셈이다.
미 육군의 FMTV. 사용목적에 따라 다양한 버전이 운용중이다. 오시코시 제공
이에 따라 육군의 중형표준차량이 갖춰야 할 성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진국들이 기존에 적용했던 사양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 기술을 활용, 선진국에서 적용하기 시작한 최신 기술이나 개념을 능동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2.5t과 5t 트럭은 최소한의 방어장비를 갖추고, 5t 방탄차량은 사수가 차량 밖으로 몸을 내밀지 않아도 실내에서 사격이 가능한 원격조종기관총과 화생방 방호장비, 적 경보병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능동형 방호체계 등과 함께 작전 진행 상황을 실시간 점검할 수 있는 C4I 단말기 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은 트럭에 장갑판과 기관총을 장착한 건 트럭을 운용한바 있다. 미 육군 제공
이밖에도 운전석의 방호력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라크전쟁 당시 무장세력은 미군 트럭의 운전석을 집중 공격, 트럭의 기동성을 마비시켰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군용트럭은 운전석 안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