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그냥 나 내려줘. 이러다 누나 죽으면 안 되잖아."
수심은 130cm. 키 153cm인 누나는 목까지만 물이 차올랐지만 140cm인 동생은 업히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었다.
누나는 등에 업힌 동생에게 "어른들이 구해줄 거야"라며 안심시켰지만 추위와 공포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동생과 함께 아래로 추락할 때 어깨와 허벅지를 심하게 부딪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등에 업혀 있는 동생이 흘러내릴까 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남매는 근처 공부방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건이는 펌프장 위를 덮고 있던 가로 2m, 세로 60cm 철판 위에서 초등학생 7명이 뛰는 소리를 듣고 발길을 옮겼다. 1m 높이의 울타리가 있었지만 작은 구멍 아래로 들어갔다. 건이는 아이들이 떠나자마자 그 위로 올라가 똑같이 뛰었다. 민이는 1, 2분쯤 이 광경을 지켜보다 "집에 가자"며 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 순간 철판이 구부러지면서 건이가 아래로 떨어졌고 손을 잡고 있던 민이까지 빨려 들어갔다.
비가 많이 오면 이곳에 물을 가뒀다가 그친 뒤 물을 퍼낸다.
최근 날이 가물어 이날은 다행히 수심이 1.3m밖에 되지 않았다.
물이 차 있을 때 빠지면 성인도 익사 위험이 높아 주변에 울타리가 쳐져 있지만
동네 아이들은 이 울타리를 넘어가 철판 위에서 자주 뛰어놀았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경찰은 담당 공무원을 소환해 펌프장 주변 안전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민이의 목소리를 들은 중학생이 인근 공부방 교사에게 알려 주민들이 구조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이들은 "정신 차리고 있어라. 소방관이 오고 있으니 걱정 마"라며 용기를 북돋웠다.
민이는 "떨어진 뒤 동생이 허우적거려 얼른 업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학교 갈 때도 동생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데 많이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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