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리갈하이를 너무 재밌게 봤던 팬으로서
한국에서 리메이크 된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기대했던 사람이었음
(이후 편의상 호칭을 '원작'과 '리멬'으로 하겠음)
개인적으로 원작이 재밌었던 이유는
1) 러브라인이 없다
-한국드라마에서 러브라인 질리도록 봐서 이제는 드라마에서 애정어린 눈빛으로 쳐다만 봐도 토가 나올 지경.
2) 주인공의 일관된 개객끼 모습
-일본 코믹물에서는 발랄한 쓰레기인성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씹진지캐로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한결 같은 개객끼임...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
주인공은 화학공장 폐기물에 고통 받는 노인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운다.
결국 재판은 승소했지만
이 재판을 위해 내부고발을 한 화학회사의 여직원이 '방치상태(아무 일도 안 시키는 상태)'가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에 그 여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하는데
주인공이 회사측 변호인으로 나온다....
본인이 노인들측 변호인으로 나와서 화학회사를 무너뜨려 놓고는
그 다음 재판에는 돈 많이 준다고 화학회사 변호인으로 가버림
3) 온갖 잡기술을 통해 법정 밖에서 승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 얼마 전 유저 개드립에 '리갈하이는 법정 밖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걸로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었는데
원작에서도 주인공은 법정 밖에서 더 빛을 발하는 타입임
매스컴을 통한 여론몰이에 굉장히 능통하고(여론몰이를 통해 상대측을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함)
상대측에 스파이를 심어놓는 것은 기본
화학공장의 폐기물이 근처로 퍼진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 인근 땅을 전부 사버리기도 하는 등
이기기 위해선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시즌1 4번째 에피소드
주인공의 장외난투가 메인으로 나오는 에피소드.
건설회사에서 아파트를 하나 세우려고 하는데 이 아파트가 너무 높아
인근 주민들의 일조권(햇빛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하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연합하여 건설회사에게 '건설 취소 또는 피해배상금'을 요구하는데
머릿수가 많아야 더 힘을 얻는다는 생각 때문에
주변에 사는 주민이면 아무나 연합에 끌어들이게 된다.
(실제로는 건설회사를 압박하여 돈을 타내는 것이 목적임)
주인공은 이 헛점을 파고들어
주민 연합을 '별 피해도 없으면서 돈 때문에 시위하는 나쁜 놈들'로 만들어 버린다.
(실제로도 그렇긴 하다..)
거기에다 미리 심어둔 스파이(근처의 음지인 집에 이사하라고 시켜뒀음)을 통해
피니쉬 블로를 날려버린다.
이를 통해 주민 연합은 완전히 와해되고
핵심인물들은 맨투맨으로 압박하여 합의시킴으로써
의뢰인의 뜻대로 재판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4) 백전백승의 재판
- 주인공은 드라마 내에서 단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무패의 변호사로 나옴.
그리고 드라마의 모든 재판에서도 전부 승리한다.
가끔 너무 드럽게 이기기도 하지만 불리한 재판도 뒤집어버리는 장면은 볼 때마다 시원하다.
이런 매력들로 원작에 굉장히 빠져있었는데
이번에 한국판 나온다는 얘기 듣고서 어디서는 뭐 메갈하이다 뭐다 했지만
원작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두근두근하는 맘으로 리멬 1화, 2화를 봤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
3편부턴 못 볼 것 같다
리멬도 나름 장점이 있긴 한데..
모르겠다 장점이라기 보다는 '그나마' 다행인 점인거 같기도 하고
장점부터 좀 보자면
1) 진구가 생각보다 코믹 연기를 잘한다
- 예고편을 보고서 원작이랑 괴리감을 너무 크게 느껴서 제일 걱정했던 부분인데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함
어쩌면 내가 원작팬이라 '제발 잘해줘 제발 어색하지 말아줘'하는 맘으로 봐서 그럴 수도 있음
여튼 연기는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연기가 아니라 배우 그 자체였음
이 부분은 이따 단점에서 다시 말할게...
2) 원작을 나름 잘 살린 연출들
- 원작의 연출들을 나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음
근데 사실 말 그대로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뿐이지 잘 살리진 못했... 맞다 지금 장점 말하는 중이었지...
3) 리메이크를 했다
- 원작팬이기 때문에 그냥 이런 것도 장점으로 보임...
그래.. 리메이크를 한 것 자체가 고마운 면도 있긴 하지...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서 단점들을 좀 말해볼게
사실 이거 말하고 싶어서 쓴 글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최대한 줄여서 써봄
1) 미스 캐스팅
- 캐스팅에 굉장한 불만이 있는데 이건 단지 '원작이랑 달라서'가 아니라 그 배역에 맞지 않아서임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주인공인 '진구'.
위에 말했듯이 진구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보지만 문제는 진구 그 자체임.
진구라는 배우 자체가 그 배역에 너무나도 어울리지가 않음
리멬은 올릴 수가 없어서 여기서 바로 비교를 못해주는데
볼 수 있는 사람은 1화 끝부분쯤에 나오니 이거랑 함 비교해보셈
(입만 열면 어색함이 새어나옴. 무조껀↗ 승소해, 무죄로↗ 만들어주지, 돈을↗ 가져오라고 돈↗)
거의 동일한 대사를 하는데도 대사처리의 수준이 하늘과 땅
주인공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장면인데
진구의 저 모습은 도저히 끝까지 못 볼 정도로 극악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집사로 나오는 이순재님은 캐릭터에 비해 체격이 왜소하신 편이라 좀 안 어울림
주인공 집사가 여기저기에서 운동도 많이 하고 각국의 전통요리, 암산에다 뭐 무술도 이것저것 많이 한 사람으로 나오는데
본래 캐릭터가 집사 겸 보디가드 겸 사무관임
그래서 리멬 1화에서 이순재님이 '제가 브라질에서 유술계에 몸 담은 적이 있습니다' 하실 때 너무 안 어울렸음...
(원작의 집사인 '핫토리'. 체격이 좋아 왕년에 운동을 했다고 해도 납득이 간다)
(개인적으로 집사 역할에는 이순재님보다 백일섭님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진구의 상대편으로 나오는 서은수도 맘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괜찮은거 같다
캐스팅 중에서는 B&G 로펌쪽의 캐스팅은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함
특히 바보스런 변호사 역할의 정상훈은 리멬의 캐스팅 중에서 제일 잘했다고 봄
2) 철저히 여성들을 겨냥해 리메이크 된 시나리오
- 리멬 1화, 2화 보면서 제일 크게 느꼈던 점인데 정말 맘에 안 드는 부분임
원작에도 없고 개연성도 없는 성추행씬은 왜 넣었는지도 모르겠고
(성추행을 당함으로써 약자들에 대한 공감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것도 아님. 심지어 그냥 당한 것도 아니고 주먹으로 몇 대 갈겼음)
서은수의 힘든 환경은 왜 만들어내서 자꾸 강조하는건지(원작에서는 없던 설정임)
정상훈은 왜 쓸데없이 자꾸 서은수를 괴롭혀대는건지(이 또한 원작에서는 없던 설정)
갑자기 복싱은 왜 시켜서 잊을만하면 자꾸 복싱씬이 튀어나오는건지(당연히도 없던 설정임....)
보고 있으면 어려운 환경의 여자 변호사가 성장해나가는 일대기를 메인으로 잡고 있는게 아닌가 싶음
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분량의 대부분이 서은수고 진구는 얼마 나오지도 않음
이게 무슨 뜻이냐면
이야기를 진행하는 주체가 원작과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것.
원작의 여주인공 또한 많은 분량을 차지하긴 하지만
리멬처럼 본인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셜록홈즈의 왓슨박사처럼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따라가는 역할임
즉, 리멬은 주인공을 남자에서 여자로 교체하여 철저히 '여성 시청자'를 겨낭해서 만들었다는 것임
이런 과정에서 원작의 매력은 형체를 알 수 없게 뭉게져버리고
리갈하이의 탈은 쓴 메갈하이가 돼버리는거지...
대체 여자들은 평소에 뭘그리 쏴붙이고 싶은건지
드라마 내내 남자한테 큰소리 치거나 말로 쏴붙이거나 주먹으로 치려고 하거나..
이런 장면들이 자꾸 나오는게 여자들한테 대리만족을 주고 싶어하는거 같은데 참..
3) 이해가 안되는 컷편집들
- JTBC 드라마들 특징 중 하나가 드럽게 지루함
잔잔한 분위기가 좋아미치겠는지 예전 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도 1화 보다가 지루해서 뒷부분은 보지도 못함
이건 뭐 누구 하나 만나면 반가워하고 웃으면서 배경보고 햇살 비추고 하는데만 5분이야
이런식으로 내용은 진행도 안되고 씬 하나하나가 드럽게 길어서 겁나 지루함
그나마 이런식으로 계속하면 일관성이라도 있는데
리멬 리갈하이는 쓸데없는 장면은 더럽게 길고 또 어떤 부분은 정신없이 빨리 지나가버림
대표적인게 리멬 1화에 서은수가 의뢰인 면회하는 씬인데,
의뢰인이 굉장히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서은수가 '꼭 이 억울함을 풀어줘야해'하고 다짐하는 장면임.
근데 씨바 이건 뭐 남자애가 자포자기해서 "깜빵갈래.. 소용없어...ㅠ" 이 얘기만 반복하다 갑자기 뭔 과거회상을 하고
다시보니까 남자애는 아직도 "다 소용없어...ㅠ"이러고 앉았는데 이게 5분짜리 씬임
이 장면은 솔직히 이렇게까지 강조 안했어도 되는 장면이었는데 너무 루즈했다
4) 개소리
- 리갈하이 자체가 진지한 재판 드라마가 아니라서 법리적으로 깊게 파고들진 않지만
판사를 감동 시켜서 무죄를 만들었다는건 원작에서도 안나오는 개소리임;;;
원작에서도 궤변을 늘어놓긴 하지만 최소한 재판의 기본 룰은 지킴
(재판은 물적증거, 정황증거, 증인들의 증언으로 이뤄지며 판사는 이를 종합하여 유죄인지 무죄인지, 유죄라면 기준형량에서 어느정도인지를 판단)
근데 리멬에서는 진구가 말도 안되게 불리한 재판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하는데 이게 판사의 어릴적 힘든 시절 얘기라서 감동받고 무죄 줬다는 개쌉소리를 하는데
그뒤의 대사가 더 가관임
서은수: 설마 그게 판결에 영향을 줬다고?
친구 : 야, 법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야. 판사도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감정의 동물이라구.
원작은 코믹물이라곤 해도 아예 개소리는 안했는데 이건 Cva 무슨
판사가 공감능력으로 형을 깎아줘?
원작이 재판을 우스꽝스럽게 그렸어도 욕을 안 먹었던건 재판 내용은 개소리가 아니어서 그랬던거지
아무 개소리나 늘어놓고도 웃기니까 그런게 아님
아니 저런식으로 무죄 따낼 수 있으면 리멬에선 뭐하러 증거 찾고 증인 찾아 돌아다니나 몰라
그냥 Cva 판사 뒷조사해서 감정팔이하면 무죄 나오는걸
리멬 봤던 애들은 '저 얘기 말고 나머지 재판 과정은 논리적이던데?' 할 수 있는데
그 나머지 재판들은 전부 원작에서 그대로 따온 내용임
즉, 리멬에서 새로 만든 재판은 저 개소리 재판 뿐
그 외에도 할 말이 정말 많은데 더는 시간 없어서 못 쓰겠다
왜 1화 짜리 에피소드를 3화에 걸쳐서 끝내는지,
대체 왜 난잡하게 이 얘기도 하고 저 얘기도 했다가 마무리도 안하고 또 딴얘기를 하면서 진행하는지...
정말 기대했던 팬으로서 실망감이 너무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