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한 아들, 10분간 학교 복도서 창문 밖만 바라봐"

내일로또1등 작성일 19.03.26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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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10시45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중학교. 3교시 체육 시간이었지만 4층 한 교실엔 3학년 김모(15)군이 혼자 남아있었다. 20분가량 교실에서 머무르던 김군은 갑자기 5층으로 향했다. 김군은 5층 복도 창밖으로 체육수업 중이던 친구들을 10분 정도 바라봤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김군은 4층 교실로 향했으나, 친구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다시 5층으로 갔다.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장면은 해당 중학교 폐쇄회로TV(CCTV)에 그대로 담겼다. 김군은 이날 오전 2교시 도덕 시간 교사에게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며 꾸지람을 들었다. 도덕 교사가 감기에 걸려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김군은 “성인물이 아니라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삽화가 든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맞섰다. 이에 도덕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이 웃었다. 도덕 교사는 김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인 체육 시간이 끝날 때쯤 김군은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혼자 남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포항북부경찰서와 유족에 따르면 김군이 읽은 책은 15세 미만 구독 불가의 소설책이다. 장르는 전쟁 판타지다. 김군의 빈소에서 만난 김군 아버지는 “교사가 표지라도 봤으면 아들에게 ‘성인물을 봤다’며 나무라지 못했을 것”이라며 “물론 자습시간에 소설책을 본 건 아이의 잘못이지만, 교사들의 배려가 있었다면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군은 투신 직전 자신의 도덕 교과서에 유서형 글을 남겼다. 내용은 “무시 받았다. 내용도 똑바로 안 보고 서브컬처를 무시했다. 학교에서 따돌림받기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 살기 싫다”고 썼다.    

학교 측은 체육 시간에 김군이 나오지 않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반장이 김군에게 “체육 시간인데 왜 안 나가느냐”고 했지만, 김군은 “나가기 싫다”고만 답했다. 이후 김군이 혼자 교실에 머무르는 동안 교실에 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경북교육청 따르면 김군 1학년 입학 후 실시하는 심리상담 때 소극적인 성격으로 관심 학생으로 분류됐다. 김군의 아버지는 “입학 후 괜찮아지면서 2학년 때부턴 관심 학생 지정이 해제됐고, 큰 말썽을 일으킨 적도 없었다”며 “평소 만화 등 영상에 관심이 많았고 도덕 교사에 대해선 ‘좋아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해왔다”고 했다.    

실제 사건 당일 1교시 국어 시간에 김군은 자신의 국어교과서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칸에 ‘도덕 선생님’이라고 썼다. 이유는 ‘올바르고 정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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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의 아버지는 “좋아했던 도덕 교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채 망신을 주고 20분 동안 성인도 하기 힘든 얼차려를 반 전체가 보는 가운데 교탁 앞에서 받았다”며 “체육 시간에 누구라도 한번 교실에 들렀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훔쳤다.    

김군의 친구들은 현재 학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등 여부는 유족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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