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의하면 정조는 술을 센 편이었고, 주량으로 따진다면 역대 군왕 중 1위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약용은 술을 기피했다. 그러나 정약용이 술을 못 마시는 것은 아니였다. 술에 대해 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술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처럼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과 혀를 적시기도 전에 직접 목구멍으로 넣는데 그래서야 무슨 맛이 있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이 붉은 귀신처럼 되고 토악질을 하고 잠에 골아 떨어져 버린다면 무슨 정취가 있겠느냐.”
그런 정약용에게 정조는 술을 권하며 불취무귀(不醉無歸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마라)라고 했다. 정약용은 귀양살이 중에도 아들들이 술을 마신다는 말을 듣고 술 마시지 말고 학문에 정진할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보낸다.
“벼슬하기 전에 중희당에서 세 번 일등 한 덕택에 소주를 옥필통에 가득 따라서 하사 하시기에 사양하지 못하고 다 마시면서 혼잣말로 “오늘은 죽었구나” 했는데 그렇게 심하게 취하지 않고 또 춘당대에서 임금을 모시고 공부하던 중 좋은 술을 큰 사발로 하나씩 하사 받았는데 그 때 여러 학사들이 곤드레만드레 되어 정신을 잃고 혹 남쪽을 향해 절을 하고 더러는 자리에 누워 뒹굴고 하였지만 나는 내가 읽을 책을 다 읽어 내 차례를 마칠 때까지 조금도 착오 없게 하였다. 다만 퇴근할 때 조금 취기가 있었을 뿐 이었다. 그랬지만 너희들은 지난 날 내가 술을 마실 때 반 잔 이상 마시는 것을 본적이 있느냐?”
아들에게 보낸 편지로 볼 때 정약용을 술을 마셔도 몸가짐이 단정하고 술 마신 것을 겉으로 나타내는 성격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정약용에게 정조는 “주량대로 다 마셔라”고 말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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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완전 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