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훈련 '20㎞ 완전군장 행군' 없어지나
육군 "이달말까지 '행군없는 신병훈련' 시범적용"…찬반 엇갈려
신병훈련, 해군 6주→5주 연말까지 시범…공군, 5주→4주 축소
육·해·공군·해병대가 병사 복무기간 단축 여파로 신병 훈련교육 기간을 1주씩 줄였거나, 1주 단축안을 시범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사(戰士) 즉 정예신병을 키워내는 데 부작용이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과 함께 1주를 단축해도 신병 전투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육군에 따르면 현재 5주인 신병훈련 기간을 4주로 단축해 시범 시행하고 있다. 1주를 단축해도 신병 전투력에 문제가 없는지를 측정하고자 '시범적으로' 하고 있다.
육군훈련소 1개 연대와 1개 보병사단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4주 훈련'을 시범 적용한다. 육군은 시범 적용이 종료되면 국방부 등 상급부대와 협의해 연내에 1주 단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신병훈련 기간단축 시범 적용은 '20㎞ 완전군장 행군'을 제외할 것인지가 신병훈련 단축의 핵심이다. 20㎞ 완전군장 행군 없이 배출되는 신병과 행군을 마치고 각급 부대에 배치되는 신병의 체력 및 전투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신병 훈련 기간을 5주에서 4주로 줄이는 것을 확정하면 완전군장 행군은 없어지게 된다.
통상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면 1주 차에는 정신교육 및 제식훈련을 통해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자세와 자질을 연마한다. 2∼5주 차에는 신병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능력인 기본 전투기술에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비교적 난도가 낮은 경계·화생방 등의 과목을 먼저 익히고, 이후 반복 숙달이 필요한 개인화기와 각개전투, 20㎞ 완전군장 행군 순으로 신병훈련 및 교육이 진행된다.
여기서 마지막 5주 차에 시행하는 무게 30㎏의 완전군장 행군은 신병훈련의 대미(大尾)로 꼽힌다. 20㎞를 행군하는 동안 뒤처지는 전우의 짐을 대신 메거나 용기를 북돋우는 과정에서 특별한 전우애가 싹튼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완전군장 행군은 동기들과 전우애와 협동심을 발휘해가며 단결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완전군장 행군의 이런 장점 때문에 육군은 폐지를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행군은 훈련 이상의 의미가 있는 신병 교육훈련 과목"이라며 "시범 부대의 운영 결과를 과학적으로 평가·분석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육군 측은 "용사들이 야전에 배치되는 즉시 당장 싸울 수 있는 즉각적인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신병 교육훈련의 목적"이라고 말해 '완전군장 행군' 유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신병 훈련 기간에 '행군' 과목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장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단독군장'을 하게 하고, 거리를 줄여 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한다.
그러나 신병 훈련기간에 꼭 20㎞ 완전군장 행군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훈련소를 마치고 배치되는 야전부대에서 각종 야외훈련을 하기 때문에 신병이 전투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기초 체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20㎞ 행군의 목적이 기초 체력을 키우자는 측면도 있다"면서 "만약 완전군장 행군을 폐지할 경우 야전부대에서 그 실정에 맞는 기초체력훈련을 시행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해군과 공군, 해병대도 신병훈련 때 행군을 한다.
해군은 4주 차에 개인화기를 들고 철모, 수통, 탄통을 차는 '단독군장'으로 19.6㎞의 '시루봉 행군'을 하고 있다. 다만, 해군은 작년까지 6주였던 신병 훈련 기간을 5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1년 간 5주를 시범 시행한 후 그 평가를 바탕으로 완전 시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작년 기본군사훈련 기간을 5주에서 4주로 단축한 공군도 마지막 주에 완전군장 행군을 한다. 무게 18.7㎏의 등짐을 지고 기지 외곽도로를 따라 17.5㎞를 행군하고 있다. 이 행군에 빠질 경우 기본군사훈련 점수는 확 깎인다.
작년까지 신병훈련 7주였던 해병대는 지난 2월부터 6주로 줄였지만, 행군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25㎏의 완전군장으로 30여㎞를 걸어가는 '천자봉 행군'을 마쳐야 진정한 해병을 상징하는 '빨간 명찰'을 달 수 있다.
국방부는 병사 복무기간 단축이 신병 훈련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 일단 각 군에 시행을 일임한 상황이다. 각 군이 형편에 맞는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자율적으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작년 10월 1일 전역예정 병사부터 복무기간 단축 혜택을 줬다. 복무 단축은 2주마다 하루씩 3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져, 2020년 6월 15일에 입대하는 병사부터 육군 기준으로 지금보다 3개월 줄어든 18개월간 복무한 뒤 전역한다.
복무기간은 육군과 해병대는 현재 21개월에서 3개월 단축돼 18개월로, 해군은 23개월에서 3개월 단축돼 20개월로 각각 줄어든다. 24개월을 복무하는 공군은 지난 2004년 1개월이 줄었기 때문에 2개월만 단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