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후유증 시달려
시인 황병승씨가 23일 경기도 양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고영 시인 등 생전 친분이 있던 시인들에 따르면, 고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아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23일 경찰과 함께 고인의 집을 찾았다가 숨진 사실을 발견했다. 경찰은 숨진 지 20일가량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원당 세브란스 병원에 임시 안치된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1970년생인 고인은 2005년 첫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로 큰 주목을 받았다. 기표의 놀이, 분열된 주체의 시선을 통해 욕망과 충동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낯선 세계라는 평단의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감수성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젊은 시인으로 꼽혔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미학 문법이라는 의미에서 '미래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문단에 번진 미투 폭로 현상 속에서 고인이 강의를 나갔던 서울예대 캠퍼스에 성추문을 폭로하는 대자보가 붙으며 타격을 받았다. 주변 시인들에 따르면 최근 우울증과 대인기피 증세를 보였고 심각한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렸다. 고인의 외삼촌 김용혁씨는 "최근 식사를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알코올 의존증을 보였다.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데다 글 쓰는 사람 특유의 성향이 복합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고인의 장례는 25~27일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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