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복판에 첫 전시된 소녀상...일본 관람객 "가슴이 온통 흔들렸다"

이병찬 작성일 19.08.02 09: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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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이 1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그후’에서 전시되고 있다. 왼쪽은 사진가 안세홍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진. 

 

하얀 장막을 걷고 들어가, ‘태평양전쟁 책임자’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1901~1989년)의 사진을 콜라주한 회화 작품을 지나자, 오른쪽 저편에 ‘그 소녀’가 앉아 있다.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 단정히 두 손을 모은 단발머리 소녀. 그 옆의 빈 의자는 어서 와서 앉으라는 것 같다. 소녀 뒤로 비치는 할머니의 그림자. 그리고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우다”라고 적힌 평화비.


“가슴이 온통 흔들려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소녀상에 다가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시작된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 8층 전시실. 이름을 한사코 밝히길 꺼린 51세 여성(나고야 거주)은 좀체 말을 잇지 못했다. 전시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를 조금 넘겨 온 이 여성은 소녀상 근처를 좀체 떠나지 못했다.이쪽저쪽에서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설명문도 끝까지 읽었다. 소녀상 전시 소식을 듣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보지 못할까” 싶어 서둘러왔다.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소녀상의 이름이 일본에서 말하는 ‘위안부상’이 아니라 것도. 

“방송을 통해 알고 생각해온 것과는 전혀 달라 놀랐어요. 정치 문제와 상관없이 사람에 대한, 여성에 대한 감정으로 대하고 싶습니다. 옆에 앉아보고도 싶은데 어떨까요.”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제작한 소녀상은 이날 개막된 일본 최대규모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에 출품됐다. 소녀상이 평화비, 그림자 등과 함께 온전한 모습으로 일본 공공미술관에 전시된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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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된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그후’에서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을 한 일본인 관람객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 

 

전시를 준비한 측도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이다. 이날 오전 주최 측, 변호사 등과 함께 경비 문제를 논의했다. 전날 소녀상 전시 소식이 알려진 뒤 주최 측에 항의 전화가 150통 가까이 왔다. 이날도 우익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전시장을 찼았다고 한다. 전시를 준비한 측은 “이번 주말이 고비”라고 했다. 전시 준비에 참여한 출판편집자 오카모토 유카는 “이번 예술제에는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이들의 응원이 널리 퍼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서경 작가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불안해하는 반응도 있는 걸 안다”면서도 전날 있었던 사전공개행사 얘기를 들려줬다. 예술제에 참가한 작가 엄마를 따라온 10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서 줄곧 소녀상을 응시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소녀상 어깨 위에 앉아있는 작은 새를 보면서 “소녀가 외로울까봐 앉았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작가는 “소녀상을 만들 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전했다. 

전시된 소녀상 오른쪽에는 사진가 안세홍의 작품 8점이 걸려 있다.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를 한지(韓紙)에 인화한 흑백사진들로, 2012년 ‘니콘살롱’이 전시를 거부해 논란이 됐던 것이다. 반대편에는 2017년 일본 군마현 근대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다가 전시 거부를 당한 조형물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가 소녀상을 지켜보듯 서있다. 이번 전시는 10월1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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