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이 1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그후’에서 전시되고 있다. 왼쪽은 사진가 안세홍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사진.
하얀 장막을 걷고 들어가, ‘태평양전쟁 책임자’인 히로히토(裕仁) 전 일왕(1901~1989년)의 사진을 콜라주한 회화 작품을 지나자, 오른쪽 저편에 ‘그 소녀’가 앉아 있다. 검정 치마와 흰 저고리, 단정히 두 손을 모은 단발머리 소녀. 그 옆의 빈 의자는 어서 와서 앉으라는 것 같다. 소녀 뒤로 비치는 할머니의 그림자. 그리고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우다”라고 적힌 평화비.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제작한 소녀상은 이날 개막된 일본 최대규모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에 출품됐다. 소녀상이 평화비, 그림자 등과 함께 온전한 모습으로 일본 공공미술관에 전시된 건 처음이다.
일 일본 나고야에서 개막된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의 ‘표현의 부자유-그후’에서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을 한 일본인 관람객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
전시를 준비한 측도 ‘기대 반 불안 반’의 심정이다. 이날 오전 주최 측, 변호사 등과 함께 경비 문제를 논의했다. 전날 소녀상 전시 소식이 알려진 뒤 주최 측에 항의 전화가 150통 가까이 왔다. 이날도 우익으로 보이는 이들이 상황을 살피기 위해 전시장을 찼았다고 한다. 전시를 준비한 측은 “이번 주말이 고비”라고 했다. 전시 준비에 참여한 출판편집자 오카모토 유카는 “이번 예술제에는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이들의 응원이 널리 퍼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된 소녀상 오른쪽에는 사진가 안세홍의 작품 8점이 걸려 있다.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피해자를 한지(韓紙)에 인화한 흑백사진들로, 2012년 ‘니콘살롱’이 전시를 거부해 논란이 됐던 것이다. 반대편에는 2017년 일본 군마현 근대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다가 전시 거부를 당한 조형물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가 소녀상을 지켜보듯 서있다. 이번 전시는 10월14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