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군 마치면 육군은 '군번', 해병대는 '빨간명찰' 수여
육군은 올해 초 신병훈련 기간 1주 단축을 검토하면서 '완전군장 행군' 폐지 또는 축소 여부도 함께 고민했지만, 결국 훈련 기간 5주와 완전군장 행군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지금까지 시행해온 완전군장 행군이 동기들과 전우애 및 협동심을 발휘해가며 단결력을 기르는 중요한 신병 훈련 과정이란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행군하는 동안 뒤처지는 전우의 짐을 대신 메거나 용기를 북돋우는 과정에서 특별한 전우애가 싹트기 때문에 유지하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더욱이 올해 전반기에 시행된 완전군장 행군과 신병훈련에 관한 시험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육군훈련소 1개 연대와 1개 보병사단을 대상으로 완전군장 행군을 하지 않은 신병과 행군을 한 신병의 전투기술 및 체력을 평가한 결과, 완전군장 행군을 한 신병의 전투기술 및 체력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측정됐다.
육군이 지난 9일 20㎞ 완전군장 행군을 계속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측정치가 반영됐다.
완전군장 행군은 체력 및 정신적으로 극한의 한계에 도달하는 신병 훈련의 마지막 관문이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드디어 '신병 딱지'를 뗀다.
육군은 신병이 메야 할 완전군장의 무게를 여름철 16.5㎏, 겨울철 20㎏가량으로 고정했다. 겨울철은 침낭 때문에 무게가 더 나간다고 육군의 한 관계자는 13일 전했다.
내년 1월부터는 4주 훈련 기간 마지막 날에 완전군장을 메고 20㎞ 철야 행군을 해야 한다.
육군 뿐 아니라 해·공군·해병대도 '정예 신병' 양성을 위해 신병 교육훈련 기간 완전군장 행군을 해당 군의 특성에 맞게 정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해병대는 20㎏의 완전군장으로 38㎞를 걸어가는 '천자봉 행군'을 마쳐야 진정한 해병으로 태어난다.
해병은 수색·정찰 등 특수임무 능력도 배양해야 해서 행군 훈련이 잦다. 작년까지 신병훈련 7주였던 해병대는 지난 2월부터 6주로 줄였지만, 행군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신병이 훈련 기간 행군하는 전체 거리는 76.8㎞가량이다.
해군과 공군도 신병훈련 때 행군을 한다.
해군은 4주 차에 개인화기를 들고 철모, 수통, 탄통을 차는 '단독군장'으로 19.6㎞의 '시루봉 행군'을 하고 있다.
작년 기본군사훈련 기간을 5주에서 4주로 단축한 공군은 마지막 주에 완전군장 행군을 한다. 무게 18.7㎏의 등짐을 지고 기지 외곽도로를 따라 17.5㎞를 행군한다. 이 행군에 빠질 경우 기본군사훈련 점수는 확 깎인다.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나면 육군은 '전사 인증식'을 할 방침이다. 이 인증식에서 훈련을 마친 신병에게 군번이 새겨진 인식표를 수여한다. 해병대도 천자봉 행군을 마치면 '진정한 해병'이란 의미로 '빨간 명찰'을 수여한다.
국방부가 병사 복무기간 단축에도 신병 훈련을 강화하는 것은 각급 부대에 배치되는 순간부터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작년 10월 1일 전역 예정 병사부터 복무기간 단축 혜택을 줬다. 복무 단축은 2주마다 하루씩 3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뤄져, 2020년 6월 15일에 입대하는 병사부터 육군 기준으로 지금보다 3개월 줄어든 18개월간 복무한 뒤 전역한다.
복무기간은 육군과 해병대는 현재 21개월에서 3개월 단축돼 18개월로, 해군은 23개월에서 3개월 단축돼 20개월로 각각 줄어든다. 24개월을 복무하는 공군은 지난 2004년 1개월이 줄었기 때문에 2개월만 단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