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몰카 찍어 공유하고 노골적인 성적 험담..서울 양천구 A 중학교 집단 성희롱 파문

머릿속기생충 작성일 19.11.29 14: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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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남학생 10여명이 채팅방에서 수개월간 여학생 성희롱

학교는 피해 학생에게 해당 내용 수기로 적으라 지시..부모들 '2차 가해' 분통

학폭위 열렸지만..피해 부모들 "같은 고등학교 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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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아빠. 나 친구들한테 성희롱 당한 것 같아….”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중학교 3학년 A 양의 부모는 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남자아이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성희롱을 했다는 얘기가 있어 실제로 확인해 보니 자신도 피해자였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확인한 채팅방의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남학생들은 ‘여자는 XX으면 그만이다’, ‘○○ 빨고 싶다’는 등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혐오발언을 쏟아냈다. 가해 학생들은 누군가 여학생을 몰래 찍은 사진을 올리면 ‘잘 좀 찍어라’, ‘저거 갖고서 어떻게 X을 치냐’는 등 음담패설을 주고 받았다. 부모는 “딸아이가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남학생들이 비뚤어진 성적 가치관을 갖고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또 사회에 나갈까봐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서울 양천구 소재 한 중학교에서 ‘페이스북 메신저 단체 채팅방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교 3학년 재학중인 남학생 14명이 페이스북 메신저 채팅방을 통해 여학생 수십명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언어 성폭력을 벌인 사건이다. 가해 학생 일부는 1학년 때부터 수년간 단체 채팅방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피해자만 40여명에 달한다. 취재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카페에서 피해 학생 부모들과 학생을 직접 만났다.

▶‘○○ 먹고 싶다’…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부모들이 공개한 단체 채팅방 성희롱 자료는 캡처사진으로 최소 200장이 넘었다. 가해 학생들은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채팅방 2~3개를 운영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는 여학생들을 지목해 성희롱 발언을 하는 일명 ‘똥개들’ 방이다. 이 방에는 각기 다른 반으로 구성된 9명이 남학생들이 참여했다. 다른 하나는 여학생들의 사진을 공유하는 ‘짤방’이이었는데 5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현재는 없어졌지만 ‘양천구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채팅방도 있었다. 모두 여학생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욕하는 대화 창구로 사용됐던 채팅방들이다.

가해 남학생들은 여성의 성기를 소재로 한 비하 용어를 사용하며 희롱했다. ‘○○ 다리 사진 올려봐’, ‘○○ 가슴을 만졌는데 감촉이 제대로 안 느껴짐’, ‘XX 탱글탱글하다’ 등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주고 받았다. 자신들의 음란 행위에 쓰일 특정 여학생의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짤방’에는 학생들이 몰래 찍은 여학생 사진이나 기존 사진을 합성한 편집 사진들이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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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학생을 상대로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특정 여학생의 체육복을 몰래 훔친 뒤 화장실에서 음란행위를 하자고 논의했다. 한 남학생은 “한명이 X 칠 때 한명은 망 보고 있자”고 부추겼고 다른 학생은 “나도 껴달라”고 맞장구쳤다. 학생들은 “걸리면 큰일난다”며 서로 입단속을 시키기도 했다. 한 학급에서는 실제로 여학생들의 체육복이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 피해 학생 부모는 “얼마전 딸의 체육복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왜 주의하지 않았느냐’고 혼냈는데 딸의 체육복을 남자학생들이 그런 용도로 사용했다니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피해 내용 손으로 작성하라”…학교의 2차 가해=또 다른 문제는 학교의 안일한 대응이다. 학교는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여학생들에게 피해 내용을 직접 손으로 작성하게 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절차상 수기로 작성한 피해 내용을 담은 진정서가 필요하는 이유에서였다. 학생들은 남학생들의 성희롱 채팅방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이나 별명을 검색하며 각종 모욕적인 발언들을 종이에 손으로 적었다. 취재진과 만난 한 피해 여학생 B 양은 “이름을 검색하니까 몇건 안나왔는데 별명을 치니 한꺼번에 70건이 넘는 성희롱 발언이 쏟아졌다”며 “모두 쓰니 A4 용지 2장이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해 부모들은 학교의 ‘2차 가해’라고 분노했다. B양 부모는 “성희롱 채팅방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캡처한 기록들도 있는데 왜 굳이 피해 학생들에게 이를 손으로 적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학교가 피해 학생들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고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양의 부모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가 손으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성적 비하 발언들을 손으로 눌러가며 적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피해학생과 가해 학생을 마주 앉히고 ‘사과의 시간’을 가진 교사도 있었다. 목격한 학생에 따르면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담임교사가 피해학생 4명과 가해학생 4명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대화를 하라고 지시했다. 피해 여학생들은 나머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성희롱 내용에 대해 말을 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교사가 학생 인권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교사는 뒤늦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 피해 학생 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 항의를 하자 사건이 알려진지 3일만에 가해 학생에 대한 출석 정지처분을 내렸다. 피해 학생 C 양의 부모는 “아이가 집에와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루종일 울기만 했다”며 “학교에서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학교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학교 관계자는 “절차에 맞게 학폭위를 열었고 진행중인 사안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강제 전학 가더라도 고등학교 때 만날까 두려워”=현재 해당 사건은 학폭위에 회부된 상태다. 지난 26일 오후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 중 피해 진술서 작성에 동의한 약 35명의 학생과 학부모, 가해자 14명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학폭위 최고 징계인 ‘강제 전학’ 처분이 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해 학생들이 모두 중학교 3학년이기 때문에 피해학생과 고등학교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부모들은 “같은 구에서 고등학교가 배정이 되기 때문에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될까봐 두렵다”며 “성폭력 사건의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 부모들은 가해 학생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학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B 양의 어머니는 “학교에서는 가해학생과 즉각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고, 학폭위 역시 곧바로 열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학교를 믿고 맡긴 부모들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피해자 중 1명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모욕죄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다른 다수의 피해 부모들도 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A 양의 부모는 “학폭위 공식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 이를 반영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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