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이 최근 산은에 수천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풍문 또한 금호그룹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그룹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은 당장 내년 4월에 산은으로부터 빌린 1300억원을 갚아야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회사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장·단기 금융상품을 다 더해도 340억원 수준에 그친다. 금호고속이 들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45.3%) 및 광주 유스퀘어 같은 알짜배기 자산도 이미 채권자에게 담보로 잡힌 상태다. 3천여억원의 매각 자금이 금호산업에 들어온다지만, 금호고속과 별개의 회사인 데다 이 돈은 금호산업의 재무 건전성 확보에 대부분 쓰인다.
금호그룹이 금호고속 등을 추가로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산은은 과거 금호그룹이 무리해서 인수했다가 감당하지 못했던 케이디비(KDB)생명(옛 금호생명), 대우건설, 금호타이어를 떠안은 전례가 있어 대출 연장을 포함해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산은이 금호그룹에 지원을 해줬던 데다, 연장을 해줘야 마땅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연장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금호고속의 매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짚었다.
만약 금호고속을 매각하게 되면 총수 일가는 사실상 유일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금호산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금호그룹은 상징성이 있는 금호고속을 지주사로 삼아 지배구조를 개편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된 이상 금호고속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금 등을 바탕으로 금호산업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호산업도 지난 12일 에이치디씨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유입 자금은)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사업 등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