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1993년작, 임권택>
한국영화 최초로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영화.(참고로 서울 기준이다. 전국 추정치는 290만명 정도) 당시에는 멀티플렉스도 없이 단관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고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도 1~20%에 그쳤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작품성과 입소문만으로 흥행을 하면서 서양 문화만 추구하던 당시 대중문화계에 큰 울림을 준 작품. 이로 인해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자체도 크게 늘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영화산업은 사실 거대한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헐리웃을 포함해 전세계 모든 영화산업은 국가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도 좋은 영화가 자생적으로 만들어 지지 않는다면 무의미해진다. 서편제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쉬리, 1999년작, 강제규>
<살인의 추억, 2003년작, 봉준호> <올드보이, 2003년작, 박찬욱>
같은해에 개봉한 이 두 영화는 '웰메이드'라는 말을 전파시킨다. 작품성과 장르적 재미,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국내 관객들에게는 수준높은 국산영화라는 체험을, 해외에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생소했던 이들에게 한국영화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세계 영화사는 시기별로 주목받는 국가의 영화 시장과 흐름이 있는데 193~40년대의 헐리우드 스튜디오 황금기,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1980년대 홍콩 액션 영화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한국영화는 2000년대 중반 부터 이러한 주목을 받게 되는데, 바로 이 두 영화가 '한국영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으며, '어둡고 강렬하며 유머가 섞인 한국 장르 영화'라는 경향에도 영향을 주게된다. 지금도 해외 영화팬들에게 한국영화에 대해서 물으면 이 두 작품의 영향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다.
<하녀, 1960년작, 김기영>
<기생충, 2019년작, 봉준호>
현대의 세계 영화계는 오락성을 갖춘 '즐길거리'로서의 영화와 작품성을 갖춘 '예술'로서의 영화라는 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는 영화가 대중매체로서 갖을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때문에 박스오피스와 깐느 황금종려상의 간극은 수십년 간 멀어져 오고 있었다. 기생충은 깐느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역사상 두번째 영화일 뿐만 아니라 박스오피스에서도 진기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어떤 평론가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영화의 진정한 가치라며 추켜 세운다. 기생충이 지금 당장 이루어낸 업적만으로도 이미 한국영화계를 넘어 세계영화사의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있듯 이 영화의 수십년 후는 지금보다 더 거대해 질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