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계량기통(약혐)

hanin 작성일 20.05.19 2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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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다보면 이런 곳에 대한 어떤 막연한 '감'이란 게 있어.

산책로 쪽이라 거의 매일 여기 옆을 지나가는데

이곳을 지나칠 때면 ㅆㅂ 괜히 뒷통수가 근질거리고 왠지 발등 위로

뭔가가 스르륵 빠른 속도로 기어갈 것만 같았지.

그래서 진짜 큰 맘 먹고 철물점에 가서 4천원 주고 갈고리 한 개 사서 장갑끼고

단단하게 무장하고서 이걸 한번 열어보자고 결심이 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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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열어봤는데... 뜨헉...ㅆㅂ...우글우글...아, 이런 ㅆㅂ....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어.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만 카메라 들이댈 틈도 없이 후다닥 뚜껑을 놓아버렸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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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리고 다시 한 번 천천히 들어올려서 폰카 들이밀고 자세히 찍어봤어.

서로 엉켜있는 놈 두 마리만 미처 도망을 못가고 나머지 놈들은 뚜껑 닫는 바람에

스티로폼 틈새로 다 튀었어.

다행히도 독사는 아니고 뱀 중에 가장 겁많고 순진하다는 누룩뱀 새끼들이더군.

독사 이것들은 낯선 놈이 보이면 안 도망가고 대가리 쳐들고 공격자세 취하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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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내키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지구상의 생명체인데

해치지 않고 담부터 웬만하면 '서로 마주치지 말자'라는 약속(?)을 주고 받고서

처음처럼 있던 고대로 덮어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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