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다보면 이런 곳에 대한 어떤 막연한 '감'이란 게 있어.
산책로 쪽이라 거의 매일 여기 옆을 지나가는데
이곳을 지나칠 때면 ㅆㅂ 괜히 뒷통수가 근질거리고 왠지 발등 위로
뭔가가 스르륵 빠른 속도로 기어갈 것만 같았지.
그래서 진짜 큰 맘 먹고 철물점에 가서 4천원 주고 갈고리 한 개 사서 장갑끼고
단단하게 무장하고서 이걸 한번 열어보자고 결심이 선거야.
슬쩍 열어봤는데... 뜨헉...ㅆㅂ...우글우글...아, 이런 ㅆㅂ....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어.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그만 카메라 들이댈 틈도 없이 후다닥 뚜껑을 놓아버렸지 뭐야.
정신차리고 다시 한 번 천천히 들어올려서 폰카 들이밀고 자세히 찍어봤어.
서로 엉켜있는 놈 두 마리만 미처 도망을 못가고 나머지 놈들은 뚜껑 닫는 바람에
스티로폼 틈새로 다 튀었어.
다행히도 독사는 아니고 뱀 중에 가장 겁많고 순진하다는 누룩뱀 새끼들이더군.
독사 이것들은 낯선 놈이 보이면 안 도망가고 대가리 쳐들고 공격자세 취하거덩.
썩 내키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사는 지구상의 생명체인데
해치지 않고 담부터 웬만하면 '서로 마주치지 말자'라는 약속(?)을 주고 받고서
처음처럼 있던 고대로 덮어주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