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부와 친모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한 9살 피해 초등학생 거주지인 경남 창녕군 한 빌라 11일 모습. 피해 학생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베란다(오른쪽 큰 붉은 선)에서 난간을 통해 옆집(왼쪽 작은 선)으로 넘어갔다. 사진=연합뉴스
9세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해 공분을 산 계부(35)와 친모(27)는 피해 아동이 목숨을 걸고 맨발로 탈출한 뒤에도 양육 지원 수당을 챙기는 데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창녕군 등에 따르면 학대 피해 아동인 A양의 계부와 친모는 그간 A양의 의붓동생 3명을 포함해 총 4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매달 양육수당 등 각종 수당 명목으로 9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들은 A양이 집을 탈출해 입원 중이던 지난 10일 군에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했다. 가정양육수당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시 부모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추가 수당을 주는 제도다.
계부와 친모는 A양의 의붓동생 중 둘째와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다며 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도로 두 사람은 매달 40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여기에 더해 세 자녀 이상을 키울 시 나오는 군에서 지원해주는 출산지원금 1000만원을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던 학대 실태가 알려지는 와중에도 복지혜택을 챙기려했던 것이다.
한편 A양은 지난달 29일 거주지인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 있던 옆집으로 넘어가 맨발로 집에서 빠져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의 진술에 따르면 계부와 친모는 A양이 집을 나가겠다고 반항한다는 이유로 이틀 전부터 A양의 목에 쇠사슬을 묶어 베란다 난간에 감금해놓고 방치했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만 쇠사슬을 풀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사적으로 빌라 밖까지 나온 A양은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계부·친모는 현재 A양의 의붓동생 3명에 대한 법원 임시보호명령이 떨어지자 자해 소동을 벌여 입원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상태가 안정되면 소환이나 강제수사 등을 통해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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