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유학자, 안정복이 본 천주교

여섯줄의시. 작성일 20.08.10 13:04:55 수정일 20.08.10 13:05:48
댓글 10조회 3,591추천 7
adfecbf9f67a0a550511b750601c6ac9_352187.png

 

 

 


조선 후기의 성리학자이자 실학자 안정복(1712~1791)

 

성호 이익의 제자로서 주자학을 신봉하는 정통 성리학자였다. 동사강목이라는 역사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쓴 천학문답에서는 성리학적 논리로서 천주교를 비판하고 있다.

 

 

 

 

 

Q : “우리 유자의 학문이 진정 하늘을 섬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대가 서사(西士)의 학문을 배척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하늘 섬기는건 유교나 천주교나 비슷한거 같은데 왜 천주교만 뭐라 합니까?
 

 

A : “이른바 하늘을 섬기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이쪽은 정당하고 저쪽은 사특하다. 그래서 내가 배척하는 것이다.”

 

= 하늘 섬기는건 둘 다 같지만, 유교는 그 논리가 있고, 천주교는 요사스런 말로 현혹하는 것일 뿐이다.

 

 

 

Q : “예수[耶蘇]는 세상을 구제하는 사람을 이름한 것이니, 성인이 도를 행한 뜻과 다른 점이 없을 듯합니다.”

 

= 예수교는 옛날 세상을 구제하던 '예수'라는 사람을 따라 지은 것인데, 공자께서 도를 행하신 것을 따르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A : “그게 무슨 말인가. 예수의 세상에 대한 구원은 전적으로 후세에 관한 것으로서 천당과 지옥의 설을 통하여 이를 권면하고 징계하지만, 성인이 도리를 행하는 것은 전적으로 현세에 관한 것으로서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것을 통하여 교화를 펼쳐나간다. 그러니 그 공사(公私)의 차이가 자연히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설사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현세에 살면서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여 행실이 온전하고 덕이 갖추어진다면 틀림없이 천당으로 갈 것이며, 선을 버리고 악을 행하여 행실이 옳지 못하고 덕이 없다면 틀림없이 지옥으로 갈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현세에 사는 동안에 열심히 선을 실천하여 하늘이 내려준 나의 참된 천성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그뿐이지 어찌 털끝만큼인들 후세의 복을 바라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겠는가.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석씨(釋氏)는 사생(死生)을 초탈하여 오로지 자기 개인의 사적인 일만 추구한다.’ 하였으니, 천학(天學)이 지옥을 면하기를 기구하는 것은 자기 일신만을 위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 예수는 그저 사후세계에서 구원을 하겠다며 천국과 지옥이라는 개념으로 사람들을 통제하지만, 우리 유교는 현실세계에서 백성들을 정치로서 구원하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천주쟁이들 말하는 말같이 천국과 지옥이 진짜 있다 해도 인생 살면서 착한일 하고 나쁜일 안하면 천국가고, 나쁜일 하고 착한일 안하면 지옥가는거지.

 

근데, 천주쟁이들은 사후세계에서 지옥을 피하고 복을 누리기 위해 착한일 한다면서? 착한 일을 하는게 스스로 좋아서 하는게 아니라 벌받는 것을 피해서 착한 일을 하는 건 제 살자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

 

 

 

Q : “서사의 학설은 이와는 달라서 단지 선을 행하고 악을 버리는 것인데, 무슨 유폐라고 말할 만한 것이 있겠습니까.”

 

= 천주교는 그냥 좋은일 하고 나쁜일 하지 않는 것인데 이게 무슨 나쁜 풍습이라고 하십니까?

 

 

A : “그게 무슨 말인가. 선은 행해야 하고 악은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어리석거나 지혜롭거나 현명하거나 불초하거나 간에 모두가 다 아는 바이다.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지극히 악한 사람이라고 하자. 그러나 누가 그를 보고 ‘그대는 착한 사람이다.’고 칭찬을 하면 그는 기뻐할 것이고, ‘그대는 악한 사람이다.’고 하면 그는 성을 낼 것이다. 그러니 선악에 대한 구별은 비록 악인이라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세상에 악을 행하고 선을 버리는 학문이 있단 말인가. 이 때문에 예로부터 이단들이 모두 선을 행하고 악을 버리는 것으로써 가르침을 삼았던 것이다.

 

지금 서사가 착한 일을 하고 악한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서사들만 하는 말이란 말인가. 내가 걱정하는 것은 그 말류의 폐단으로써 말한 것이다. 그 학문이 현세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 오로지 후세의 천당과 지옥의 응보에 대해서만 말하니, 이 어찌 허탄하고 망령되어 성인의 올바른 가르침을 해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인의 가르침은 오직 현세에서 의당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명 정대하여 조금도 감추어지거나 왜곡되거나 흐릿한 것이 없다. 그래서 공자는 괴(怪)ㆍ력(力)ㆍ난(亂)ㆍ신(神)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으니, 괴란 드물게 있는 일이고, 신(神)이란 보이지 않는 사물이다.

 

만약 드물게 있는 일이나 보이지 않는 사물을 가지고 끝없이 말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선동되어 모두 황탄(荒誕)한 곳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 중에 큰 예를 들어 말하자면, 한(漢)의 장각(張角), 당(唐)의 방훈(龐勛)과 황소(黃巢), 송(宋)의 왕칙(王則)과 방납(方臘), 원(元)의 홍건적(紅巾賊), 명말(明末)의 유적(流賊) 따위가 모두 그러한 부류이다. 기타 소소한 요적(妖賊)들로는 미륵불(彌勒佛)을 일컬은 백련사(白蓮社)의 무리들이 곳곳에서 무수히 일어났으니, 사전(史傳)은 이를 엄정히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영종조(英宗朝) 무인년에 신계현(新溪顯)의 요무(妖巫) 영무(英武)란 자가 미륵불로 자칭하였는데, 여러 고을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생불(生佛)이 세상에 나왔다고 하면서 합장하여 맞이하고 예배하였다. 백성들로 하여금 받들어 모시던 모든 신사(神社)와 잡귀들을 모조리 제거하도록 하면서, ‘부처가 이미 세상에 나왔는데 어찌 모실 다른 신이 있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이렇게 되자 백성들이 모두 그 말을 따라서 이른바 기도니 신상(神箱)이니 신항(神缸)이니 하는 것들을 모조리 깨뜨리고 불태워버렸다. 그리하여 몇 달만에 황해도에서부터 고양(高陽) 이북과 강원도 전체가 휩쓸리어 그를 따랐던 것이다.

 

서사의 이른바 천주교라는 것이 따라서 교화되는 속도에 있어서 어찌 이보다 더 빠르기야 하겠는가. 그때 상께서 어사 이경옥(李敬玉)을 보내어 조사하여 처벌하였지만 그 소동은 한 달이 넘도록 진정되지 않았으니, 사람의 마음이 동요하기는 쉽고 진정되기는 어려우며, 미혹하기는 쉽고 깨닫기는 어려운 것이 대개 이와 같다. 지금 세상에서 이 학(學)을 하는 자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상제를 받들어 섬기기를 잠시도 쉬지 않는다.’고 하면서 우리 유가의 주경(主敬)의 학에다 비교하고, 또 ‘몸을 단속하고 거친 밥을 먹으면서 분수에 넘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면서 우리 유가의 극기(克己) 공부에 비유한다.

 

사실 이 학을 하는 자들이 비록 문로(門路)는 다르지만 선을 행함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니,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다만 세상의 도리는 거짓되고 사람의 마음이란 측량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령 어떤 요사스러운 사람이 나와서 ‘동쪽에도 한 분의 천주(天主)가 내려왔고 서쪽에도 한 분의 천주가 내려왔다.’고 거짓으로 떠들어 댄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탄망(誕妄)한 것에 익숙하여 실제로 그럴 것이라고 여겨서 바람에 휩쓸리듯 이를 따를 것이다. 이때에 가서 이 학을 하는 자들이 ‘나는 정당하고 저쪽은 사특하며, 나는 진실하고 저쪽은 거짓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성학의 모적(蝥賊)이 되고 난적(亂賊)의 화살이 되는 것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서 여기에 만족해하고 있으니, 슬프고 슬픈 일이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과 악을 구별하며 착한일 하고, 나쁜일 하지 말라는건 상식이지. 천주교도 똑같이 가르치지만, 교리가 요상하니까 문제다. 얘들은 현실세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안하고, 사후세계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으니 헛된 것이다.

 

우리 공자께서 가르치신 것도 현실세계의 일이기 때문에 논리가 옳고 이치에 맞는 말씀밖에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사후세계 같이 말도 안되는 괴력난신은 말하지 않으셨는데, 얘들은 사후세계로 사람들 지금 홀리고 있지 않냐? 사후세계니 뭐니 그런 허황된 것들 때문에 옛날 중국에서도 별 사이비들이 다 튀어나왔고, 우리나라에도 간간히 나오고 있다.

 

천주쟁이들도 이제는 우리 유교랑 걸맞겠답시고 지 랄하는데, 옛날에 요사스런 작자가 사람들 현혹시키면서 했던 말이 커지고 커져 결국 현혹된 사람들이 본래의 진리를 집어삼키고 자신만이 진리다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지들 현혹되서 멍청한 짓 하는것도 모르면서 실실대고 있으니 참담하다.

 

 

 

Q : “현세와 후세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 현실세계는 뭐고 사후세계는 무엇입니까?

 

 

A : “현세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을 말하며, 후세란 죽은 뒤에 영신(靈神)이 없어지지 않아서 착한 일을 한 자는 천당에 가서 영원한 쾌락을 누리고 악한 일을 한 자는 지옥에 가서 영원히 모진 형벌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 현실세계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세계, 사후세계는 육신이 죽고도 영혼이 남아서 천국가니 지옥가니 뭐 어쩌니 하는 그런 것이다.

 

 

 

Q : “그대가 현세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과연 우리 중국 성인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고쳐서 평할 것이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영신이 죽지 않는다는 것과 천당이니 지옥이니 하는 설은 또한 실제로 그러하여 의심할 것이 없는 것입니까?”

 

= 육신이 죽어도 영혼은 진짜 남는 겁니까? 또, 천국과 지옥은 실제로 있는 겁니까?

 

 

A : “이것은 형체도 없고 분명하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치로써 미루어 보고 경서(經書)의 말이나 전기(傳記)의 기록을 가지고 말해본다면 알기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공자(孔子)를 배우는 자들이니, 다만 자로(子路)가 공자에게 물은 것을 가지고 말해 보겠다.

 

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사람 섬기는 일을 모른다면 어찌 귀신 섬기는 일을 알겠는가.’ 하였으며, 죽음에 대하여 묻자 대답하기를, ‘삶을 알지 못한다면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하였다. 이처럼 성인의 대답이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으니, 곤륜탄조에 가까운 것이 아니겠는가. 자로는 성문(聖門)의 고제(高弟)로서 후진의 신학(新學)과는 다르다.

 

그러니 지금 이 질문에 대해서 의당 대답하기를, ‘사람이 태어남은 전적으로 천주의 양생(養生)의 덕을 받은 것이니, 당연히 천주를 섬기는 것으로 과업을 삼아야 한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없어지더라도 영신(靈神)은 길이 남아서 살았을 때의 선악에 따라 죽은 뒤의 영신이 천당이나 지옥의 응보를 받게 된다.’ 해야 할 듯하니, 이렇게 명백하게 말한다면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설사 이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성인의 뜻은 괴신(怪神)에 대하여 말하지 않고자 하여 그런 것일 뿐이다. 더구나 반드시 알 수는 없는 일임에랴. 만일 그렇다면 성인의 학은 천주교의 구세(救世)의 학과는 다른 것이다. 성인은 하늘을 법받았으니 어찌 하늘을 거스르면서 가르침을 행하였겠는가. 이것이 내가 저들을 배척하여 이학(異學)이라고 하는 것이다.”

 

= 형체도 없고 분명치도 않아 있다 없다 단언하기는 어렵다. 공자께서도 그에 대한 대답을 모호하게 하셔서 이에 대해 파고들어가본들,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서'사람이 태어난건 하느님의 뜻이니 하느님을 섬겨야 하고,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남아 생전의 선악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가게 된다'라고 명백히 말하면 통쾌는 하겠지.

 

근데, 공자께서 이 부분에 대해 말씀 안해주신 것도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는 것에 따른 것이고, 또 우리가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고 명백히 알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우리가 따라야 하는 성인의 학과 천주교의 학이 갈라지는 거다. 옛 성인들의 가르침은 이치에 반하는게 하나도 없으니 성인의 학이 옳고 천주교의 학이 틀린 것이다.

 

 

 

Q : “서사가 현세를 배척하는 것은 단지 그 학의 차이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 그리 심하게 배척하는 것입니까?”

 

= 천주교가 현실세계를 배척하는 건 그냥 유교와 천주교 사이의 차이점일 뿐인데 그걸 왜 이리 까십니까?

 

 

A : “내가 왜 심하게 배척하겠는가. 다만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뿐이다. 내가 이미 이 현재의 세상에 살고 있는 이상 의당 현세의 일에 대하여 진력하기를 위에서 말한 바대로 해야 할 것이니, 여기에 다시 더 보탤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서사의 말을 가지고 한 번 말해보자. 그들은 말하기를, ‘지금의 세상은 괴로운 세상이다.’ 하고, 또 ‘현재의 세상은 잠시 머물러 가는 세상이다.’ 하고, 또 ‘현재의 세상은 사람의 세상이 아니라 금수(禽獸)의 근거지이다.’ 하고, 또 ‘이 세상은 금수의 세상이다.’ 한다. 이 때문에 그들 나라의 현사(賢士) 흑랍(黑臘)이라는 자는 항상 웃기만 하는데, 세상 사람들이 허물(虛物)을 좇아 다니는 것을 웃는다는 것이며, 덕목(德牧)이라는 자는 항상 곡을 하는데, 그들이 불쌍해서 곡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독 서사(西士)만 아는 것이란 말인가. 대우(大禹)가 말하기를, ‘삶은 나그네 살이이며 죽음은 본래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누구나 다 이 세상을 여인숙(旅人宿)으로 여기니, 어찌 장구히 연연해 할 만한 것이겠는가. 그들의 말은 옳지만, 이른바 금수의 세상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상제(上帝)께서 이 삼계(三界)의 세상을 만듦에 위로는 외연(巍然)히 하늘이 높고 아래로는 퇴연(頹然)히 땅이 놓여 있다. 하늘의 양기는 밑으로 내려오고 땅의 음기는 위로 올라가서 서로 섞이어 합쳐져서 만물이 화생(化生)하는데, 상제는 그 중에서 가장 청숙(淸淑)한 기질을 받은 자를 사람으로 명해서 삼재(三才)에 참여시켰다.

 

이 사람이 하늘을 가리켜 하늘이라 하고 땅을 가리켜 땅이라 하며, 만물 중에서 사육할 만한 것은 사육하고 잡아먹을 만한 것은 잡아먹고 이용할 만한 것은 이용하니, 어느 것도 우리 사람들이 상제를 도와서 이루어주는 도리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지금 ‘금수의 근거지이다.’ 하고, ‘금수의 세상이다.’ 하니, 그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 그 말이 엉터리라는 것은 굳이 여러 말로 따질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자들이 미혹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만약 서사의 말대로라면 그 유폐가 필시 살지 않는 것을 선(善)이라고 하는 데까지 이를 것이다. 만약 모든 인류가 다 없어지도록 한다면 이 천지간이 텅텅 비어서 정말 금수의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 천주쟁이들 말로는 현 세상은 고통스럽다, 사후세계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일 뿐이다, 사람사는 세상이 아니라 개돼지만도 못한 금수의 세상이다라 하더라? 그거때문에 늬들 나라 선비인 헤라클레이토스라는 놈은 사람들이 허물만 쫓아다니는걸 보고 맨날 웃고, 데모크리토스라는 놈은 사람들이 불쌍해서 맨날 운다지?

 

이게 무슨 천주쟁이들 늬들만 아는 거냐? 사람들 다 세상을 여인숙 같이 생각하는데. 근데, 이 세계가 금수의 세상이란 건 틀렸어. 상제께서 세상 만드실때, 위에 하늘 놓고, 아래에 땅 놓고, 하늘의 양기는 밑으로, 땅의 음기는 위로 올라가서 두개가 섞여서 세상의 만물이 탕생하는데 그중의 으뜸을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 하늘을 하늘이라 하고, 땅을 땅이라 하고, 만물을 알아서 잘 이용하니 이건 모두 사람이 상제를 도와서 상제께서 만든 세상을 이루고 유지하는 거다. 근데,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니 세상이 금수의 근거지가 되었다고? 금수의 세상이라고? 멍청한 소리지. 얘들 말대로라면 사람들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건데, 사람 없는 세상이 진짜 금수의 세상 아니냐?

 

 

 

Q : “서사들이 말하기를, ‘사람에게는 세 가지 원수가 있다. 자기 몸이 첫번째 원수로서 성색(聲色)ㆍ취미(臭味)ㆍ게으름ㆍ방자함ㆍ안일 등을 가지고 남몰래 내면으로부터 자신을 빠뜨린다. 세속(世俗)이 두 번째 원수로서 재물ㆍ권세ㆍ공업(功業)ㆍ명예와 즐거운 놀이나 진기한 노리개 등을 가지고 바깥으로부터 드러내놓고 자신을 침범하며, 마귀(魔鬼)가 세 번째 원수로서 거만하면서도 매혹적인 수단을 통해 나를 속이고 어지렵혀서 안팎으로 자신을 공격한다.’ 하니 이 말이 어찌 절실하지 않겠습니까.”

 

= 천주교인들이 말하기를, 자기 몸, 세상, 마귀가 각각 원수라는데 이거 맞는 말 아닌가요?

 

 

A : “그대의 미혹됨이 심하구나. 자기 몸이 원수라는 말은 윤리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사람에게 이 몸이 있는 이상 형기(形氣)의 욕망이 없을 수 없으니, 이것이 우리 유자(儒者)들이 극기(克己) 공부에 관한 설을 세운 까닭이다. 지금 만일 이 몸의 존재를 원수라고 한다면 이 몸이 어디에서 태어났는가. 이 몸이 태어남은 부모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니, 이렇게 되면 부모를 원수로 여기는 것이다.

 

또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부귀와 빈천, 궁통(窮通)과 이해(利害)가 따르는 것은 형세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를 성찰하여 극복하는 노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서 이 세속을 원수라고 한다면, 임금과 신하 사이의 의리 또한 끊어지게 된다.

 

마귀에 관한 설은 더욱 이치에 닿지 않는다. 사람이 형기(形氣)를 가지고 있는 이상 그 형기의 욕망은 성인이라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성인과 우인(愚人)의 나뉨은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데 달려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 유자(儒者)의 극기 공부는, 자신이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래의 마음으로 형기의 욕망을 다스려 절제하여 중정(中正)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귀를 누가 보았겠는가. 설사 마귀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외물(外物)이다. 외물에 유혹되어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리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선하지 못한 것은 형기의 욕망 때문인데 이것이 어찌 모두 마귀의 일이겠는가. 안팎으로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 둘은 서로 같지 않다. 유자의 극기 공부는 내면적인 것인데 반하여, 서사의 말은 형기를 도외시하고 마귀에서 연유한다고 하니, 안과 밖, 긴하고 헐함에 있어서 둘은 자연히 서로 같지 않다. 이것은 굳이 논의할 필요도 없다.”

 

= 1. 자기 몸이 원수라고? 너는 부모님의 몸에서 태어났는데, 그렇다면 너의 몸을 만들어주신 부모님은 너의 원수인가?

 

2.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원하는게 당연한 이치 아니냐? 근데 그걸 극복하려는 노력도 안하고 무작정 세상이 원쑤다 이러는게 맞겠니?

 

3. 마귀? 사람이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욕망은 당연한거지. 그걸 유학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배움으로서 절제하려는 것이고. 물론, 사람들이 욕망에 휩싸여서 선함을 잃어버리는 일이 있기는 한데, 이건 육체의 욕망 때문이지 어찌 마귀의 탓이냐? 천주쟁이들은 육체를 조정해 욕망을 줄이기는 커녕 마귀 탓을 하고 있으니 멍청한 거 아니겠냐?

 

 

 

Q : “저들이 말하기를, ‘서국(西國)의 옛 경(經)에, 「천주가 천지를 개벽하고 즉시 남자 하나를 낳아 이름을 아당(亞黨)이라 하였고, 여자 하나를 낳아 이름을 액말(阨襪)이라 하였다.」 했으니, 이것이 세상 사람의 시조이다.’ 하는데, 실제로 그렇습니까?”

 

= 천주쟁이들 하는 말이, 하느님이 세상 만들고 아담이라는 남자애를 만들고, 이브라는 여자애를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의 시조로 삼았다는데 진짜입니까?

 

 

A : “이치로 따져보건대 이 또한 그렇지 않다. 천주의 신권(神權)으로 무엇인들 하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천지가 개벽하던 때 음과 양 두 기운이 올라가고 내려가서 서로가 결합하여 만물을 화생(化生)함에 있어서 맑고 선량한 정기(正氣)를 얻은 것은 사람이 되고 더럽고 탁한 편기(偏氣)를 얻은 것은 금수와 초목이 된 것이다.

 

지금 목전의 사례를 가지고 말해보자. 이[蝨]가 생겨나는 것은 사람에서인가, 옷에서인가. 몸을 깨끗이 씻어서 한 점의 때도 없게 한 다음에 새로 만든 옷을 갈아 입어도 며칠 안 되어서 반드시 저고리에도 몇 마리의 이가 생기고 바지에도 몇 마리의 이가 생기니, 이 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필시 사람과 옷의 따뜻한 기운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해서 이것을 만들어 내는 것일테니, 기(氣)가 변화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 한 삼태기의 흙을 풀뿌리 하나 나무 열매 하나 없고 벌레나 개미 한 마리 없는 상태로 빈 시렁 위에 얹어 둔다고 하자. 바람이 불고 비가 적시어서 습기가 서리면 역시 얼마 안 되어 틀림없이 초목이나 벌레가 그 속에서 생겨 나오니, 또한 기가 변화하여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기화를 한 이후에 그로 인하여 형체가 변화하여 그 숫자가 자꾸만 번성하는 것이다.

 

사람의 태어남 또한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아당 한 사람의 자손이라고 한다면 과연 말이 되겠는가? 만일 그 설과 같다면 금수나 초목도 처음에는 단지 하나만 있다가 이렇게 번성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설들은 굳이 깊이 탐구할 것도 없고 믿을 것도 못 된다.”

 

= 그건 천주쟁이들이 주장하는 거일 뿐이지. 세상이 만들어진 건 음과 양의 기운이 각각 올라가고, 내려가서 이 둘이 섞여 만물이 탄생하고, 그중 맑고 선한 것은 사람으로, 더럽고 탁한 것은 짐승들과 식물들이 되었다.

 

자, 가까운데서 예를 들어보자. 이(해충)는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사람과 옷의 따듯한 기운이 서로 상승작용을 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기가 변화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풀을 퍼서 다른 데다 놔눈다고 해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풀이 자라고 벌레가 기어나오는데, 얘들도 기가 변화해서 만들어 진거지. 

 

사람이라고 다르겠냐? 이와 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생명인데, 그게 아니라 본래 사람은 단지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에서 출발했다고? 그렇다면 식물들이나 짐승들도 원래는 딱 하나만 있었다가 그게 엄청나게 불어났다는 말이잖아? 말이 되냐 이게?

 

 

 

Q : “서학을 하는 자들이 원조(原祖)니 재조(再祖)니 하고 말하는데, 그것이 어떤 것입니까?”

 

= 천주교인들이 원조니 재조니 하는데 그게 무엇입니까?

 

 

A : “원조는 바로 위에서 말한 아당이며, 재조는 지금 말하는 천주 예수[耶蘇]이다. 《천주실의》에 말하기를, ‘천지가 개벽한 처음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병이 없고 언제나 날씨가 따뜻하며 항상 매우 즐거웠다. 새와 짐승 등 만물이 모두 그들의 명에 순종하여 따랐으므로 상제만을 받들어 모시면 되었다. 그런데 사람이 천주의 명을 거스르자 만물도 사람을 배반하여 온갖 재앙이 생기게 되었으며, 그들의 자손들이 모두 더러운 행동에 익숙하여지게 되었다.’ 하였으며, 또 그 글에서 말한 《진도자증(眞道自證)》에 말하기를, ‘천주가 원조를 낳아 천하 만인의 조상으로 삼고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서 자유롭게 놓아주었다. 이 원조는 성품이 착하고 인정이 아름다우며 만 가지 이치를 다 비추어 보므로 천지간의 만물이 그의 명을 천주의 명처럼 따랐다. 사악한 마귀가 시기하여 그를 제거할 궁리를 하자 천주는 이 기회에 원조를 한번 시험해 보고자 하여 사신(邪神)을 시켜 유혹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원조는 근본을 상실하고 은혜를 잊어버린 채 마귀를 좇아 천주의 명을 거역하였다. 그래서 천주의 인애(仁愛)가 의분(義憤)으로 바뀌어 죽은 뒤에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되었으며, 그의 자손들도 영원히 그 벌을 함께 받게 되었다.’ 하였다.

 

아, 이 무슨 말인가. 상제가 아당을 만들어서 인류의 조상으로 삼았다면 그 신성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찌 상제가 마귀의 거짓말을 곧이 듣고 마귀를 시켜서 아당의 마음의 진솔성 여부를 시험하였겠는가. 설사 아당이 참람되고 망령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제로서는 의당 다시 주의를 주고 권면하여 고치게 하기를 훌륭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하듯이, 좋은 스승이 제자에게 하듯이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상제로서 이런 일을 하였겠는가.

이 말을 한 자는 하늘을 업신여긴 그 죄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또 설사 아당에게 죄가 있다고 하더라도, 죄가 그 자신에게서 끝나면 그뿐이지 어찌 만세토록 자손들이 그 벌을 같이 받아야 하는 이치가 있는가. 선왕(先王)에 대한 징벌은 그 사왕(嗣王)에게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더구나 만세에 이르면서까지 그 자손을 괴롭힌단 말인가. 《천주실의》에서 중사(中士)가 ‘선악에 대한 응보가 본인에게 없으면 반드시 자손에게 있으니 굳이 천당과 지옥을 말할 필요가 없다.’라고 하고, 서사(西士)가 ‘왕패(王覇)의 법에서도 죄가 아들에게 미치지 않는데 천주가 본인을 두고 아들에게만 갚겠는가.’ 하였으니, 이 조항에서 한 말을 가지고 말하자면 그 설이 서로 모순된다. 이 또한 매우 가소롭다."

 

= 원조는 위의 아담을 일컫는 말이고, 재조는 예수를 일컫는 말이다. 천주실의에 따르면, 세상이 처음 만들어질땐 사람 살기 너무나 좋은 곳이었으나,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을 거역하자 세상만물도 사람을 배반하여 온갖 재앙이 생기고 아담의 후손들은 모두 더러운 현실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또, 진도자증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아담을 좋게 여겨 자유롭게 해줘었는데, 착하고 훌륭한 아담을 마귀가 제거하려 하고, 하느님은 마귀를 통해 아담을 시험하고자 하여 유혹하였다. 이 유횩에 못이겨 아담은 마귀를 따라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였고, 하느님은 진노해 아담에게 지옥의 고통을 내렸고, 그 후손들도 영원히 그 벌을 함께 받게 되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상제께서 마귀의 거짓말을 그대로 들어서 아담을 시험했다고? 만약에 아담이 딴 마음을 품었어도 아담을 뉘우치게 하고 타일러 고치게 하면 될 것인데 그냥 바로 진노해버리고 아담과 그 후손에 벌을 내렸다고? 상제를 모욕해도 정도가 있지.

 

또, 아담에게 죄가 있다 해도 아담 대에서 끝나면 되는 것이지, 어째서 만세토록 후손들까지 그 벌을 받아야 되냐? 천주실의에서는 선악에 따른 응보가 없으면 자손에게 응보가 간다고 하고, 서양인 학자는 "죄가 아들에게 미치지 않는데, 하느님께서 본인을 두고 아들에게만 응보를 갚겠는가" 하였는데 이거 모순 아니냐? 참 가소롭다.

 

 

 

Q : “그대의 말대로라면 그들의 설은 모두 망령된 것이겠습니다.”

 

= 천주쟁이들의 말은 다 거짓이었군요?

 

 

A : “우리 중국으로 말하면, 먼 옛날에는 전하는 말들이 대개 허황되어 신빙성이 없었는데, 성인이 나온 뒤에야 이런 것을 모두 삭제하여 버렸던 것일 뿐이다. 그러니 서토(西土)라고 해서 그 옛날에 허황되고 괴상한 말이 없었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들이 말하기를, ‘천지가 개벽한 이후의 문자가 모두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하면서 이것을 성경(聖經)이라 하며 믿고 받든다. 이것은 대개 어떤 신성한 자의 작품으로서, 이러한 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권면하고 달래었던 것이니, 이 또한 신도(神道)로써 가르침을 베풀려는 뜻이었다.

 

다만 우리 중국에서 성인이 나와 능히 바로잡은 것보다 못할 뿐이다. 예를 들면, 여와(女媧)가 돌을 불리어 뚫어진 하늘을 보수했다거나, 후예(后羿)가 아홉 개의 해를 쏘아 맞혔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삭제하여 바로잡은 것들이다. 예수의 일은 비록 매우 기이하기는 하지만, 또한 불교에서 말하는 현성(顯聖)이니 현령(顯靈)이니 하는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상제가 진짜 천주로서 친히 와서 이런 영괴(靈怪)한 일들을 하였겠는가. 따라서 그 학의 원두(原頭)가 분명 이단(異端)이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우리 중화권에서도 옛날 말들은 이상망측하고 허황된게 많았지만, 공자 이래 성인들이 나와서 괴력난신에 대한 것들을 모조리 없애버렸을 뿐이다. 서양 애들이라고 다를게 있겠냐? 개들도 옛날에 이상하고 허황된 말들이 있었을 거야.

 

개들 말로는, 세상이 만들어진 후의 문자가 지금까지 남아있다면서 그걸 성경이라고 해서 믿고 받든다지? 아마 이건 옛날에 어떤 신성한 자가 이러한 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깨우치고 가르쳤던 것 같다.

 

다만, 이 성경이란 건 우리 중국의 공자 이래 성인들이 바로잡은 것보다 못하다. 옛날 중국의 여와나 후예의 이야기들은 허황되고 신빙성이 없어 옛 성인들이 삭제하고 바로잡은 것이다. 예수가 한 일들도 매우 이상하긴 한데, 불교 애들이 말하는 죽은 사람이 신이 되어 돌아온다거나 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뭐 그런거 비슷무리한 이야기일 뿐이다. 상제께서 친히 강림하셔서 이런 일들을 하셨겠어?

 

 

 

Q : “서사가 말하기를, ‘불씨(佛氏)가 우리 나라의 가르침을 훔쳐서 따로 문호(門戶)를 세웠다.’ 하는데, 사실이 그렇습니까?”

 

= 서양인 학자가 말하기를, 불교가 우리 나라의 천주교 교리를 베껴서 새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는데 진짜입니까?

 

 

A : “불씨의 석가는 주(周) 나라 소왕(昭王) 때에 태어났고, 천주교의 예수는 한(漢) 나라 애제(哀帝) 때에 태어났으니, 선후의 분별에 대해서는 여러 말로 따질 필요도 없다.”

 

= 석가모니는 주나라 소왕때(소왕 24년, B.C 1027) 태어났고, 천주교의 예수는 한나라의 애제(BC 26년 ~ BC 1년)때 태어났으니, 따질 필요도 없다.

 

 

 

Q : “서사가 말하기를, ‘예수가 가르침을 편 이후로 지금까지 1천 7, 8백 년이 되는데, 가르침이 이웃 나라에 전파되어 찬탈하고 시해하는 일이나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해가 없어져서 서국(西國)의 수만 리 지역이 지금까지도 그러하다. 중국에는 성인이 많기는 하지만 한 대(代)가 일어났다가는 없어지고 마니, 중국의 가르침이 그 근본을 탐구하지 못해서 그런 것임을 알 수 있다.’ 합니다. 우리 유자들이 이런 말을 듣고는 망연자실하여 도리어 중국 성인의 가르침이 저들만 못하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습니까?”

 

= 서양인 학자가 말하기를, "예수 이래로 1700~1800년 정도가 지났는데,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이젠 천주교를 믿으니 찬탈하고 시해하는 일이나,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일은 이제 없어졌습니다. 중국에 성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흥망성쇠를 반복하니, 그것은 공자 이래로 중국 성인들의 가르침이 예수처럼 근본을 탐구하지 못해서 그런거 같습니다?" 라고 합니다. 우리 유학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망연자실해서 옛 성인들이 예수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A : “서역 일대가 풍속이 돈후하고 인심이 순박하여 중국처럼 교묘한 수단으로 속임수를 일삼지 않는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과장하여 부풀린 말이다. 일찍이 역대의 역사책을 보건대, 한(漢) 나라 애제(哀帝) 이후로 대서(大西)의 오랑캐들이 서로 침략하여 병합한 경우가 많았으니, 역사책이 어찌 거짓말을 하였겠는가. 이것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또 왜국(倭國)의 시조 협야(狹野)는 곧 그들의 이른바 신무천황(神武天皇)으로서, 주(周) 나라 평왕(平王) 때 나라를 세워 지금까지도 한 성씨가 계속 이어오고 있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이나 봉건의 제도 또한 지금의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어찌 이것을 가지고 중국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들이 모두 천학을 알아서 그런 것인가.”

 

= 서양 얘들이 착해서 중국 얘들처럼 교묘한 속임수나 일삼지 않으면 그렇겠지. 근데 아니잖아? 역사서만 봐도 한나라 애제 이후 서양 오랑캐들이 서로 싸워대기만 했는데. 개들 말은 믿을 게 못된다.

 

그리고, 일본의 신무천황이 주나라 평왕때(BC 781년 추정 ~ BC 720년 추정) 왜나라를 세워 지금까지 한 왕조가 몇천년간 이어져 오고 있잖아. 얘들 통치법이나 봉건제도 중국만 못하지. 근데 얘들은 흥망성쇠를 안하니까 중국보다 낫다고? 그리고, 얘들 그동안 찬탈하거나 시해하는 일도 없었는데 이게 늬들이 말하는 천주교를 믿어서 그런거냐? 얘들 불교 믿는데?

 

 

 

Q :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려고 십자가에 못박혔는데, 능히 천지 만물을 흔들어 움직이면서도 자신을 못박은 사람을 하나도 상하게 하지 않았으니, 지극한 인(仁)이 아니고서야 그럴 수 있겠습니까?”

 

= 예수가 세상을 구원하려고 십자가에 못박혔는데, 그로 인해 세상을 바꾸었음에도,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사람에게는 벌을 주지 않았으니 이것은 진짜 인(仁) 아닙니까?

 

 

A : “이것은 위에서 이른바 ‘원수를 잊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다. 《기인서(畸人書)》에, ‘천주가 사람들에게 덕으로 원수를 갚고 원한으로 원수를 갚지 말라고 가르쳤다.’ 하였다. 그런데 원수에는 두 종류가 있다. 만약 나를 해친 원수라면 옛날의 군자 가운데 이렇게 한 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임금이나 아버지의 원수를 두고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면 의리를 해치는 바가 클 것이다. 이것이 내가 겸애(兼愛)를 주장하는 묵자(墨子)의 부류라고 말한 까닭인데, 이들이 더 심한 자들이다.”

 

= 개들 말로는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 가르치고 원수를 원한으로 갚지 말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근데, 세상에는 원수가 두 부류로 나뉘어서 나를 해치는 원수라면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겠지만, 부모를 해한 원수나 임금을 해한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옛날에 묵자께서도 비슷한 말을 하셨지만 천주쟁이들은 훨씬 과격한 놈들이다.

 

 

 

Q : “지금 듣건대, 그 학을 하는 자들이 교사(敎師)로 대부(代父)를 삼고, 천주가 대부(大父)이므로 천주를 대신하여 가르침을 베푸는 자를 대부(代父)라고 하는 것이다. 천주의 자리를 설치해 놓으며, 배우는 자들이 목에다 석 자 되는 깨끗한 천을 걸고는 손으로 정수리를 씻는데, 이것이 마테오[瑪竇]가 말한 성수(聖水)로서 마음의 때를 씻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촛불을 밝히고는 배우는 자들이 엎드려서 지금까지의 잘못을 모조리 열거하면서 뉘우치는 뜻을 전하고, 또 입교(入敎)한 이후에는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을 말하며, 또 별호(別號)를 정한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은 어떻습니까?”

 

= 들어본 바로는, 얘들이 뭐 천주를 대신해 대부를 세우고 물을 가져다 놓고 목에 천을 걸치고 손으로 정수리를 씻는다는데, 이게 마테오 리치라는 신부가 말한 성수라고 해서 마음의 때를 씻어준다고 합니다. 또, 초를 밝혀놓고 엎드려 잘못을 열거한 후 뉘우치고, 입교한 후에는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하면서 별호를 정한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A : “이것은 전적으로 불씨(佛氏)가 하는 양태이다. 불씨에 법사(法師)니 율사(律師)니 하는 것이 있으며, 팔을 그을러서 참회하거나 관정(灌頂)하는 의절(儀節) 등이 있으니,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래서 내가 그들의 습속은 성인의 가르침을 익힌 우리 중국 사람들이 행할 것이 못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 불교 얘들 하는 거 비슷한거 같다. 거기도 법사니 율사니 하는게 있고, 참회하는 등의 예법이 있으니 천주교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내가 유학을 배워 옛 성인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들이 할 게 아니라고 말하는 거다.

 

 

 

Q : “근래에 어떤 상사생(上舍生)이 석전(釋奠)에 참석하려고 하자 천학을 하는 그의 친구가 말리면서 말하기를, 무릇 거짓 형상을 설치해 놓고 지내는 제사는 모두 마귀가 와서 먹는다. 어찌 공자의 신이 와서 먹을 수 있겠는가. 인가(人家)의 제사도 역시 그렇다. 나는 비록 풍속에 따라서 하고는 있지만, 마음으로는 그것이 망령된 것임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하늘을 우러러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는 뜻을 천주에게 묵묵히 아뢴 뒤에야 지낸다.’ 하였다고 하니, 예(禮)를 거스르고 가르침을 무너뜨림이 이보다 심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 저번에 어떤 생원이 석전(문묘에서 공자를 제사 지내는 전례)에 참석하려고 하자, 천주교인인 친구가 말리면서 "우상을 숭배하는 제사는 모두 마귀가 와서 먹는다. 공자가 와서 먹는게 아니다. 사람들이 지내는 제사도 똑같다. 나도 제사 지내고 있긴 하지만 속으로는 부질없는 짓임을 아니까 하느님께 죄송하다는 뜻을 속으로 기도한 다음 지낸다"고 합니다. 얘들 진짜 심한 거 아닙니까?

 

 

A : “이 역시 서사의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자는, ‘조상 중의 선한 자는 하늘에 있으니 결코 제사를 먹으러 올 리가 없고, 악하여 지옥에 떨어진 자는 비록 오고 싶다 하더라도 올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이것은 성인이 제례(祭禮)를 제정한 뜻과는 같지 않으니, 그대가 예를 거스르고 가르침을 무너뜨릴 것을 걱정한 말은 참으로 옳다. 또 하나 가소로운 것은, 지금 이 학을 하는 자들이 천주의 형상을 걸어놓고 예배하고 기도하는데, 이 또한 하나의 거짓 형상이니 역시 일종의 마귀인 셈이다.

 

성호 선생이 이른바 ‘갖가지 영이(靈異)한 일들이 마귀에게 덮어씌인 데서 나온 것이 아님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는 말은, 선생이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렇다면 변환(變幻)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마귀라는 것도 선을 가장하여 세상을 미혹하게 하는 자가 있어서 이로써 낮은 백성들을 우롱하는 것인데, 서사가 여기에 현혹되어 높이 떠받들고 있으니 어찌 가소롭지 않겠는가. 그들의 말을 들으면 거짓 천주가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마귀의 환롱(幻弄)일 것이다. 거짓 천주라고 가칭하였다면 거짓 형상에 의탁하지 못 할 것이 있겠는가.”

 

= 서양인 학자가 말하기를, 조상 중에 선한 자는 천국에 있으니, 제사를 먹으려 올 리 없고, 악하여 지옥에 떨어진 자는 제사에 올래야 올 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한다. 이는 옛 성인께서 제사 지내는 법도를 만드신 뜻과 같지 않으니 그대의 걱정은 참으로 옳다.

 

또, 웃긴 건 천주쟁이들은 십자가를 걸어놓고 예배하고 기도하는데, 이건 걔들이 말한 거짓 숭배이며 일종의 마귀 아니냐? 웃긴 일이다.

 

성호 이익 선생이 여러 기이한 일들이 마귀한테 홀려서 일어난 것이 아닌지 어떻게 알겠냐?라고 말하셨는데, 이건 이미 선생께서 그런 사실을 알고 계셨다는 걸 입증한다. 그렇다면 빠르게 변화하고 나타났다 없어졌다 해서 알아채기 어려운 마귀라는 것도 선을 가장하여 세상을 미혹하는 자를 통해 세상을 어지럽히는 것인데, 서양 얘들은 여기에 속아서 기이한 일들을 높이 떠받들고 있으니 진짜 멍청한 애들이다. 마귀가 하느님으로 속여 나타날 수 있다면, 십자가라는 거짓 형상을 통해 나타날 수도 있는거 아니겠냐?

 

 

 

 

 

 

 

108f404332bd881a5b1fccb76fecaf06_514931.jpg

 

 

이승훈은 1756년에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예비 과거 시험 중 하나인 진사시에 합격했지만 벼슬길에는 나가지 않았고, 남인들 사이에서 학문으로 연구되던 서학(천주교)에 빠져들었다.

때마침 아버지가 청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자 그도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베이징에 머무는 동안 이승훈은 선교사들로부터 천주교의 교리를 배우고,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영세를 받았다. 세례명은 베드로였다. 1784년에 국내로 돌아온 그는 이벽, 정약종 형제 등에게 세례를 주고 정기적으로 종교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종교 모임이 발각되자 어머니의 눈물 어린 설득으로 배교(종교를 바꾸거나 배신함)했다.

그 후에도 이승훈은 몇 차례 더 배교를 반복했다.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를 금한다는 베이징 주교의 명령이 도착했을 때, 천주교 책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을 때 배교했지만 그는 다시 교인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천주교 박해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1801년에 참수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승훈은 몇 번이나 배교했지만 결국 신앙을 져버리지 않고 천주교인으로서 순교했다. 그의 집안에서만 4대에 걸쳐 순교자를 냈다고 하며, 이승훈의 활동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가 성립될 수 있었다.

 

 

 

이승훈 -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최초로 영세를 받은 천주교인

 

 

 

 

 

 

 

울 조상님이심 ㅋㅋㅋ 

 

평창이씨 ㅠ 족보에도 있으신분 

 

근데 울 아버지 세대때 뉴욕으로 이주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나랑 형 밑으로 태어난 아기가 없음 ㅠ

 

내 사촌동생이 미국에서 제사 지내고 있음 ㅋㅋ

 

 

 

 

여섯줄의시.의 최근 게시물

엽기유머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