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몇 주 전에 출산했습니다.
요즘 매우 힘든데 펨코 눈팅하며 가끔 낄낄대다가 산후조리 관련글이 핫하길래 써봅니다.
1. 미국의 출산과정은?
미국에서는 1990년대까지 보험사들이 출산후 당일까지만 보장해줬습니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하고, 이때문에 일반 출산은 2일, 제왕절개는 3일까지 입원을 필수적으로 보장해야하는 법이 생겼습니다.
이것도 아직 좀 부족한게 우리 출산 시각이 11시 40분인데 그날이 첫날, 그 다음날이 이틀차로 계산돼서 바로 다음날 퇴원했습니다.. ㅅㅂ
2. 미국 산후조리는?
postpartum care라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postpartum period, 혹은 postnatal period는 출산 후 6주를 이야기하는데, 이 기간동안 출산관련 신체기간들이 거의 회복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부인과에서도 출산 후 6주 후에 회복상태 검사하고, 그 사이에 회복 및 영양섭취에 최선을 다하라고 합니다.
잡설이 긴데, 미국에서 이런 산후조리 해주는 사람을 postpartum doula, 줄여서 doula라고 부릅니다.
nanny와 babysitter는 넓게 봐서 이 범주 안에 포함됩니다.
출산 전후로 아는 게 부족한 초보부모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많이 합니다.
대충 꼽아보자면 아기 보살핌(특히 밤중 보살핌), 아기 보살피는 방법 알려주기(밥 주기, 수면교육, 스와들링, 목욕시키기 등등), 아기가 다른 아기들과 차이나는 부분들 알려주기, 집안일(밥해주는게 엄청 큽니다), 부모가 여유를 가질수 있게 해주기(가령 하루 잠깐 나갔다 올 시간을 준다든가)...
3. 그래서 너는?
근데 현지인 고용하면 미역국같은게 아니라 그릭 요거트, 오트밀, 머핀 뭐 이딴거 해줍니다. 병원 밥도 그랬고...
우리는 미역국을 신봉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건 옵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을 고용했고, 1주에 1500불 줬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현지인은 더 비쌀 것 같네요.
한국인 입주 산후도우미(월~토 낮 12시) 4주에, 6000불 + 교통비 별도, 장보는 비용 별도..
처음엔 엄청 비싸보였죠.
근데 막상 하고나니 하루종일 위에 얘기한 업무들 다 하면서 아내 가슴, 배, 발 마사지까지 해주는데 시급으로 계산해보니 이정도면 비싼 것도 아니네 싶더라구요.
특히 모유수유는 전문가가 또 따로 있습니다. lactation consultant라고 하는데, 별도로 상담하고 교육받아야 합니다.
저도 출산 전에 국제모유수유전문가 보고는 뭐 이런 쓸데없는 직함이 다 있어 모유수유 그냥 하면 될텐데 했는데
그냥 안됩니다. 신생아 젖먹이는 거 굉장히 힘듭니다. 자면 깨워서 먹여야 하고, 잘 안 물고, 먹고 꼬박꼬박 트림시켜야 하고..
한국 산후도우미가 다 해줘서 그나마 살만했다는...
그래도 혼자 입주해서 하다보니 분명 제한됩니다. 밤중 케어도 산후도우미도 사람인 이상 매일 못해주고 일주일에 2번만 제공, 뭐 요리하고 있으면 엄마아빠가 아기 돌봐야하고..
한국 산후조리원은 분업이 확실하고 이런 모든 부분을 다 케어해주니 엄마 입장에서는 확실히 좀 더 편할 것 같네요.
4. 산후도우미 가고 나서 육아는..
뭐 육아 힘든 거야 다들 이런 저런 글에서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핵심은 성취감이 없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독박육아 단어는 프레임질이라 싫어하지만, 육아를 가볍게 보는 시각들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해보니까 개힘들거든요.
밥 한 20분 먹이고 트림 20분 시키고나서 자면 다행인데 안자고 졸리다고 투정부리면 재워야 하고 그러다 똥오줌싸면 기저귀 갈아주고 (하루 평균 15번정도 갑니다)
보통 신생아 밥 먹이는 시간 사이 간격 (밥 시작부터 다음 밥 시작까지)이 두세시간인데 그럼 뭐 하지도 못하고 바로 다음 텀이 옵니다.
근데 한번 한 방법이 계속 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 이렇게 해서 잘잤다고 다음번에 또 그렇게 하면 안 잡니다.
알고리즘을 캐치할 수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는지 자기의심이 계속들고, 이유없이 울어대면 자괴감까지 듭니다.
개힘든데 성취감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사람한테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하다못해 군대에서 장애물 설치 훈련만 해도 눈앞에 장애물 설치된 게 보이고, 다시 철수된 게 보이죠.
대부분의 '일'은 장기목표가 있으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들이 보이는 단기목표들을 갖게 되는데,
육아는 그게 약합니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장기목표가 있고, 나날이 조금씩 커가는게 보이긴 하는데, 이게 내가 하는 일들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눈에 안 보여서요.
그나마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제가 자택근무를 하다보니 함께 나눠해서 아내의 스트레스가 덜한편인데,
제 일이 진도가 안 나가다보니 제가 스트레스가 커졌습니다.
하루하루 쉽지 않네요.
오늘 불타는 주제가 제가 요즘 깊이 관련있다보니 푸념식으로 써봤습니다.
요약:
1. 미국도 산후조리 많이 한다.
2. 한국 산후조리원보다 효율 떨어지고 비싸다.
3. 육아는 성취감 없는 무한반복 단순노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