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우체국)가 우체국 택배 폐지를 검토한다.
‘우체국 택배’라는 브랜드로 민간과 경쟁했던 사업을 공적 영역인 ‘소포’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관련 논의는 택배노조 파업에 불만을 가져온 우정노조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우체국은 택배 사업 철수를 논의 중이다. 관련 협의는 지난 14일 열린 우체국 ‘긴급 우정노사협의회’에서 이뤄졌다. 회의에는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과 우정노조가 참석했다.
회의 주요 안건은 △우체국 택배업→소포업 전면 전환 △우체국 택배 명칭 ‘우체국 소포’로 변경 △위탁 집배원 파업 시 대체 근무 집배원 처우 개선 등이었다. 우체국은 올 하반기까지 소포업 전환을 마칠 계획이다.
우체국 배송 근무자는 공무원 신분인 ‘집배원’과 개인사업자인 ‘위탁 배송원’으로 나뉜다. 위탁배송원은 민간 택배사와 같은 구조로 우체국과 계약해 업무를 수행한다. 약 3000여 명의 위탁 배송원은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에 가입돼있다.
우정노조는 택배노조 소속 위탁 배송원의 무분별한 파업과 태업으로 업무 과중이 심각했다고 주장한다. 위탁배송원 파업·태업 돌입 시 같은 구역 집배원이 물량을 대신 소화해왔기 때문이다.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은 “우정노조는 이번 택배노조의 불법 파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영역인 택배 사업을 폐지 후 소포업으로 전환해 집배원의 업무 과중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 긴급노사협의회 이후 기념촬영 중인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왼쪽부터)
같은 자리에서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협의회 안건이 충실히 이행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택배노조는 지난 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참여 노조원은 2000여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중 상당수가 우체국에 속해있다. 과로사 사회적 합의기구가 열린 오늘은 5500여 명의 노조원이 여의도 포스트타워 인근에서 집회를 벌였다.
노조는 배송 전 이뤄지는 ‘분류’ 작업을 빌미로 파업에 돌입했다. 분류란 지역 터미널에서 자신이 배송할 물량을 전달받아 차에 싣는 행위다. 택배노조는 분류를 장시간 근무와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하며 대체인력, 별도 수수료 지급 등을 주장해왔다.
실제로 우체국이 ‘우체국 택배’ 브랜드를 폐지할 경우 3000여 명의 위탁 배송원은 사실상 실직 위기에 처한다. 폐지 논의 과정에서 우정노조와 택배노조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체국이 소화 중인 물량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우체국 택배의 시장 점유율은 10% 초반으로 추산된다. 연간 업계 2~3위 수준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택배노조의 배째라식 태업과 파업으로 집배원과 민간 비노조 기사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면서 “현장과 타협 없는 집단행동이 거꾸로 부메랑을 맞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우체국 관계자는 “(택배 사업) 폐지와 관련해 확실히 정해진 바 없다”면서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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