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임신시키고 잠적한 남자친구에게 항의한 여성을 경찰이 스토킹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쯤 전 남자친구인 B씨로부터 스토킹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A씨는 B씨가 임신사실을 알고 잠적하자 그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씨의 계속된 무대응에 A씨는 그를 만나기 위해 회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회사를 직접 찾아간 것은 단 한번 뿐이었다.
하지만 B씨는 A씨가 자신을 스토킹한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결국 A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서 낙태를 감행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던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홀로 그 고통을 감내했으나 돌아온 것은 스토킹 범죄자 취급이었다.
관할서인 수원중부경찰서는 A씨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스토킹 처벌법 2조는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상 A씨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서 스토킹범죄로 단정할 수 없는데도 경찰은 이 법을 적용해 A씨를 입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를 대리하는 김지진 변호사는 “해당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최근 시행되면서 실무상 관련 규정의 해석이 매우 중요한 데 수사기관(경찰)이 관련 규정을 다각도에서 종합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적용 가능 범위가 넓고 모호해 경찰 관서 내에선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어디까지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는지 해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사건 접수 건수는 6배 넘게 급증했다. 최근 6개월간 스토킹처벌법으로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총 4127건으로 전년 동기(587건) 대비 603% 증가했다. 이 중 907건을 입건해 523건을 송치하고, 35건은 구속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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