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학교 다닐 때 도둑놈 한두 명은 꼭 있어서
종례 끝나도 범인 찾느라 집에 늦게 간 기억 있을 거임
본인도 초중고때 한번씩 겪었는데
초,중학교땐 못 잡았고 고등학교때 처음으로 범인을 잡았음
그래서 고등학교때 지갑도둑 잡은 썰을 풀어볼까 함.
지갑 잃어버린 친구놈은 B라고 칭하겠음.
사건은 고등학교 3학년,
수능끝나고 놀자판+단축수업 시즌에 일어남
과학시간에 과학실에 내려가서 국민 과학영화 코어를 보고
쉬는시간이 되자마자
나와 B를포함 4명은 바로 빵 사먹으러 매점에 갔음
매점에 도착했는데 B가 몸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지갑을 안 가져왔다는 거임.
처음엔 그냥 교실에 지갑을 두고 온 줄 알았음.
교실에 들어가서 B가 가방이랑 사물함 다 같이 뒤져봤는데
정말로 지갑이 없어짐.
지갑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더 중요한건
B의 부모님이 모 국립대 수시 합격 기념으로 사준걸 알았기에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이었음.
과학시간에 교실을 비우고 이동하면서 발생한 일이였기에
우린 명백한 타인의 절도행위+내부소행이라고 확신함.
내부소행인걸 알고 나서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당일에는 서로 B가 지갑 잃어버린 거 티내지도 말고
담임선생님한테도 말하지 말자고 했음.
괜히 도둑맞은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면
도둑놈이 눈치 까고 어디다 숨길지도 모르는거고
지갑을 더더욱 못 찾을 거 같아서..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중고나라 통해서 범인을 잡음..
잃어버린 당일부터 우리들은 학교 끝나자마자
피시방에 가서도 서든하는 중간중간에
중고나라 지갑 판매글을 수시로 검색했음.
집에 와서도 네이트온으로 그룹채팅 하면서 계속 찾았음.
수색작업을 하던 4일째에
신발,지갑,옷,PSP,전자사전 한꺼번에 파는 글을 찾고
친구들이랑 다 같이 소리 질렀음
판매자 아이디로 검색을 한 결과
잃어버린 당일날에 올린 판매글에 지갑 포함
바람막이가 더 추가돼서 판매되는 걸 알아냈고
B한테 판매글에 있는 지갑사진을 보내주니까
자기가 잃어버린 지갑 맞다고 함
거래 장소도 학교랑 가까운 장소라
이새끼가 범인이라는걸 확신했음.
일단 지갑이 다른 사람한테 팔리기 전에
글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로
B가 자기 동생 핸드폰 빌려서 구매희망 문자를 남김
그리고 만나기 전에 어떤 새끼인지부터 얼굴 좀 보고싶어서
전화번호 대조하면서 미니홈피 수색을 시작했음.
네이트온으로 같은반 애들 미니홈피 파도타기,방명록 다 뒤져보다가
어이없게도 우리반 새끼라는 걸 알아냄.
범인은 노는애들 그룹에서도 일명 까불이라고
키작고 자잘한 사고 많이치던 놈이였는데
나와 내 친구들이랑은 그렇게 친하진 않고
지나가면서 한두마디하던 사이였음
진짜 어이 없었던건
당일 까불이가 지갑을 훔쳐간 상태에서
B에게 다가가 아무렇지도 않은척
지갑 찾았냐고 걱정하고 대화를 했다는 거임.
범인은 찾았으니 이걸 어떻게 조질까 생각하다
거래 당일,
우리는 결국 아침 일찍 교무실에 몰려가서
담임선생님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말씀드렸음.
선생님은 왜 그걸 지금 말하냐.
그런거 있으면 자기한테 먼저 말해야 한다 말하면서 화를 냄.
이번 일은 조용히 끝내고 싶다고
B가 간절하게 말하니
담임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갑자기 학교 전화로 누구한테 전화를 하는거임.
처음에 까불이 부모님한테 전화하나..
아니면 까불이한테 전화하나.. 싶었는데
전화받은 사람은 학생지도부 선생님.
일명 핫식스 선생님이였음
(빡치면 6가지 지옥을 경험하게 해준다고 해서 핫식스임)
전화로 핫식스 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 다 말함.
통화를 끝낸 담임선생님은
아침조회 끝나는대로 B는 학생부에 가라고하심.
아침 조회가 끝나고 1교시가 끝난 뒤에서야
B가 뒤늦게 교실에 오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한테만 다 말해줌.
B가 말해준 내용은 즉,
까불이를 잡기 위해 핫식스 선생님 핸드폰으로
까불이 연락처에 지갑을 산다고 문자를 보냈고
이미 거래중인 가격에서
교통비 명목으로 15000원을 더 줄테니 쿨거래 하자고 했다함
까불이는 이게 미끼라는 것도 모르고 덥썩 물었고
원래 있었던 거래를 취소하고
돈을 더 얹어준다는사람이 선생님인걸 모른채
당일 4시에 직거래하기로 했다는거임.
우린 수업이 끝나자마자 핫식스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미리 직거래 장소 건너편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서
계단 창문으로 모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음.
조금있다 까불이는 자기 친구 두명과 함께
거래 현장에 도착했고
현장에 있는 핫식스 선생님을 알아보고
까불이는 인사하자마자
교복 와이셔츠 뒷덜미를 붙잡힌채 그대로 질질 끌려감.
까불이가 잡히자마자
같이 온 친구 두놈은 냅다 도망쳐버림.
내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기분이 얼마나 좋던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B한테 지갑 되찾으면 밥이라도 쏘라고 했음
다음날 아침 조회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까불이는 절도행위로 징계위원회+경찰조사까지해야해서
앞으로 졸업식까지도 보기 힘들 거란 말을 함.
담임선생님도 말하면서 표정이 안 좋았음;
나도 기분이 뭔가 뿌듯하다가도
뭔가 마음 한구석이 안 좋았음.
우리가 너무 심했나 생각도 들고..
점심 쉬는시간엔 담임선생님이 우리들을 교무실로 불렀음.
B의 지갑을 건네주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심
담임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고 이런 일도 처음이여서
담임선생님도 일단 핫식스 선생님한테 전화한거라고 함.
아, 그리고 되찾은 지갑엔 돈은 당연히 없었고
티머니 카드 마저 지하철탈때 잔액부족 뜸..
알뜰한 개1새1끼였음
얘도 존나 멍청한게 지갑 팔러 나가면서
학생증+티머니카드+주민등록증을 그대로 넣고 나왔더라
우리는 토요일 CA활동날 아침 일찍 모여서
핫식스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
크리스피 도넛 2박스를 들고갔음
선생님도 학생부 냉장고에서
우리들 인원 맞춰서 음료수 꺼내주시는데
냉장고 안에 던킨도너츠 비롯해서 먹을거 많더라..
도넛 두박스가 미안해질 정도로..
나중에 밝혀진 거지만
까불이가 중고딩 나라에 올린 물건 주인은
다 우리학교 애들이였음.
다른반에 있던 공범들도
까불이가 자백해서 순서대로 징계먹었다고 함.
이후 졸업식까지 학교엔 평화로운 나날이어졌고
까불이는 진짜로 졸업하는 날까지 볼 수 없었음.
사물함 자물쇠를 도대체 어떻게 딴건지; 궁금했는데
교실 뒤편 게시판에 있는 클립 구겨서
어떻게 하다보니 쉽게 땄다고 했다는데
스파이 영화나
도둑들 같은 금고 따는 영화 볼 때마다 까불이 생각남ㅋ
졸업하고 어떻게 사나 싶어서
친구들한테 연락 돌리고 근황 찾아봤는데
자물쇠 따는 자신을 보고 진로를 잘 결정한건지
교도소에서 잘 지내고 있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