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인이 무혐의 처분 난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서운하고 허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분명히 말씀드리면 그러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독립운동가 윤기섭 선생의 후손이자 광복회 고문인 정철승 변호사가 웹툰작가 윤서인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대해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플랜B도 있고, 플랜C도 있다"면서 한 말이다.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고소·고발된 윤서인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중앙지검은 법리상 '독립운동가' '독립운동가 후손' 등의 표현이 고소인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친일파 후손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과 함께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윤씨는 논란이 일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윤씨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해 9월 윤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서인에 대한 처벌, 본질적인 문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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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승 변호사는 "제가 작년에 윤서인을 고발하면서 '20년 동안 윤서인을 관리하겠다'라고 얘기한 것 기억하냐"면서 "윤서인은 그 의미가 얼마나 무서운 얘기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법적 조치는 앞으로 20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서인이 또 말실수하고 (독립운동가를) 모욕해서 벌금 100만 원이라도 받아버리면 윤서인은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의미는 독립유공자 후손들한테 개별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될 법적 의무가 생겨버리는 것과 같다는 뜻이 거든요. 후손들 숫자가 적지 않으니 그게 모이면 수십억 수백억(원)이 돼버립니다. 윤서인은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 파산하게 되는 거죠. 불법 행위로 인해서 발생된 손해배상은 개인 파산 신청도 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8월 윤씨는 사후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뒤 "홍범도는 공산주의 투사 아니냐.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한 일이 도대체 뭔데. 평생 공산주의밖에 모르던 소련 공산당원을 대전 현충원에다 묻는 문씨(문재인 대통령) 미쳤네"라고 적었다. 이에 정 변호사는 홍범도 장군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공익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현재 관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면서도 정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문제는 윤서인이 아니다"면서 "지난 정권에서 기회가 왔을 때 이런 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것이 현재의 결과를 이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윤서인이 아니에요. 윤서인은 말하자면 '피부에 난 뾰루지' 같은, 드러난 것일 뿐이죠. 피부에 뾰루지가 나는 것은 면역 기능 저하 등 근본적인 이유가 있잖아요. 그걸 잡으면 될 일인데 지난 민주당 정권은 국민들이 힘을 몰아줬음에도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린 거죠."
정 변호사는 "헌법 전문을 보면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그 말은 곧 국가의 의무 중 하나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여러 가지 보살펴주고 배려해야 된다는 의미"라면서 "그런데 윤서인 같은 자들이 독립운동가들 그 후손들을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부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일에 엄정하게 대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법원과 검찰에서도 헌법 정신과 결여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의 외조부인 윤기섭 선생은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 교장과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서간도로 망명한 이래 해방으로 환국할 때까지 35년간 중국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1946년 귀국 후 한국전쟁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과 함께 납북됐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1989년에야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됐다.
한편, 윤서인씨는 11일 자신의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소송이었다"며 "나를 기점으로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표현의 자유 마지막 보루가 돼서 열심히 버틸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