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옹(1993)
작중 부패한 형사 스탠스필드(게리 올드만 분)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부하 베니(Benny).
모두가 아는 그 유명한 장면에서도 게리 올드만의 호통을 맞으며 등장함. (여담으로 이 장면에서 큰 소리로 호통치는것은 올드만의 애드립이었는데, 그 덕분에 베니 배우는 연기가 아닌 찐으로 깜놀했다고 한다)
작중에서는 겁도 많고 미련한 부하로 등장한다.
베니 역의 키스 글래스코(Keith Alexander Glascoe)는 사실 전업 배우는 아니고 단역이나 조연으로 출연하던 배우였는데, 대부분의 배우지망생들이 그렇듯 그도 본 직업이 따로 있었다.
바로 뉴욕시 소방청 소속 현직 소방관이었던것!
평소에는 화재진압하고 인명 구조하던 영웅이 스크린 앞에서는 악당으로 변신하는 안티 배트맨(?) 이었던 것이다.
결혼 후 가정이 생기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소방관이 되었지만, 그 뒤로도 꾸준히 배우활동을 한 것으로 보아 배우의 꿈을 놓지 못한 듯 하다.
그러나 그렇게 소방관과 배우를 겸직하며 꿈을 이루어가던 그에게도 불행이 닥치고 마는데....
바로 2001년 9월 11일 9/11테러가 일어난 것...
여느때와 다를것 없던 화요일 아침 전세계가 발칵 뒤집히면서 글래스코도 뉴욕시의 소방관으로서 불타는 쌍둥이 타워로 긴급출동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인명수색구조임무 수행 중 붕괴로 향년 38세의 나이로 순직하고 말았다.
그의 이름은 9/11테러 추모공원에도 새겨져있다고 한다.
그는 비록 스크린에서야 겁많고 부패한 악당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서는 죽음의 두려움을 무릅서고 생명을 위해 용감히 헌신하던 고귀한 정신의 사나이었다.
Keith A. Glascoe(1962-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