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로마제국에서 죄인을 사형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죄인을 살아 있는 채로 죽은 시체와 함께 꽁꽁 묶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잔인하고 끔찍한 형벌이었습니다. 시체와 살아 있는 사람의 코와 코를 맞대고 입술과 입술을 맞대어 놓습니다. 배와 배를 맞대고, 무릎과 무릎을 맞대어 밧줄로 함께 묶어버립니다. 그러면 시체와 묶어져 있는 살아 있는 사람은 처음 며칠 동안은 구역질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계속하여 굶게 되면 혀로 냄새나는 시체를 핥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시체에서 배어나오는 독기가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살아 있는 사람도 죽은 시체와 함께 썩어가면서 죽게 되는 아주 무서운 형벌입니다.
기원전 451년, 로마는 본격적으로 형벌을 체계화하며. 많은 죄를 사형으로 다스렸는데, 그들은 주로 원형극장을 이용했다. 사형은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극장의 무대에서 실시되었는데, 정교하게 기획 연출하는 끔찍한 연극과도 같았다.
로마인들은 이 외에도 존속살인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일명 ‘콜레우스’라는 가혹한 사형법을 적용했다. 콜레우스는 사형수를 자루에 담아 강에 내던지는 방법이었다. 문제는 자루 속에 사형수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루에는
사형수와 함께 원숭이와 개 그리고 뱀을 함께 넣었다.
기원전 3세기가 되면서 형벌에 대한 차별을 실시한다. 그 중에서 가장 가혹한 방법을 적용한 대상은 반란을 일으킨 노예와 유대인 그리고 그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로마 황제에게 위협을 가한다고 믿었던 기독교인들이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십자가형이었다.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 손목에 못을 박았다. 사형수의 무게를 지탱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사형수는 더욱 오랫동안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야 했다. 어떤 경우는 며칠씩 죽지 않고 버텼다. 죽은 후에도 안타까움이 이어졌다. 십자가에 매달린 죄수의 시체는 그대로 방치돼 짐승에게 먹히고, 남은 부분은 그냥 떨어져 내렸다.
이러한 잔혹한 십자가형이 서기 1세기에는 로마에서 일반적 사형법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다 서기 3세기에 접어들면서 로마법이 개정된다. 역시 극형 제도는 그 전에 비해 더 극적인 방법으로 발전했다. 그때 로마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로마는 하층계급의 확대를 막기 위해 사형을 활성화했다.
사형수가 넘쳐나자 더욱 끔찍한 사형 방법이 등장한다. 먼저 사형수를 극장으로 안내한다. 배우가 죽는 장면이 나올 때 똑같은 의상을 입은 사형수가 배우 대신 무대 위에 올라간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연극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얼마나 생생함을 느꼈을까.
죽음이 볼거리로 둔갑한 콜로세움에서 군중들은 더욱 잔인함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검투였다. 검투는 원래 장례의식의 일부였다. 죽은 자를 기리기 위한 엄숙한 의식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검투가 쇼로 탈바꿈해 버린다. 콜로세움에서 진행되는 하루의 공연 일정은 이러했다. 오전에는 맹수끼리 싸움을 붙인다. 그러다 오후가 되면 검투사들이 경기를 펼치는데, 휴식시간을 겸해 경기 사이사이에 사형을 집행했다. 사형수는 주로 맹수의 먹이가 됐다. 사형수 가운데 운이 좋은 경우는
검투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투사가 된 후 자유의 몸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경기를 치러야 했다. 당연히 폭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형수들은 검투사로 발탁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은 맹수에게 잡혀 먹혔는데, 맹수라고 해서 아무 때나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기에 맹수들 역시 물어 뜯도록 훈련 받았다.
시나리오도 만들어졌다. 사형수를 오르페우스로 분장시켜 극장 가운데 앉힌다. 그리고 사형수에게 하프를 연주하게 한다. 이때 주변은 온순한 동물들로 둘러싸게 한다. 그러다 갑자기 사나운 곰이 등장해 오르페우스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매번 시나리오는 조금씩 바뀌지만 결말은 늘 죽음이다. 이러한 콜로세움의 공개처형은 서기 5세기까지 계속됐다.
이런 끔찍한 사형 제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사회를 위해 적절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중들이 흥미를 잃었고 거부감을 표출하자 이 엄청난 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