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남궁세가 객실의 고급스러운 침상에 몸을 뉘었으나 잠에 들지 못했다.
당신은 수면향을 피웠음에도 큰 전투를 앞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마침내 마음 속 상념들과 싸우기를 포기하고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내가 무림인으로 강호에 나와 큰 전투에서 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공동산에 올라 스승님 아래에서 무예를 갈고 닦아 성취를 이루고 자신감에 취했었다.
하지만 지금 큰 전투를 앞둔 불안감에 그 자신감은 찾을 수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구나.
이래서야 산을 내려오면서 스승님께 큰 소리친 것이 부끄럽군.
스승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귀여운 제자야. 너는 부모 잃은 아이처럼 불안해하며 스승을 찾는구나.
이 목소리는 스승님의 목소리인가?
이것은 내가 향에 취한것인가? 아니면 겁약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각인가?
네가 겁쟁이인지는 제쳐두고, 계속 스승이 너를 기다리게 둘 것이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스승이 찬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게 하다니, 네 스스로 반성해야할 것이다 겁쟁이 제자야.
스승님! 정말 스승님이시군요. 제자를 보러 오신겁니까?
이 스승이 제자의 얼굴이 보고싶어 홀로 천리 길을 마다않고 너를 찾아왔겠느냐?
나는 그저 네 미혹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부분도 있지.
이렇게 된 김에, 너는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음껏 하도록 해라.
이 스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약 불만이 있다면 불만을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리 환상이라 해도, 제자가 어찌 감히 스승님을 욕보일 수 있겠습니까.
너는 이 스승이 일부러 여기까지 너를 찾아왔는데 진솔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냐?
(아니 방금은 자기가 환각이라며… 설정을 잡을거면 똑바로 잡던가.)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자가 감히 꺼내지 못했던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솔한 이야기여야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입에 발린 말이라면 크게 혼을 내겠다.
그런게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예전부터 느끼던건데, 스승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좀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역시 스승님은 저보다 연장자이시고, 후지기수는 진작에 졸업하셨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자꾸 저를 같은 세대 취급하면서 젊은?척하시면 좀? 부담?스럽거든요ㅋㅋㅋ
젊은이들이 잘 모르는 얘기하시면 어떻게 반응해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공감대 형성이 안돼서ㅋㅋㅋㅋ
그러니 스승님도 무리하게 동년배인척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진짜 불편했거든요 그거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은 객실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온 몸이 아프고 정신이 혼미하여 지난 밤의 일을 전혀 기억할 수 없었지만,
무언가 무서운 일이 있었다는 것만은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