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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꽤 오래된 동인 만화가 유게에 올라왔는데
물론 그냥 별 생각 없이 봐도 분위기 자체만으로도 미쳐버린 만화고
그것을 통해 느껴지는 주인공의 감정선도 미쳐버린 만화인데
아주 살짝만 자세히 분석해봐도 완벽하게 미쳐버린 만화인걸 알 수 있다
참고로, 원본 만화를 찾아보았지만
삭제 혹은 비공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부디 작가가 양지로 나가면서 처리한 것이기를 빈다
들어가기에 앞서서
만화에서도 그럭저럭 표현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은 부잣집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운 아가씨로
높은 확률로 꽃꽂이를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에서 표현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나무위키 등지에는 그런 이야기 없으니
일단 본 동인 만화에서만은, 꽃에 대해 해박하다고 보면 되겠다
먼저 도입부
저 꽃들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지만
인물의 머리 대신 꽃을 그렸다는 것은
주인공이 그 인물과 그 꽃말을 동일시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즉, 주인공의 세계가 온통 상대로 가득 찼음을 표현하는 것
오른쪽 위컷의 꽃은 아마 동백으로 보이는데
동백의 꽃말은희망,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실한 사랑, 청렴과 절조 등이 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의 주변에 백합으로 보이는 꽃이 만개해 있는데
백합의 꽃말은 물론 순결, 순수한 사랑, 희생 등이 있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니 꿈만 같아요”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조금 뒤의 페이지에서도
인물의 머리가 계속해서 다른 꽃으로 변화하는 것에서
주인공의 세계가 얼마나 상대로 가득 차있는지
주인공이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느끼는지가 표현된다
즉,주인공이 상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계속 꽃이었던 머리가 검은 색 칠로만 표현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주인공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함을 표현한다
상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인지
무엇하나 이해하지 못하기에
상대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할 꽃을 떠올리지 못하기에
아무 꽃도 떠오르지 않는 것
아마 상대의 주변에 그려진 저 꽃들이 주인공의 감정을 드러내겠지만
나는 또 저 꽃들이 뭔지 모른다!
그리고 유일하게
꽃 이외로 감정을 표현한 장면인데
여기서는 주인공이 아닌 상대의 감정을 담배로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의 감정은 계속해서 꽃으로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은 담배로 딱 두 번만 표현된다
즉,주인공과 상대의 감정은 무엇 하나 일치된 적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상대가 주인공에게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꿈보다 해몽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물론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해했겠지만
“성가신 일이 생기면(담배를 피운다)”라고 말했던 것을 통해
주인공을 성가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장면은 유일하게, 인물의 입 안을 새까맣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어의 腹黒라는 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에서도 속이 시커멓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보통 음흉하다거나 뒤통수 치는 쪽을 가리키지만
그런 악의를 제외하고 본다면,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가리킨다
속으로는 상처를 입어 썩어들어가고 있지만
겉으로는 웃어보이면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감정을 드러내고
실연했지만, 여전히 상대에게 미움받기는 싫은 것으로 보여
그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있다
꽃밭 = 주인공의 세계관
먼 곳 = 주인공과 닿을 수도 없는 세계, 즉 이루어지지 않은 상대와의 사랑
담배 냄새 = 그 상대의 상징, 혹은 흔적
그려진 꽃은 또 백합으로 보이는데
주인공이 상대를 순수하게 사랑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동경같은 것이 아니라 분명히 사랑임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상대가 벚꽃은 주인공의 상징이 되겠다고 하는데
먼저 흔한 꽃인 벚꽃조차
확신이 없어 상대에게 되물어보고 있는 점에서
꽃을 잘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벚꽃의 꽃말 중에는 순결, 정숙, 냉정, 정신적 사랑, 삶의 덧없음 등이 있다
마치 이루어질 가능성조차 없는 주인공의 사랑을 비웃는듯한 말이 되고 있다
이는 주인공의 세계관 그 자체인 꽃들을
상대는 전혀 모르고 있음을
즉, 상대가 주인공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드러낸다
다음 페이지에서 정말 냉정하게 미소를 짓는 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그 꽃말과 일치되는 듯 보이면서 다시 안타까움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아닌 주인공을 검은 백합으로 표현한 것은
주인공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한 것으로
검은 백합은 신비, 우아함, 세련미, 독창성 등을 가리킴과 동시에
꽃말은 사랑과 저주이기도 하다
“봄이 올 때마다 저를 떠올려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신비하고 우아하고 세련되게
상대에게 저주를 남기는 자신의 모습을
검은 백합과 동일시하고 있는 장면이다
동시에 그런 자신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는 표현이 아닐까
하지만 동시에
상대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저주조차 되지 않을 것이기에
안타까움이 극대화되는 장면이다
꿈보다 해몽일 수 있지만
이렇게 좋은 의미로 굉장하게 미쳐버린 만화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런 만화의 원본이 삭제되었음을 안타까이 여기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