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내에서 드로그바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 이상이다. 드로그바가 아비디안 공항에 내릴 때마다 공항은 언론과 팬들의 환대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드로그바가 귀국할 때마다 9시 뉴스 헤드라인은 드로그바로 채워지고 일간지들 역시 1면에 그의 동정을 싣는다. 아비디안 시에는 드로그바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드로그바의 단독 인터뷰가 실린 지역 신문은 구독률이 무려 87%가 증가한 일도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문화계에서는 이른바 'Drogbacite'(드로그바사이트)로 명명된 음악과 춤이 몇 년 동안 크게 유행하는 중이며 몇 해 전 드로그바가 발매한 동명의 랩 앨범은 차트 1위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의 드로그바에 대한 애정은 단순한 대중 스타에 대한 열기를 넘어선다. 지난 2005년 10월, 코트디부아르는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될 당시 내전에 시달리고 있었다. 본선 티켓을 거머쥔 뒤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자축하던 드로그바는 TV 생중계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은 뒤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우리 적어도 1주일 동안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춥시다." 내전의 당사자인 두 집단의 대표가 나란히 경기장을 찾아 월드컵 진출 장면을 함께 목도한 그 날, 드로그바의 호소는 효과를 거두었고 이후 1주일 동안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 내전은 2007년에 종결됐다.) 영화같지만 실제로 벌어진 사실이다. 이쯤되면 '드록신'이라는 별명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투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