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똥이라는 거 미리 말씀드립니다
게이들아 안녕?
너희는 C. elegans에 대해 들어보았니? 아마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야.
Caenorhabditis elegans라는 건 요렇게 생긴 벌레로, 선형동물이다. 한국어로는 예쁜꼬마선충. 자기네 나라 말로 된 이름이 별로 없는 동물인데 특이하게 한국어로는 있지.
익숙하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좀더 익숙한 선형동물로는 기생충인 편충이 있어. (연가시는 '유선형동물'이라는 다른 문에 들어있다)
이녀석은 흙 속에서 미생물을 먹고 사는, 몸길이가 1밀리 정도에 두께가 0.1밀리쯤 되는 세포수 1000개 가량의 벌레다. 투명해서 눈에는 보이지 않아.
화단 속의 흙에 넣으면 잘 번식하고 사는데, 의외로 자연 내에서의 생태는 잘 알려져있지 않다.
얘가 중요한 이유가 뭐냐면...
인류가 모든 뉴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첫 동물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뉴런이 몇 개 있고, 어떤 뉴런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다른 어떤 뉴런들과 어떻게 연결됐는지, 감각기 및 근육과 어떻게 연결됐는지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이런 뉴런의 연결성 정보 그 자체를 '커넥텀(Connectome)'이라고 한다.
이것은 두 가지에 힘입은 거야.
첫 째로, 뉴런 숫자가 아주 적다. 자웅동체와 수컷 두 가지 성별이 있는데, 자웅동체 기준 302개의 뉴런을 갖고 있지. 뉴런을 연구하는 데 사용하는 또다른 모델동물인 군소(aplysia)는 20000개의 뉴런을 가졌는데 엄청 큰 차이가 있지. 참고로 수컷은 383개야.
(짤은 군소 중 한 종의 모습. 군소가 신경연구에 많이 쓰이는 이유는 단일 뉴런이 엄청 크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이 뉴런의 연결성 전부를 1986년에 John Graham White라는 훌륭한 과학자가 모조리 전자현미경으로 찍어냈기 때문이지. 이게 왜 굉장하냐면,
벌레 한마리를 이렇게 단면으로 얇은 포를 떠서(다시 말하지만 얘 길이는 1mm, 두께는 0.1mm다),
모든 뉴런이 어떤 강도로 어떻게 연결됐는지 다 알아냈거든. 소름끼치는 개노가다였지 않겠어? 하다가 손 삐끗하면 다시 해야 하는.
이걸 30년 전, 86년도에 이미 개노가다로 해냈다 이거지.
자, 이 자료들을 우린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영상이 완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
위 영상은 실제의 이 벌레가 OP50이라는 대장균종(이녀석의 통상적인 먹이)이 깔린 배지 위에서 헤엄쳐다니는 모습이다. 뭐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바로 이것. 이것이 뭐냐면.
벌레의 뉴런과 근육, 감각기관을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화한 뒤 얕은 물속에 담가둔 모습이야.
벌레가 모든 신경과 그 신경의 연결정보를 다 가진 채로 컴퓨터 안에 살아있는 거지. 진짜로 살아있는 거야.
이것으로 별로 감흥이 오지 않는다면, 좀더 감명깊은 영상이 아래에 있다.
감각신경은 '입력'을 받고, 여러 뉴런들을 거쳐 운동신경에 도착하면 그게 근육 역할을 하는 모터쪽으로 '출력'을 내보낸다.
"당연하지."
요약
1. C. elegans라는 작은 벌레가 있는데
2. 인간은 이 벌레의 영혼을 만들어 로봇에다 넣었다.
3. 인공지능도 뭣도 아닌 진짜 벌레의 영혼 그 자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