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1904∼1944)
본명 이원록
독립운동 중 잡혀가 받은 수감번호 264
그 후 이름을 이육사로 바꿈
39년 8개월의 생에
옥살이만 17번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
광복 1년 전 사망
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교토거리 사람들은 위대한 문인의 작품을 읽고
거장의 음악을 듣고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더 군,
그들 말대로라면 일본은 문명을 이룬 셈이지.
헌데 그들이 깔고 앉은 방석 아래 조선과
만주 백성의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지 않나,
핏물 위에서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문명이
존재할 수 있는가? 거기에 문명은 없네,
그곳에선 가장 배부르게 먹는 자가
가장 야만스러운 자일세"
"난 이제 일본을 몰아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할 걸세.
필요하다면 총도 들고, 칼도 들고,
폭탄도 들겠어! 대신 새로 태어날 조선인은
절대 일본이며 아메리카 따위를 닮아서는 아니되네.
새로 태어날 조선의 백성들은
내 입에 들어올 쌀을 기름지게 먹겠다하여
다른 이의 고혈이 빨리는 것을 못 본척 해서도 아니되네.
대답해보게 자네가 꿈꾸는 조선은 어떤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