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의 역사와 정통RPG. 그리고, 발더스게이트(...깁니다)

네오가일 작성일 05.11.02 13: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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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상상초월


발더스게이트... 이름만큼은 정말 많은분들이 들어보셨으리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플레이해보신분들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군요...
발더스게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일단 정통 미국식 CRPG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것만 같습니다.

원래 RPG란 미국 TSR사에서(지금은 판권이 위자드코스트 사로 넘어갔죠...) 1960년대인가쯤에 JRR톨킨의 반지의제왕을 본뜬 판타지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던젼스 앤 드래곤즈라는 TRPG(테이블토크 롤 플레잉 게임, 일종의 역할 수행식 보드게임)에서 나온말이고, 이것을 PC가 생기기 시작한 1970년대 말, 80년대 초에 몇몇 프로그래머들이 간략화시켜 컴퓨터로 즐길수 있게 만들어 CRPG라 명명하게되었죠. 그리고, 이제는 이 RPG란 말이 컴퓨터게임의 한 장르를 뜻하는 말이 되게 된것이죠.
초창기의 RPG들에는 명작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울티마, 위저드리, 바즈테일, 마이트앤매직(히어로즈가 아닙니다...) 등등이 모두 다 그때 생겨난 시리즈들입니다. 이러한 게임들은 비록 당시의 기술력으로 그래픽과 사운드는 정말 볼품없었지만, 자신들의 아버지라 할수있는 TRPG를 되도록 충실하게 재현하기위해, 자유도와 게임성의 구현에 큰 노력을 쏟아부었었지요. 물론, 당시의 기술적, 시스템적 한계로 지금보면 유치해보일지도 모르지만, 아직도 울티마4를 실행시킨뒤 드넓은 평원에서 아무런 목적도없이 정처없이 모험을 시작하던 그때의 느낌은 제 가슴속에도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이 자유도란것이 굉장히 중요한것이, 애초에 TRPG란것은 제작사에서 제공해준 룰만으로 주사위로 여러사람들이 행해가는 연극(?)놀이같은 게임입니다. 당연히 행동에 제약이란게 상당히 적고 참가자들이 원하는대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갈수 있었죠. 말하자면 도시에 들어간 용사 파티가 뜬금없이 지금의 임무와는 상관없이 길에 지나가는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작업을 건다든가 그런 플레이도 가능한겁니다. 이러한 하나의 가상의 세계의 실현이 본래의 TRPG의 구현목표였고, 이의 후예라 할수있는 CRPG(이하 RPG로 칭함)에서 이의 구현을 목표로 했던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죠. 그래서 초창기의, 명작이라 불리어지던 RPG들은 이러한 자유도의 구현에 힘을 쏟았고, 이러한 RPG들을 주류...혹은 정통RPG라 칭하게되었죠.
이러한 RPG들은 한때 상당한 인기를 구가해서 정말 많은수의 RPG들이 쏟아져나오게됩니다. 그 절정은 80년대와 90년대초였는데, 그때는 정말 넘칠정도로 많은수의 컴퓨터용 RPG들이 쏟아져나와서 RPG게이머들은 정말 무슨게임을 해야할지 모를정도의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RPG게임들을 대강만 열거해본다해도, 울티마, 위저드리, 바즈테일, 마이트 앤 매직, 주시자의눈을 위사한 SSI사의 던젼스앤 드래곤즈(이하 D&D)시리즈, 폴아웃의 시초라 할 웨이스트랜드, 사이버펑크 RPG의 효시라 할 2400AD등등 무려 셀수가 없을정도죠...하지만, 이러한 시대는 90년대 초중반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맙니다. 게임계의 판도가 바뀌게된것이죠.
사실, 당시까지의 PC의 사양으로는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는 아직 꿈꾸지못할때라 정적이고 느릿한진행의 RPG가 개발하기도 쉽고 유저들에게도 잘 수용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가 되면서 컴퓨터의 사양은 점점 나아지기시작했고, 지금과 비교하면 하찮을정도겠지만, 당시로서는 정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정도의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과 사운드를 자랑하는 게임들이 생겨나기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새로운 유저들의 눈은 그쪽으로 끌리기 시작했고, 이러한 시류에 쐐기를 박은게임이 바로 초창기FPS의 최고명작이라 할수있는 DOOM의 등장이었죠.
지금보면 허접한 가짜3D FPS인 이 게임은 당시 출시되어 컴퓨터게임계의 판도 자체를 바꾸어놓았습니다. PC에서 이러한게임이 구현될수있다는것을 알게된 제작사들과 유저들은 이제 그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버린거죠. 그이후로 정말 수많은 DOOM의 모작들이 등장했고, PC게임계는 과히 FPS의 춘추전국시대라 할수있을정도로 FPS게임만이 잔뜩 양산되게됩니다. 몇몇 RPG게임들이 자신들의 시스템에도 둠과같은 초기 FPS스타일의 게임엔진을 도입했지만 그 시도는 좋았을지언망정 그 효과는 별로 신통치않았죠. (울티마 언더월드시리즈나, 지금도 시리즈가 계속나오는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 그로부터 5년이 넘는 기간동안 정통 RPG혹은 서양식 RPG라 불리는 게임의 장르는 암흑시대를 맞이하게됩니다. DOOM이란 게임의 등장이 게임계의 기술적발전에는 크게 기여했을지몰라도 그로부터 시작된 FPS시대는 RPG의 암흑시대를 열기에 충분했죠. 숫적으로만 비교해봐도 90년대초까지 한달에도 몇개씩 발매되던 PC용 RPG들은 이 암흑시대동안은 1년에 1개가 겨우 발매가 될까말까한 실정이었으니깐요.

하지만, 다행히도 RPG의 맥은 끊기지 않고있었습니다. 전혀 다른곳에서 변화된모습으로 그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있었죠......
1980년대, 일본에도 미국의 TRPG가 소개되게됩니다. 이는 일본에 아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게되고, 일본 자체만의 TRPG도 등장하게됩니다.(소설 로도스도전기의 배경이되는 룰인 '소드월드'는 일본에서 D&D를 모방해서 만든 일본 자체의 TRPG) 자연스럽게 서구의 RPG게임들도 일본에 소개되게 되었고 큰 인기를 끌게되었죠.(위저드리는 미국보다 오히려 일본에서 인기가 더 많아져서 미국에서 제작사가 망해버린 지금도 일본에서 위저드리게임이 계속 나오고있지요)
이러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게임전용기, 속칭 가정용게임기들이 생겨나게됩니다. 당연히 여러종류의 게임이 더 넓은 유저들에게 소개될수있게되었고, 이것은 새로운 게임장르의 태동에 너무나 유리한 토양이 되어졌죠. 그리고 1980년대 중반 드디어 사건은 일어나고맙니다.
이미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던 울티마와 D&D의 스타일과 설정을 많은부분 차용한뒤, 가정용게임기에 걸맞도록 상당히 단순화시켜 만들어진 '일본식'RPG게임인 드래곤퀘스트가 패밀리게임기로 발매된것입니다. 당시 패밀리게임기는 일본내에서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반드시 구비하고있어야 할 상비품목이었다고합니다. 드래곤퀘스트는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하고있던 그들에게 단비와 같은게임이었죠. 단순한 액션게임에선 볼수없는 긴 플레이타임과 깊은 몰입도를 제공해준 드래곤퀘스트는 거의 국민게임이라 불릴정도로 대 히트를 하게되고 이 뒤를따라 일본에서도 여러 제작사에서 자체적으로 RPG게임들을 개발해내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에서 계속 이어져내려와 새로운 기종이 등장할때마다 새로운 RPG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게되었죠.

하지만, 이 일본식 RPG들은 그 어버이라 할 정통RPG와는 많은면에서 이질적이었습니다. 애초의 시작 자체가 게임기용 타이틀에서 시작했기때문에 유저인터페이스면에서 기존의 미국식 PC RPG와는 판이하게 다를수밖에 없었죠. 패밀리게임기에는 당시 버튼이 두개밖에 없었습니다. 셀렉트, 스타트 버튼을 포함해도 4개가 전부였죠. 거기다가 최초의 드래곤퀘스트는 밧데리 백업스타일의 세이브방식도 아닌 패스워드방식이라는... 지금은 전혀쓰이고있지않는 단순한 세이브방식이었습니다. 패스워드방식이란, 진정한 방식의 세이브가 아니라, 게임을 종료시키면 현재의 데이터를 암호화시킨 문구를 보여주고, 다시 게임을 재개할때 그 문구를 입력해서 게임을 하는 극히 원시적인 방식의 세이브입니다. 당연히 캐릭터나 게임 자체의 데이터가 최소한으로 단순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죠.
단순한 입력장치와 단순한 데이터체계... 드래곤퀘스트가 선택한것은 자유도를 버리는것이었습니다......
솔직히 드래곤퀘스트는 외양(그래픽이나 사운드)만으로 봤을때는 그 아버지라 할 리차드 게리엇의 울티마와 상당히 비슷해보입니다.그러나, 울티마에서의 넓은 자유도와 그에 비롯한 자유분방한 플레이스타일이 드래곤퀘스트에서는 제거되어있습니다. 대신에, 그나마 남겨진 RPG의 또다른 매력요소인 플레이어의 성장, 경험치획득과 레벨업에의한 재미만이 남게되었죠.
드래곤퀘스트1의 게임플레이를 볼까요? 마왕이 공주를 납치해갔습니다. 용사가되어 공주를 구하러갑니다. 그런데... 길은 알고보면 외길입니다. 드넓은 대륙처럼 보이지만 마왕의성은 고레벨 몬스터천지라서 지금레벨론 턱도없습니다. 거기다가 중간의 동굴을 지나가려면 무슨무슨 아이템도 필요하군요? 그 아이템을 구하려면 보스를 이겨서 얻어야하는데 지금레벨론 그 보스도 턱이없으니 레벨노가다를 해서 돈과 레벨을 벌어 그놈부터 무찔러야겠군요......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그 버려진 자유도대신 일본식RPG에서 새로 생겨난 요소가 자리잡게됩니다. 레벨노가다지요... 사실 서구의 정통RPG에서는 레벨노가다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일단 레벨노가다를 하기도힘들었을뿐더러... 그럴 의미자체가 별로없었죠. 하지만, 일본식RPG에선 자유도를 삭제한뒤 게임 플레이타임의 연장을 위해, '막강한 보스 캐릭터'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를 물리치기위해선 스토리의 진행보다는 캐릭터자체의 성장에 주안을 둔 레벨노가다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죠. 미국식 RPG가 이것저것 자유로운 플레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것과는 달리 일본식 RPG에선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면서 시간을 보내게된것이죠.
물론, 어느쪽이 좋고나쁘다는게 아닙니다. 일본식RPG의 캐릭터성장방식은 많은유저들에게 '노가다뒤의 기쁨(?)'이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고, 그것자체가 일본식 RPG의 매력이었으니깐요... 어쨌든 이로인해 일본식RPG는 태동부터 서구식 RPG와는 전혀다른길을 걷게됩니다. 추구하는것 자체가 달랐으니 자유도에 그렇게 목마를 필요가 없게되었죠. 서구인들은 RPG의 자유도에서 매력을 느꼈다면, 일본인들은 RPG의 캐릭터성장에서 매력을 느낀겁니다. 그래서, 일본식RPG는 그 특유의 일직선적인 진행을 특징으로 갖게되었습니다.(물론 일본 RPG중에도 정통RPG의 자유도를 추구하려 노력했던 게임들은 몇개 존재합니다. 미흡하긴 하지만 자유시나리오를 도입하려 한 로맨싱사가 시리즈나, 아트딩크의 루나틱돈 시리즈같은것들이 예이지요. 하지만 일본RPG 전체의 수에 비하면 그 수는 미미합니다.)

어쨌든... 본가 RPG와는 전혀다른 형태의 배다른 형제라 할 일본식RPG는 그 뒤로도 계속 독자적으로 발달해나갔고, 이는 서구에서 RPG의 암흑기라 할 90년대에도 계속 이어져나갔죠. 아니... 슈퍼패미콤등의 기기의 등장으로 어쩌면 일본식RPG는 그때 오히려 그 꽃을 만개하고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배다른 형제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미국식 RPG는 그 끝없는 침체에서 벗어나지못하고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미국식 RPG의 부활의 시금석이 될 게임이 출시됩니다. 바로 디아블로의 등장이었죠.
물론, 디아블로는 과거 미국식 정통RPG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자유도는 전혀없고 일직선적인 진행과 단순한 플롯, 스토리진행보다는 레벨업과 강력한 아이템획득이 목적이죠.
사실, 이러한 디아블로의 게임성은 80년대 RPG의 곁가지로 존재해왔던 장르였던 rogue-like류 게임에서 유래된것입니다. 무한하게 자유롭게 생성되는 던젼과 새로운 아이템들, 그 던젼을 계속 내려가면서 몬스터를 죽여나가는 그 게임플레이는 80년대에 rogue-like게임에서 이미 정립이 되어있었던것이고, 던젼위에 마을하나있고, 포탈로 왔다갔다하면서 던젼 하나씩 내려가는것은 rogue-like의 하나였던 Moria에서 이미 80년대에 정립이되어있었죠. 솔직히 말하자면 디아블로1은 이 Moria란 게임에 예쁘게 그래픽만 덮어씌운것에 다름아니었습니다.(Rogue-like게임의 영향을 받은 게임으로는 일본의 츈소프트의 이상한던젼시리즈가 있습니다. 토르네코의 모험, 풍래의시렌 같은 게임들이죠. 그러고보면 어떤면에서 디아블로와 상당히 닮지않았습니까?)

하지만, RPG에 너무나 목말라있던 서구의 게이머들에겐 디아블로는 마치 가뭄뒤의 단비와 같은 게임이었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FPS등의 게임으로 엄청나게 발전해버린 게임제작기술과 RPG가 만나면 어떠한것이 만들어질수있는가를 유저들은 깨달은겁니다. 그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뒷받침으로 디아블로1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합니다... 대박...이었죠...
그리고, 사람들은 디아블로의 성공에서 다시금 PC게임계에서도 RPG로 돈을 벌수있다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다시금 RPG가 부활할수있는 기초가 다져진것이죠...

그 뒤로 RPG부활의 몸부림이 시작되었습니다만, 오랜 암흑기이후여서였는지 그 움직임은 통일되지못해있었습니다. 그 움직임은 크게 세부류로 분류될수있었는데...
그 첫번째는 언제나 그렇듯이 성공작의 답습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디아블로의 클론들의 양산이었죠... 그중에는 꽤 괜찮은게임들도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시류에 편승한 그 모방작들에겐 RPG부활의 움직임이란 명칭을 붙여주긴 과분할런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두번째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있는 온라인RPG입니다. 당시 이미 매니악하게나마 자리를 잡고있던 울티마온라인을 위시한 초창기 온라인RPG들과 디아블로와의 접합은 온라인 RPG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게되었고, 그 움직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에대해선 할말이 정말 많지만 다음기회에 다시하기로 하고...

마지막 세번째... 발달한 기술력을 이용한 정통 서구식 RPG의 부활이었죠... 이미 디아블로의 성공으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PC RPG가 먹혀들어갈수 있다는것은 확인이되었으니, 이제 누군가 만들기만 하면 되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야기하려는 발더스게이트가 등장했습니다.

20세기가 막 끝나갈무렵 등장한 발더스게이트는 외양만으로는 디아블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쿼터뷰에 3D로 프리랜더링된 캐릭터들의 묘사는 그래픽적으로는 상당히 유사하지요. 그러나, 발더스게이트는 디아블로와는 달리 이미 명맥이 끊겨버린 정통RPG의 스타일을 이어받고있습니다. 일단 룰 자체를 RPG의 원로라 할 D&D의 버전업판인 AD&D를 사용하고있고, 과거의 그의 선배들이 추구하던 자유도의 구현에도 노력을 보이고있습니다. 그러한 바탕위에 발전한 기술로 당시로는 혁신적인 미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로 유저를 만족시켜주었죠.
하지만, 과거의 RPG와 발더스게이트는 완전히 같지는 않았습니다. RPG의 암흑기동안 서구의 RPG게이머들중 일부는 이미 일본에서 변형된 형식의 RPG들을 역수입해서 접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나름대로의 매력을 어느정도는 인정하고있었지요. 희생된 자유도대신 얻을수있었던 일본식 RPG의 잘짜여진 스토리는 나름대로 서구 게이머들에게도 먹혀들어갔고, 그것은 서구쪽에서의 파이널판타지시리즈의 성공을 보아서도 알수있습니다.
지난 암흑기동안 그나마 일본식 RPG들로 갈증을 달래온 서구게이머들에게 오래전의 정통RPG들의 엉성한 스토리(사실상, 과거 게임들의 자유도는 그만큼 스토리의 엉성함을 낳았죠...)는 이미 먹혀들기 힘들었습니다. 그들도 이제는 다른방식의 RPG를 접해보았고, 아무리 정통 RPG에 굶주려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스토리텔링 RPG의 매력을 거부할수는 없었던거죠...
그래서... 발더스게이트는 사실, 정통 RPG팬들은 꺼려하는 의견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일본식 RPG의 영향을 수용했습니다. 많은부분은 아닐지언정 그 스토리텔링과 챕터별 구분방식등은 과거의 정통 미국식 RPG에서는 보기힘들었던것이지요. 특히 자동진행 이벤트장면같은것들은 자유도를 중시하던 과거 미국식 RPG에서는 거의 찾아볼수없을 아주 일본적인 요소이지요. 발더스게이트의 제작자들도 FF7이 어느정도는 자신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것을 인정하고있으니깐요...

이로인해 발더스게이트는 게이머들에게 어느정도 쉽게 다가갈수있는 그나마 정통 RPG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그래픽과 사운드도 현재의 눈높아진 게이머들에게 어느정도는 수용될수있을정도의 수준이고, 정통RPG의 매력을 여전히 가지고있으면서도, 어느정도의 매력적인 스토리전개를 보여줍니다. 상당한 수작이죠.

문제는 그 뒤에있습니다. 그 뒤로 이 발더스게이트의 뒤를 이을만한 게임이 아직까지는 없다는것이죠. 그 뒤로 제작사인 블랙아일은 망해버렸고, 후속작의 소식은 요원해져버렸습니다. 판권은 복잡미묘한 문제로 허공에 둥 떠있고, 후속작(?)이라 할 네버윈터나이츠도 멀티플레이를 주안으로 삼은 게임성때문에 혼자 느긋이 플레이하던 과거 RPG들의 매력과는 상당한 이질감이 있습니다. 동료를 얻어가며 판타지세계를 여행하면서 자유로운 모험을 펼치는 그런 매력의 게임이 현재는 더 나와주지 못하고있다는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출시된지 한참이나 지나버린게임인 발더스게이트를 아직까지도 수많은 RPG팬들이 즐기고있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험을 위해 펼쳐진 드넓은 세계, 개성넘치는 동료들, 장엄한 스토리, 그러면서도 잊지않고 구현되어진 자유로운 플레이환경. 이 모든것이 발더스게이트에는 있습니다. 세상사 모두 잊어버리고 컴퓨터앞에 앉아 가상의 판타지세계에서 모험을 '느긋하게' 펼치는 기분. 그것은 현재 범람하는 온라인RPG에서 느낄수있는 매력과는 또다른것이죠. 과거 정통 RPG들의 매력이 남아있는 마지막게임이라고나 할까요?
자매작품이라고 할수있을 아이스윈드데일에서는 너무나 자유도가 축소되어버렸고, 비슷한 성격의 게임인 TOEE같은것도 드넓은 모험세계의 표현은 제대로 되어있지않습니다. 블랙아일은 망해버렸고, 또다른 공신이라 할 바이오웨어가 만든 네버윈터나이츠는 멀티위주의 게임이라 혼자서 느긋이 플레이하기엔 발더스게이트만큼의 매력이 없습니다. 그리고 스타워즈 구공화국시리즈도 잘만들어진 게임이긴 하지만, 판타지세계를 버린이상 정통RPG의 매력을 원하는 기대와는 어느정도 상충될수밖에 없습니다. 발더스게이트와 디아블로를 벤치마킹한 던젼시즈시리즈는 잘만든게임이긴 하지만, 게임진행 자체가 극한의 일직선진행이죠...

현재로서는 발더스게이트 시리즈가 정통 RPG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게임이라고 할수있을것같습니다. 그 뒤로 뒤를 이어줄 다른 작품이 나와주지 못한다는것이 정말 슬픈현실이죠.
하지만, 발매된지 한참이나 지난 발더스게이트지만, 지금 플레이해봐도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충실히 구현된 ad&d룰을 따른 정통 세계관. 내자신의 분신이 되어줄 주인공과 모험하면서 만나가는 개성넘치는 동료들. 자그마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세계의 운명을 바꿀 모험에 동참하게되는 장대한 스토리. 그러면서도 잃지않은 세세한 자유도들. 지금 플레이해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죠.
현재까지 나온 시리즈는 발더스게이트1, 발더스게이트1 확장팩 '테일즈오브 소드코스트', 발더스게이트2, 발더스게이트2 확장팩 '바알의 왕좌' 이렇게 4개입니다. 기본적으로 1편부터 플레이해야 그 참 매력을 느낄수있지요.
최근에는 전세계의 유저들이 만든 MOD들로 인해 더 즐길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아직도 전세계의 많은유저들이 발더스게이트의 수많은 MOD들을 만들고있고, 이로 만들어진 비공식확장팩이라던지, 새로운 동료, 새로운 스토리, 새로운 지역등이 현재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지고있습니다. 지금보면 많이 초라한 그래픽인 발더스게이트1을 발더스게이트2의 엔진으로 구동시킬수있는 모드들도 나와있지요.
새로운 모드들에서 우리는 기존에는 없었던 여러 동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지역으로 모험을 떠날수가 있으며, 새로운 아이템들을 만날수가있습니다. 이미 망해버린 제작사가 하고있는 일들이 아니죠. 출시된지 한참 지나버린 이 게임의 매력을 버리지못하고 아직까지도 매달려있는 수많은 전세계의 유저들이 그러고있는것입니다.

얘기가 길어졌군요. 결론은... 현재로선 정통RPG의 마지막 후예라 할만한 게임은 이 발더스게이트뿐인것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추후 더 멋진 게임이 나와주길 바라마지않고있지만, 현재로선 정통RPG의 맥은 여기에서 끊겨져버린것만 같습니다. 여타 범람하는 일본식 RPG나, 온라인 RPG, 디아블로류의 던젼 RPG에서는 느낄수없는 정통RPG만의 매력을 느끼려면 아직까진 이 발더스게이트가 최적의 게임인것같습니다...

정통RPG의 매력에 빠지고싶으신 유저분이시라면 지금당장 한번 플레이해보시길...
초반의 장벽만 넘을수있다면 새로운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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