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성공적인 출항에는 출시 시기가 굉장한 순풍이 되어주었습니다. 한국에서 게임방이 하나 둘 씩 생겨나고 인터넷이 주목받던 차에 말이죠. 마침 워크레프트를 기억하는 게이머들이 다음 시리즈를 기대하고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고요. 결국 그 시기에 잘 만든 게임이 스타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멀티플레이 지원이나 빠른 진행, 직관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 등 한국인에게 있어서 스타 만큼이나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게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국내 게임시장이 이토록 편파적으로 변한것은 비극이라면 비극이지만요.
모뎀으로 전화비 걱정해가며 친구와 C&C 하던 시절은 끝나고 게임방, 집에서 초고속인터넷 망으로 스타크레프트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친구를 따라가서 게임방에서 스타를 하기는 했으나 패키지구입이란 생소한 일이었겠죠. 친구한테 이렇게 물어봅니다. "야 이거 우리 집에서도 할 수 있냐?" 그럼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 그런데 사야되"/ "아 씨. 그거 얼만데? 뭐? 그렇게 비싸?" "복사하면 되긴 되는데.." "어떻게 하는데?"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 할 수 있게 된 한국인들은 공유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스타크레프트의 초대박 성공으로 제 2의 스타크레프트를 노린 국내 게임개발업체들의 질주가 시작되었으나 그 무렵 부터 지금까지 한국에는 스타의 저주가 걸려있습니다. '스타와 다르게 만들면- 스타는 이런데 이건 이래서 불편하다. 라는 평을 듣고, 스타와 똑같이 만들면-스타 베낀거네. '라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국내 게임개발자들은 미숙했던 겁니다. 그 미숙한 게임들은 많이 팔리진 않았지만 복사는 많이 되었습니다..
게임 개발업체는 제2의 스타를 꿈꾸며 발악을 했으나 돈을 퍼부으면 퍼 부을수록 처절하게 망했습니다. 한참이나 그렇게 삽질하던 그들은 드디어 스타2를 포기하고 정말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스타만 했습니다. 컴퓨터보다 스타를 먼저 배운 사람들은 다른 게임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컴퓨터좀 하는 형이 스타를 하고 컴퓨터 전혀 못하는 동생이 스타를 하고. 저주는 다음 세대로 유전됩니다. 스타 외에 다른 게임은 '이 게임 정말 해 보고 싶다'같은 느낌보다 '이 게임 한번 해 볼까?'라는 느낌 밖에 주질 못했고,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게임은 복사해서 해보면 되는거였죠. 그 후 국내 패키지 게임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대규모 자금이 도는 가요와 영화는 모르되 만화시장역시 퇴보합니다. 만화의 경우 인터넷 보다는 책방의 영향이 컷지만..
말도 안되는 비약에 비약을 거듭해 이렇게나 길게 썼지만.. 결국 이건 제가 지금 까지 본 국내의 패키지 게임사와 현재의 게임,만화 컨텐츠 산업의 퇴화로 연결된 감정적인 헛소리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써 놓고 보니 스스로 허무합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