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저도 게임 개발자입니다만..

무영소수 작성일 06.05.17 18:3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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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밑의 씹어주겠어~ 글에 리플로 쓸려고 했는데.. 글이 안올라가네요.. ;;;

그래서 걍 씁니다.. ㅎㅎ;; 업무중에 두서없이 쓴 글이니 읽기 힘들어도 양해를.. ^^;;



개발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개발자는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보단 잘 만들고 싶어합니다.

재미있게 만드는건 개발자가 아니라 기획자의 몫이라고 생각하죠.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우리나라 게임들을 보면..

개발의 기술력 면에선 다른 외국 게임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선 오히려 더 나은 면도 있죠...


문제는 기획입니다만..

전 아직 게임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려고 애쓰는 기획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기획자들은.. 단지 게임을 잘 팔기 위한 기획만을 했을뿐..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기획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선.. 결정된 기획사항에 대해 뭐라 말할수 없습니다. 개발자는 기획자의

기획대로 충실하게 구현해 주는것이 개발자의 의무이지.. 기획자와 싸워서 기획을 수정하게

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사실.. ㅡ.ㅡ..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기획자에 비해

말빨이 딸려서.. 싸우면 집니다.. ㅠ_ㅠ ).. 이건 아니다.. 싶은 기획이 온다 하더라도.. 일단은

만듭니다. 이미 결절된 기획사항이니까요.. 신기하게도 체계가 잡혀 있는 몇몇 개발사들을

제외하고는 기획회의에 개발자는 참석하지를 않습니다. 다만 결정된 사항을 들을 뿐이지요.

개인적으로 좀 답답하게 여기는 부분중의 하나입니다만.. 제대로 된 체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니.. 하는 생각으로 그냥 그냥 시키는 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기획자 책임으로 돌리려는 건 아닙니다.

기획자가 그런.. "돈이 되는 기획" 을 하는 되는 뒤에는 경영진의 잘못된 마인드에서 비롯된

압박과..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는 빡빡한 일정.. 참신한 기획이 떠올라도 모험을

할수 없게 만드는 국내 게임시장 상황.. 말은 드럽게 안들어쳐먹는 개발자랑 그래픽 디자이너..

( ㅡ.ㅡ;; ).. 기획자도 그런저런 고뇌와 고민속에서 결국 안전빵.. 을 택하게 되는 거지요..

그 안전빵이란 것이 결국.. 기존의 게임들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그대로 베끼거나..

조금 변형을 주는 정도가 되는 겁니다.


와우가 개발기간이 5년이 걸렸다지요?..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개발기간과 충분한 자금을

투입해주는 회사가 있을까요? 그 5년 동안 전혀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최악의 경우 그

막대한 기간과 인력과 자금을 투입한 프로젝트가 게임을 출시조차 하지 못한채 그대로

드롭되어 버릴수도 있는데도 "시간과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좋은 게임만 만들어다오."

라고 말할 회사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게임업계 경영진들 중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단 한사람.. 손노리의 이원술 사장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것

같더군요.. 그런데.. 그 손노리가 지금 어떻게 되어있습니까.. 그라비티에서.. 일본쪽에서

수혈해주는 자금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답니다..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마인드 인데도.. 그런 마인드로 개발을 하면.. 우리나라에선 살아남지 못하죠..


이런 상태가 된건 유저들의 잘못도 한 몫 했습니다.. 과거 패키지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할때..

불법복제로 패키지 시장이 망해가면서.. 기술력을 갖춘 회사는 많이 생겼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자금력은 바닥이 났습니다. 결국 외부의 투자, 혹은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해야 하게 생겼는데..

투자기관이나 정부에선.. 눈에 띄는 결과.. 즉 수익모델을 원했지요.. 뭐 투자기관이나 정부는

투자한 만큼 이윤을 뽑아야 하니 당연한 거겠지만.. 그렇게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외부의

수혈에 의존하게 된 개발사들은.. 그들의 요구대로 그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이 아닌..

"잘 팔릴 것 같은 게임" 을 만드는데 몰두하게 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다들 비슷비슷한

게임을 출시하게 되고.. 비슷비슷한 게임이 많으니 경쟁이 심해지고... 또 수익은 바닥을 치고..

다시 외부에서 수혈받고.. 또 수혈해준 곳에서 원하는 대로 "잘팔릴만한 게임"을 만들게 되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유행에 따라.. 라고 하면 말은 좋긴 하지만.. 그건 개발자도.. 기획자도 그래픽 디자이너도..

원하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색깔.. 자기만의 독특함을 가진 게임을 우리는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나.. 수익이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 법.. 회사가 망하면 내 월급도 안나오는 법.. ㅡ.ㅡ;;

결국 유행에 따라 갑니다. MMO가 대세다 라고 하면 MMO 만들고.. 캐주얼게임이 대세다

하면 캐주얼게임 만드는 겁니다.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하고 소박하지만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는 그런 꿈을 안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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