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라 퓌셀(La Pucelle) 제작 Kama Digital Entertainment & NIPPON ICHI SOFTWARE Inc 원작 NIPPON ICHI SOFTWARE Inc 장르 시뮬레이션 RPG (1인용) 등급 전체이용가 매체 CD-ROM (1장) 발매 2002년 9월 12일 가격 45,000원 (희망소비자가격)
(이 리뷰에 사용된 스크린샷은 본인이 직접 찍은 것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라 퓌셀을 만든 제작사, 니폰이치의 게임인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는 그 적은 물량에도 불구하고 폐인양성게임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명성을 떨쳤다(혹자는 디스가이아야말로 숨겨진 PS2의 킬러타이틀이라 평하기도 한다). 필자가 여기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은, 그 디스가이아의 그레이트 마더 격인 동사同社의 전작이다.
1. 라 퓌셀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시스템
라 퓌셀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들자면, 이 게임을 플레이해본 유저라면 누구나가 '정화'시스템을 꼽을 것이다. 아이템의 레벨을 올리는 데에도 쓰이고, 잘 이용하면 적에게 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특히 '대기적'의 경우는 범위내의 적을 일소할 수 있기 때문에 짜릿한 손맛을 보장한다. '대기적'을 일으키면 각 속성에 따라 속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화면에 크게 나타난다.
(눈동자가 없는 이 처자는 치료계 대기적을 일으키면 나타나는 이밴젤 양이다)
플레이어가 대기적 시스템을 별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 대기적은 그저 아이템 노가다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라 퓌셀만의 또 다른 특성으로는 독특한 아이템강화, 몬스터의 교육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겠다. 라 퓌셀의 아이템강화 시스템은 디스가이아보다 조금 복잡하다. 몬스터도 이용해야 하고, 합성할 아이템들의 레벨도 올려둬야 하기 때문에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익숙해지게 되면, 자신만의 최고의 아이템을 만드는 데에 심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몬스터 역시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잡아 잘 키워 두면 전투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아이템 레벨은 정화를 하면 올라간다)
(초중반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곰돌이)
어찌보면 정화, 몬스터의 교육, 아이템 레벨 시스템은 상호관계를 이루며 라 퓌셀의 근간을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2. 라 퓌셀의 스토리라인
라 퓌셀의 세계는 넓다. 플레이어는 월드맵의 각 지역을 누비며 스토리를 진행해가는데, 주인공인 프리에 남매를 비롯한 성녀회의 인물들, 파프리카 왕국의 왕녀 에끌레르(PSP판으로 발매된 '프린세스 크라운'의 그라드리엘과 많이 닮았다)등이 그 중심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라 퓌셀은 풀 보이스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흐름의 중요한 부분에서는 잘 매치되어 있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토리에 몰입해갈 수 있다.
스토리의 주요 골자는 '권선징악' 이지만, 게임 후반에서 제일 부각되는 주제는 '신념'이다. 조금 유치하게 생각될 수도 있고, 뒷 얘기가 예상하기 어렵도록 꼬이는 스토리도 아닌데다, 이코(ICO)처럼 유저들의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그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자신할 수 있다.
등장 인물들은 다들 개성적이고, 디자인도 예쁜 편이다. 만약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면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여럿 생길 것. 빛의 성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대책없는 폭력소녀 프리에를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이런 귀여운 녀석도 등장한다. 너무 약해서 플레이어에게 봉인당하고 마는 비운의 캐릭터지만...)
(게임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알루에뜨. 깐깐한 성격이지만, 그녀의 정체는 사실...?)
3. 라 퓌셀의 진정한 무대, 마계!
정상적인 플레이로 라 퓌셀의 엔딩을 보자면, 그 플레이타임은 30시간 내외다. 최종 보스의 레벨은 70정도. 그렇다면 왜, 라 퓌셀의 캐릭터들의 레벨은 9999까지 올라가는 것이고, 능력치는 수만 대에 이르는 것일까?
바로, 라 퓌셀의 뒷골목이라고 할 수 있는 마계가 있기 때문이다.
마계의 몬스터들은 필드의 몬스터들보다 강력하다. 마계화 수치에 따라 결정되긴 하지만, 대마왕계에 진입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레벨이 500을 넘어간다. 이 녀석들과 싸워 이기려면 어중간한 노가다로는 택도 없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저런 녀석들을 잡아서 무슨 이득은 있는 걸까?
당연하겠지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매니아들은 스토리를 보는 것으로 끝내지 못하고 수십 시간을 더 투자해가며 캐릭터의 레벨을 수백 대로 올려놓고야 마는 것이다.
그 특전이란, 마계의 마지막 층에서 500레벨이 넘는 몬스터를 잡고 마계를 클리어하게 되면 주인공 프리에의 클래스가 '마왕'이 되는 것. 이와 동시에 맵의 어떤 곳으로도 이동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초시공 엔진'도 받을 수 있다. 이 조건을 20번 반복한 후 700레벨이 넘는 몬스터를 잡고 마계를 클리어하면, '대마왕'칭호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번에도 강력한 아이템을 지급한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마왕, 대마왕 클래스가 되면 일반적으로는 아군으로 만들 수 없는 몬스터들을 회유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12화로 구성된 각 장의 보스들도 마찬가지다(단, 마계의 몬스터들은 동료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강력한 몬스터들을 모아서 플레이어가 마지막으로 할 일은, 레벨이 2000대에 육박하는 숨겨진 보스 '바알'을 잡는 것이다. 필자의 친구 중에도 정말 여기까지 해낸 용자가 있다.
과연, 당신에게는 가능할까? 할 수 있다면 이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잠깐 필자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어중간한 노가다를 해서 레벨을 200중반 정도 찍었다. 그러다가 지쳐서 스토리의 마지막 보스를 잡으러 갔는데, 주인공 프리에의 일반 공격 한 방에 죽어버려서 정말 재미가 없었다...
4. 라 퓌셀의 조금 부족한 점들
라 퓌셀의 경우 그래픽 문제는 개인의 취향 차이이기 때문에, 별로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혹자는 옛날 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하지만, 필자는 깔끔한 2D디자인이 아주 마음에 든다. 오히려 이 게임의 강점으로까지 꼽고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다른 단점들은 무엇일까?
우선 느리다고 할 수 있는 전투 전개를 꼽겠다. 이 부분은 니폰이치사 본인들도 느끼고 있었는지, 나중에 나온 디스가이아에서는 개선이 되어 전투화면으로 일일이 전환하지 않게 되었다. 적 몬스터들 하나하나가 마법을 쓸 때 그걸 기다리고 있자면 정말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두번째로는, 퀵 세이브, 로드 시스템이 없다는 것. 로드를 하려면 게임을 리셋해야만 하는데, 처음 로딩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 다음으로 노가다의 단순함이다. 디스가이아의 경우, 라 퓌셀에서 계승할 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전부 없애버렸기에 노가다에 최적화 된 시스템으로 플레이어들을 폐인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라 퓌셀의 경우는 지루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아이템은 합성하면 강력해지기는 하지만, 일일이 몬스터를 포획하고 아이템 레벨을 올리는 과정이 너무나도 지겹다. 레벨을 올리는 것도 범위마법으로 적을 쓸어 경험치를 주워담는 단순 노가다에 불과하다. 이런 단순함의 고통을 참아낼 수 있는 인내심을 플레이어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모드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거리는 된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으므로, 그것으로 이 게임의 평가를 깎고 싶지는 않다.
5. 마지막으로...
꽤 오래 된 게임이지만, 팔콤의 팬이라던가 2D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라면 꼭 권하고 싶다. 중고의 가격은 15000정도로, 비싸도 2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첫 리뷰라 많이 어색하고, 스크린샷도 많이 집어넣지 못해 유감이다. 하지만 성심껏 썼으니, 이 리뷰를 본 누군가가 이번 주말에 가까운 중고매장에 가서 라 퓌셀을 사다가 재미있게 플레이하게 되면, 그 이상의 보람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