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창세기전 시리즈
<글쓰기에 앞서>
안녕하세요? zyclus 입니다.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데 바꿀 수가 없네요;;)
짱공유에 회원가입한지는 꽤 되었는데, 글을 올려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창세기전 시리즈를 굉장히 재미있게 했는데, 근래에 다시 플레이 해보고 뭔가
아쉬움을 느끼게 되어 리뷰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건 리뷰를 써봄으로써
창세기전의 스토리를 회상해보는 자기만족 일수도 있고, 그간 저에게 커다란 재미를
안겨준 것에 대한 일종의 감사 표시라 볼 수도 있겠군요.
기사도 아니고, 개인적인 플레이어의 리뷰이기에 주관적인 성격을 띄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 글을 통해 창세기전 팬에게는 추억에 대한 회상을, 팬이 아닌 분들에겐
게임에 대한 일종의 정보를 제공해 드렸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 게임에 대한 상당한 스포일링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 점 참고하세요^^
1. 창세기전 1&2 (1996.12.10 - 2기준)
- 국내 게임 시장의 발전이 전무했던 90년대. '손노리'사는 94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발매하며 국산 RPG의 발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소프트맥스'사는 야심차게 개발한
'창세기전'을 내놓지만 그 방대한 세계관과 스토리 때문에 한편으로 끝내지 못하죠.
그리고 96년 12월, 전편의 단점을 보완하고 스토리를 연계하여 완성판을 내놓으니,
그것이 현재 국산 RPG의 전설이 된 '창세기전 2' 입니다.
a. 그래픽
창세기전은 비단 1&2 뿐만 아니라, 모든 시리즈가 발매된 당시에는 (최고까진 아니더라도)
그 시절에 맛볼 수 있는 상급의 그래픽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2에서 사용된 다중스크롤
방식은 국내 SRPG 사상 최초로 시도된 방식으로 그 시절에 표현하기 힘든 3D 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입체감과 원근감의 사실성을 더해 호평을 받았죠.
<다중스크롤 방식을 이용한 원근감 표현>
물론 이 방식은 일본 RPG 에서 이미 시도된 방식이었기에 모방했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창세기전2의 그래픽 부분의 보강에 가장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이후에
제작된 국내 게임의 그래픽 발전에도 상당부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실상
그 시절 그래픽 처리 방식에 무슨 특허권이 있는것도 아니고;; 좋은건 받아들여서 이용해야죠)
그 외에도 그 시절엔 구경하기 힘들었던 현란한 마법과 필살기의 그래픽 효과 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창세기전 2의 기상효과 시스템은 유저의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현장감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뭔가 덜 만들어진듯한 부족한 느낌도 들었고 TP에 영향을
주어 게임의 전략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는 오히려 유저들에겐 불편함만 끼치기도 했기
때문이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플레이해 보신 유저분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평가가 엇갈린 기상효과 시스템>
그래픽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일러스트'부분이죠. 다들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창세기전 2의 일러스트는 만화가 '김진'씨가 담당했습니다. 2 이후의 창세기전 시리즈를
해보신 대부분의 유저분들이 이 부분을 맘에 안들어 하시는데요, 김진씨의 여리여리한
그림체가 서풍의 고급스런 일러스트나(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서풍도 김진 작가가
담당했다고 하는군요....정말일까?;;) 템페스트의 연애시뮬레이션 뺨치는 캐릭터 및
이후 시리즈의 일러스트를 담당하신 김형태 작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시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논하기 위해선 (오바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적 상황을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창세기전2는 현재 10년도 더 된 고전 게임이죠. (고작 10년으로
'고전'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은 게임의 역사가 그만큼 짧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그래픽으로는 복잡하고 수려한 그림은 표현하기가 힘들었음을 상기하셔야 합니다.
또한 김진 작가의 그림체가 현재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시대가 변해 일본 문화가 개방되면서
숱한 화려한 그림과 그래픽에 눈이 익숙해져 버린 탓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김진 작가는
국내에 몇 안되는 유명 만화가였고, '국내 최초 SRPG' 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이상
국내의 만화가들 중에선 가장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셈이죠. 또한 김진 작가의 순정만화틱한
캐릭터 표현은 '여성 유저'의 호감을 사기에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보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일러스트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요.
창세기전 시리즈가 완결된 이후 (2001년으로 기억합니다.) 게임잡지 v챔프에서 김진 작가의
'창세기전'이 연재된 적이 있었는데요(내용은 창세기전2 였습니다.), 거기서 안타깝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그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형태 작가의 일러스트에
익숙해져버린 팬들에게 순정풍의 베라모드나 흑태자의 모습은 큰 매력이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김진 작가의 연재는 2의 팬들에겐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게임으로만 봐오던
칼스가 멸살지옥검을 꺼내들어 적을 쓸어버리는 장면이 만화로 표현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두근 거리기도 했지요.)
b. 시스템
창세기전 1&2에서 시도된 시스템은 매우 다양해서 이곳에 언급하기 곤란한 정도입니다.
그 유명한 TP 시스템을 비롯, 직업에 따른 특성,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사기 수치,
용병고용 시스템 등. 물론, 후반 초필 남발에 의한 난이도 급강하와 밸런스 문제는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국내 최초 SRPG 임을 고려해 본다면 그 전투시스템의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었죠. 특히 2에서는 1에서 시도된 여러 시스템 들 중 평이 안 좋았던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하였는데, 이 부분은 1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1에선 상당히 많은 개념이 전투 시스템에 도입되어 불필요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만큼 '다양성' 면에서는 타 시리즈 보다 훌륭했거든요. (물론, 이 역시 그 시절을 생각
했을 때의 얘기입니다.) 특히나 창세기전 시리즈의 간판이 되는 다양한 '무기'들과
고유의 '초필살기' 등은 거의 대부분 창세기전 2에서 선보인 것들입니다. 캐릭터 고유의
초필살기 개념과 강력한 무기의 존재는 흑태자, 칼스, 라시드 등의 먼치킨 캐릭터들과
맞물려 시리즈의 '전설'을 만들어냈죠. (여기서 누가누가 더 센가 하는 의미없는 논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차후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아수라, 멸살지옥검, 바리사다
등과 그로 인한 아수라파천무, 천지파열무, 설화난영참 등의 단골 초필 코스를 밟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창세기전 시리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완성도 높은 BGM 이죠. 음악에 관련된
부분은 개인의 취향 차이가 심하기에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음악과
편집이 뛰어난 곡들을 게임에 삽입하여 몰입도를 높였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엔딩의 보컬곡 삽입은 그 당시로선 획기적인 것으로, 흑태자와 이올린의 슬픈 마지막에
감정이입을 하게 해주는 훌륭한 촉매제가 되어주었죠.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창세기전2의 정품 게임 CD를 CD플레이어에 돌리면 약 20 트랙 정도의 BGM을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물론, 엔딩의 곡도요 ^^ (하긴, 이 부분은 차후 시리즈도 마찬가지군요)
c. 스토리
창세기전2의 스토리는, 이후 시리즈가 RPG 로서의 높은 스토리 완성도를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악평을 듣게 할만큼 멋진 시나리오였습니다. 무엇보다 마왕을 물리치는 정의의 용사를 그리는
전형적인 일본형 RPG 스토리에서 벗어나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슬픈 사랑이야기, 신화를
이용한 신과(결국 신은 아닙니다만) 인간의 갈등 등을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멋지게 소화해냈죠.
이는, 국산 RPG의 전설 중 하나인 '손노리'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심플한 주제와
차별을 두어 소프트맥스만의 두터운 팬층의 형성과 국산 RPG의 한 획을 긋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오해가 있으실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주제가
심플하다는 것이 결코 그 게임이 안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94년 7월
작품으로 창세기전 2와 비교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스토리의 스타일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위에서 말씀드린 것은 단지 창세기전2가 국산 RPG의 부동의 대부였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아성에 대항하기에 충분했으며 그 부분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형식을 답습한 것이 아니라
창세기전 만의 매력, 그 중에서도 RPG의 생명인 스토리로 승부했기에 의미가 크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창세기전 시리즈를 좋아합니다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국산 RPG에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제 1회 한국게임 대상은 괜히 받은게 아닙니다.)
스토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창세기전 시리즈는 시나리오 작가가
같은 분이 아닙니다. 1&2 를 담당하신 분과 외전을 담당하신 분, 그리고 창세기전 3를 담당하신
분이 모두 다르다는 거죠. 서풍의 광시곡 같은 경우는 1&2를 담당하신 분이 시나리오의 토대를
만드셨다는 소문은 있지만 확실치는 않고, 템페스트와 창세기전 3의 시나리오 작가가 다르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는 후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죠.) 즉, 창세기전 시리즈는 일종의 '릴레이
소설'이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약점을 보이기도 하죠. (따라서 2의 매니아 분들이
외전이나 3를 싫어하시는 경우도 있는겁니다.) 따라서 저는 여기서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할 때
'뫼비우스의 우주'에 따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억지로 그 스토리를 연결시켜 거기서 발생하는
오류를 유저인 제가 굳이 애써 수습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죠.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서
창세기전 2의 스토리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칼스나 라시드의 서브 스토리, 흑태자와 이올린의
슬픈 사랑이야기 모두 뛰어났지만 게임의 뿌리를 이루는 베라모드와 흑태자의 대립은 정말 멋있었
다고 생각합니다. 창세기전 3에 의하면 '안타리아=아르케'가 아니지만, 원래의 설정에 따르면
안타리아는 아르케 행성의 과거입니다. 아르케에서 살던 과학자(오딧세이 승무원들)들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떠났고, 도착한 곳이 안타리아였지만, 이는 블랙홀의 거울효과에
의해 먼곳에 스스로의 좌표와 모습이 표현되었던 과거의 아르케 자체였던 것이죠. 따라서 시간선의
붕괴에 의해 자신들이 살던 세계는 없어진 셈이고 과거의 행성인 아르케에서 시간여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생식능력 상실 및 불노(불사는 아닙니다.)의 몸을 갖게 된겁니다. (아, 참고로 여기서
과학적인 해석을 갖다 붙이지는 맙시다. 이건 단지 게임의 세계관이며 설정일 뿐이니까 ㅡ.ㅡ;)
어쨌든, 베라모드는(정확하게는 그를 포함한 몇몇 신들은) 자신이 본래 살던 세계인 '아르케'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 시간선이 붕괴되어 과거의 아르케인 현재의 안타리아가
소멸되기 때문에 흑태자는(정확하게는 그를 포함한 몇몇 신들과 인간들은) 그에 대항했던 것이죠.
즉, 결국은 같은 세계를 두고 서로 '자신들의 세계'를 위해서 싸운 셈입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를
따지기 이전에 그 방대한 스케일과 측은한 전투에 저는 감동을 받았던거죠. 그러나... 3편의
뫼비우스의 우주 스토리가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됩니다...ㅡ.ㅡ 이는 후에서 언급
하겠습니다만, 2의 매니아 분들의 악평을 듣기에는 충분한 요소가 있는 셈이죠.
어쨌든 이처럼 창세기전1,2는 방대하고 탄탄한 세계관의 형성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한
스토리가 감동적으로 풀어지면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며 국산 RPG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
하게 됩니다.
<극한의 무를 이루었다는 극단적 설정의 캐릭터 흑태자ㅡ.ㅡ;>
2.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1998.3.14)
- 창세기전 2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보유하게 된 소프트맥스에 위협을 느꼈는지, 97년 11월,
소프트맥스사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손노리'사는 야심차게 준비한 RPG '포가튼 사가'를
발매하게 됩니다. 이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이후 3년만에 내놓은 자사의 RPG 게임으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커다란 기대를 불러 일으켰죠. 그러나 문제는 '버그'. 요즘에야
패치가 쉽게 이루어지는데다 인터넷으로 쉽게 패치를 다운받아 볼 수 있지만 그 시절의
'버그'는 상당히 골치아픈 문제였고, 따라서 창세기전2 이후 국산 RPG에 목말라 있던
많은 게이머들의 원성을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틈을 타 소프트맥스에서는
새로운 RPG 게임을 발매하는데요, 그것이 서풍의 광시곡이냐고요? 아닙니다 ㅡ.ㅡ;;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또는 아예 모르고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RPG '판타릿사'입니다 ㅡ.ㅡ;; 그러나 이 역시 창세기전2의 포스를 당하기에는 택도
없었죠. 그런데 이것은 훼이크였는지, 판타릿사가 발매된 지 3달만인 98년 3월 14일
'창세기전'의 간판을 단 RPG가 발매되니, 그것이 바로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서풍의 광시곡이 판타릿사를 잊혀지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일지도 모르겠군요^^)
a. 그래픽
서풍의 광시곡은 마치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포가튼 사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비교가 되지
않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그 당시인 98년 기준입니다.)
그 당시 그래픽의 양과 처리속도 때문에 8bit의 컬러수를 사용했던 기존 게임들과 달리
서풍의 광시곡은 16bit 컬러를 사용한 것이죠. 이는 '광원효과'에 크게 기여하여 배경에만
한정되어 있던 기존의 2D 게임들과 차별화하는 커다란 요소가 됩니다.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멋진 그래픽이죠.) 문제는, 이 그래픽의 장점을 게이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는지,
맵의 크기를 지나치게 넓혀 유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는...ㅡ.ㅡ
<16bit 컬러 사용으로 인해 전작에 비해 엄청난 그래픽 발전을 보인 서풍의 광시곡>
서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3D 동영상'의 도입입니다. 오프닝과 엔딩, 아론다이트와
아스카론의 전투 정도에만 한정되어 나왔기에 아쉬웠지만 그 당시로선 그만해도 파격적인
시도였죠. (물론 동영상에 '인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디테일한 작업을 하기에 98년
이라는 시대로는 역부족이었죠..ㅡ.ㅡ)
<3D 동영상으로 처리된 아스카론과 아론다이트의 전투>
일러스트에 대해 얘기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서풍의 광시곡 일러스트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찌보면 칙칙하고 어둡기도 했지만 중세풍의
게임 분위기와 스토리에 가장 어울렸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일러스트가
캐릭터의 모습에 한정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외의 CG는 없기에 보다 깊은 스토리 몰입이나
감정이입이 힘들었다는 단점이 있는거죠. (개인적으로 창세기전3 처럼 중간 중간 중요한
부분에서 일러스트가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서풍의 광시곡의 일러스트레이터도 '김진'작가라고 하는군요. 전혀 그럴거라 생각하지
못했는데..ㅡ.ㅡ;; 가만보니 비슷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새 실력이 늘으신건가?!)
참고로 일본에서 팔콤에 의해 리메이크하여 발매된 '서풍의 광시곡'은 일러스트가 오리지널과
다릅니다. 뭐랄까..보고 있으면 '일본틱하다!'는 느낌이 팍 든달까요.. 하지만 뭔가 눈에
힘이 풀린 시라노나, 로리가 된 카나, 족제비가 된 크리스티나... 무엇보다 후속작의 주인공인
클라우제비츠의 저 맹한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대략 안습입니다...(다른 여자 캐릭터는
꽤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한국판 시라노> <일본판 시라노> <일본판 클라우제비츠>
b. 시스템
서풍의 광시곡은 창세기전2와는 달리 주인공인 '시라노'중심의 정통적 RPG 모습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전작의 대규모 전투나 마장기 전투는 구경할 수가 없죠. (마장기랑 싸우는 것이 있긴
합니다만, 마치 배경과 전투를 하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전작의 시스템을 답습
할 수가 없기에 전투 시스템 면에서는 매우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전작의 팬들의 실망을 받아야 하기도 했죠. (저 화려한 그래픽으로 군단 전투를 하고 마장기
를 탈 수 있을거라 기대 했었다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창세기전'이라는 간판을 떼고
생각한다면 서풍의 광시곡의 시스템도 '무기 HP 시스템', 'XP에 의한 필살기 사용의 제어와
공격력 변화' 등의 참신한 시도를 하긴 했지만 역시나 전작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
이었습니다. 또한 같은 류의 일본 RPG 전투 시스템에 비해 이렇다할 특징이 없었던 것도
문제점이 될 수 있겠죠. 그나마 전투의 재미를 살렸던 것은 전설급 무기의 습득과 그에 의한
고유 필살기의 발동에 따른 쾌감이었으나, 그 역시 서풍만의 고유 시스템이 아닌 창세기전2
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었기에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서풍의 광시곡'의 최대 단점은 지나친 인카운트와 쓸데없이 방대한 맵이었죠.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유로 게임을 포기한 분들도 많다고 하시니,
그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재는 소프트맥스에서 맵을 다운로드 받도록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을 정도입니다...ㅡ.ㅡ) 또한 전투의 전략적 요소가 거의 없고 레벨
노가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단순함 등(물론, 서풍류의 RPG는 노가다성이 없을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 만사 OK라면 문제가 있는거죠), 시스템적인 단점으로 인해 멋진 그래픽과 뛰어난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서풍의 광시곡은 일부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당하기도 합니다.
BGM 부분은 역시나 전작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는데요, 게임 분위기는 다소 어둡지만
전투 시에는(특히 보스전에서) 템포 빠른 곡들을 넣어 전투 시스템에 따른 긴장감 감소를
완화시키기도 하고, 시라노와 크리스티나의 유대를 잇는 역할로 피아노 곡 'wind of memory'를
삽입하는 등 게임의 상당 부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wind of memory는 악보를 다운
로드 받을 수 있게 하여 팬 서비스라는 긍정적 작용도 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보컬 곡 삽입'이 없다는 것이 되겠네요.
c. 스토리
서풍의 광시곡은 이후에 제가 혹평을 하게 될 '템페스트'에 비해 '외전'으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갖춘 멋진 시나리오였습니다. '외전'에 걸맞게 창세기전 1&2의 안타리아/아르케 관련
스토리가 아닌 주인공 '시라노'에 초점을 둔 독립적인 시나리오를 갖추었기 때문이죠.
즉, '서풍의 광시곡'은 '창세기전1,2'가 마련해 놓은 방대하고 탄탄한 '세계관'안에서 고유의
스토리를 멋지게 펼쳐놓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서풍의 광시곡'은 '알렉산드로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안으로 하여 사랑과 복수, 희생을 소재로 삼았죠.
따라서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일색이긴 하지만, 여타 RPG에서는 접해보기 힘든 주제를 다룬
시나리오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각설하고 외전적인 요소를 살펴본다면, 게임 곳곳에
전작 팬들을 위한 장치가 꽤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라노가 흑태자의 망토와
아수라를 계승하는거야 전체적인 스토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니 말할 것 없고, 멸살지옥검을
얻을 때(일종의 서브 퀘스트라 보면 되겠죠.) '칼스의 마검 멸살지옥검을 발견하였습니다'
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가 하면, 낡은 엑스칼리버를 수리해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주는
그 희열(ㅡ.ㅡ;;), 거기에 마지막에는 제피르팰컨의 배후세력으로 '성왕 라시드'까지 등장
해서 전작 팬들의 플레이 추억을 회상시켜 주죠. (여담으로, 멸살지옥검을 얻는 부분에서
많은 팬들이 '어떻게 칼스의 검이 저기에 있는거냐?'며 의문을 제기하여 토론을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커다란 오류라고 비판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이건 꼭 그렇게 연결시킬 것이 아니라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생각하시면 될듯 합니다.
제작자들이 그렇게까지 신경써서 만들거라는 생각은 안드는 군요 ㅡ.ㅡ; 창3 파트2 에는
뜬금없게도 바리사다를 소환하는 기술도 있는걸요 뭐 ㅡ.ㅡ)
또한 서풍의 광시곡은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RPG 게임으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역시나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차후 시리즈의 다리 역할도 하게 되는데요,
대표적으로, 봉인된 '데이모스'를 통해 살아남은 신들의 '뭔지 모를 음모'를 얼핏
예고하는 것과, 시라노가 죽기 전 샤른호스트에게 아수라를 인계하는 것이 그겁니다.
<봉인된 데이모스. 후속작을 예고한다;;>
이로써 게이머에게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품게하는 예고편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거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장치 때문에 템페스트의 창세기전 시나리오 망쳐버리기
프로젝트가 발동됩니다만..... 이는 차후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가지 서풍의 광시곡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멀티 엔딩' 시나리오. 멀티엔딩
이라고 해봐야 선택지 한두번에 의한 세가지 스토리가 전부였지만 창세기전 시리즈로서는
획기적인 도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멀티 시나리오를 통한 게이머의 2,3차
플레이를 노린 것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서비스 차원으로 보면 되는데요, 오리지널 엔딩을
제외하고 배드엔딩과 해피엔딩 두가지가 있습니다. (해피엔딩 같은 경우는 전혀 유쾌하지
않습니다ㅡ.ㅡ; 복수고 뭐고 여자 캐릭터에 둘러싸여 내 삶을 찾아 떠나는 시라노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ㅡ.ㅡ; 다만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어둡고 슬프다 보니, 행복을
얻는 시라노를 원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라 보시면 될 것 같군요^^. 배드엔딩의 경우엔
시라노보다는 실버가 멋집니다.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믿는 자를 따르는 그 최후의
모습은 마치 창세기전2의 칼스를 보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죠..)
어쨌든 이처럼 '서풍의 광시곡'은 외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작 팬들의 기대를 일부분
충족시켜주는 한편, 창세기전1,2를 해보지 못한 게이머라도 플레이에 무리가 없도록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을 구축함으로써 RPG 게임으로서 '수작' 이상의 평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템페스트나 창세기전3 part1,2 를 싫어라 하시는 2의 매니아 분들도, 서풍만큼은
'창세기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데 이견을 보이시는 분이 많지 않죠.
<시리즈의 전설이 된 아스모데우스와 아수라>
3. 창세기전 외전2 템페스트 (1998.12.17)
- 창세기전 2의 성공과 그에 이은 서풍의 광시곡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소프트맥스는
같은 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새로운 게임을 발표하는데요(이는 창세기전2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매되었다는 점을 이용한 멋진 마케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ㅡ.ㅡ)
그것이 바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창세기전 외전2, 템페스트가 되겠습니다.
a. 그래픽
템페스트를 조심히 플레이하다 보면 곳곳에서 서풍의 흔적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ㅡ.ㅡ;
대사처리 방식이라던지 광원효과, 배경의 채색 등이 꽤나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실상 서풍의 광시곡과 같은 해에 발매된 게임인데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타이틀을 달고
발매한 것이니만큼 비슷할 수 밖에 없겠죠. 비슷한 그래픽을 보다 밝은 색상을 이용해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발랄한 느낌을 주었기에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듭니다만, 역시나
전투 시 화면 가득 등장하는 대두 캐릭터들의 압박은 견디기 힙들었습니다..ㅡ.ㅡ
<서풍과 흡사한 그래픽. 대사창과 글씨체는 아예 똑같다>
배경과 캐릭터의 조화가 안되는 어색함도 단점의 하나였죠.
한가지 커다란 장점을 꼽는다면, (많은 분들은 이 부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시는 듯
합니다만)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의 '3D 동영상 전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3D
동영상에 직접 개입하여 전투를 벌이고 조종을 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동영상 중간
중간 대사가 나오고 선택지를 이용하여 기술을 발동시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만,
게이머가 손대지 못하는 영역인 동영상에 조금은 직접 개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 당시로선 꽤나 멋진 아이디어였죠. (여담입니다만, 세라프가 마지막으로 발동하는
기술의 이름은 '무극파라 십삼익'....꽤나 화려했습니다 ^^)
템페스트는 전작인 서풍의 광시곡에 비해 분위기가 상당히 밝은 편입니다. 무거운 주제로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간 창세기전 시리즈가 계속 이렇게 나가다간 침울해 질 수도 있을
거라 판단했는지, 아니면 '외전'이란 이름을 달고 나오니 만큼 전작과는 다른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투시 캐릭터를 SD로 표현하기도 하고 미니게임을 삽입
하기도 하여 보다 가벼운 분위기를 만드려고 합니다. 따라서 일러스트 또한 변화를 주게
되는데요, 전작을 담당했던 '김진'작가 대신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니'씨의 힘을
빌리게 되죠. (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게임의 일러스트를 주로 담당하며 특히 성인용
게임의 일러스트 제작으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템페스트의 캐릭터들은 전작의 중후한 멋이
사라지는 대신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의 향연으로(ㅡ.ㅡ;) 눈을 즐겁게 합니다.
다만, 서풍의 광시곡 처럼 일러스트가 캐릭터의 모습으로 한정되어, 그 외의 토니씨의 CG가
없다는 것이 큰 단점이 되겠죠. (물론 발키리아머 습득시 일러스트가 나오긴 합니다만...
이왕 의뢰한거 몇 점 더 그려달라고 하지...)
<메리의 초기 일러스트> <코델리아의 초기 일러스트>
또한 게이머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엔딩의 경우, 일러스트는 '토니'씨가 아닌, 창세기전
3에 이어 차기작인 '마그나카르타'까지 소프트맥스의 일러스트를 담당하게 되는 '김형태'
작가가 담당하게 됩니다. (즉, 템페스트의 일러스트 작가는 두분이 되겠군요.)
문제는 엔딩의 형식. 동영상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화도 아닌 것이
스틸컷으로 나레이션과 함께 대략 30~40 분에 걸쳐 펼쳐지는데요, 혹자는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좋았다는 평을 하기도 하지만, CD한장을 소비한 것 치고는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다 이건 뭐, 구연동화도 아니고 설명만으로 슬픈 사랑이야기를 전달 받기에는
호소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스토리에 대한 것은, 나중에 언급하기로 하죠.)
b. 시스템
유저의 평가가 굉장히 엇갈리는 '시스템'부분입니다. 템페스트의 장르는, '육성 연애 어드벤쳐
시뮬레이션 롤플레잉 게임'이 되겠는데요 ㅡ.ㅡ; 소프트맥스측에선 '복합 장르 SRPG'로 간단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역시나 '외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인지 시스템 부분에선 전작에
비해 (매우)커다란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러한 복합 장르의 도입은 이제껏 시도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 매력이 있었고, 연애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성을 살려, 무거운 분위기의
전작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여성 유저'와 '저연령층'을 공략하는데 크게 기여했죠.
소프트맥스의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실속이었습니다.
각 장르의 특성과 장점이 되는 시스템을 잘 채용했더라면 시스템면에서는 진정한 '대작'이
될 수 있었을텐데, 무언가 여럿 부족해 보이는 시스템이 깔끔하지 못하게 어우러져 있으니
플레이어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는거지요. (육성의 지루함, 어드벤쳐의 단순함,
선택지에 의존한 어설픈 연애 시스템의 복합) 한마디로 음식에 맛깔나는 양념은 많이 들어갔으나,
그 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썼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템페스트는 어디까지나 RPG 이기에 다른
장르의 시스템에서 그 장점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압니다만,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때문인지 템페스트를 기점으로 창세기전의 팬들이
등을 돌린 경우가 많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 할지 모르시겠지만, 템페스트는
어디까지나 '창세기전'의 간판을 달고 있는 정식 외전 게임입니다. 기존 팬들의 기대에 부응
하지 못했다면 그에 따른 비난은 감수할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템페스트를 전작의 그늘에서 살짝 놓아주고 독립적인 게임으로 놓고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인 것도 사실입니다. 전작 팬들의 악평에 시달린 '사이드 뷰'시스템의 전투는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여성층과 저연령층의 게이머에겐 간편함과 아기자기함으로 호평을
받았죠. 전략적 요소가 배제된 'SP의 축적에 따른 기술과 마법의 사용'이라는 단순한 전투
방식도 문제가 되었지만, 이 역시 새로운 유저층에게는 노가다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이었기에 평가가 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전작팬들로서는 그 단순함이 쉽게
이해되지 않죠. 턴을 쉬어 SP 칸수를 채운 뒤 강력한 공격으로 끝낸다는 것.... 차라리
3의 soul 수치를 이용한 공격이 오히려 전략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니까요...)
그럼 이번엔 미완성으로 남은 '에고 시스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에고 시스템은 템페스트 개발 초기 당시 화제가 되었던 시스템으로 결국은
용량 문제에 의해 발매당시에는 삭제된 시스템입니다. 그 당시 소프트맥스의 발표에
따르면 에고 시스템은 1G 정도의 용량을 사용하기에 CD라는 저장매체로는 도입할
방법이 없었다는 거지요. 용량을 축소해서 넣자니 에고 시스템의 매력이 사라지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변명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시스템의 추가가 1G 라는 것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의문스럽고, 지금의 기술이라면 DVD 를 이용해 충분히 도입이
가능할텐데 그 후로 전혀 언급이 없는 것도 의아하죠.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시스템이라면
다른 게임에라도 도입했을 텐데 말이죠...)
참고로 템페스트 개발시 발표했던 '에고 시스템'은 말그대로 어드벤쳐 상의 플레이어가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하는 시스템(이라고합니다.)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얻은
정보가 저장되어 그에 따라 주인공(샤른호스트)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차후의 선택지나
게임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것이죠. 이는 마찬가지로 역시 삭제된 '다이어리 시스템'과
연동되어 자신이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그에 따른 추리를 스스로 하여 새로운 정보를
도출해 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정보인지, 얼마나 신뢰성 있는지 하는 것은
플레이어가 얻어낸 정보 및 선택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죠.) 이는,
비단 '멀티 시나리오'가 아니라도 게이머에게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선사할 수 있으며
기존의 게임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도 높은 퀘스트의 수행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당시 소프트맥스측의 설명이었습니다만...삭제되어 발매된 이상 진실은 저 너머에..ㅡ.ㅡ;
그러나 이 시스템이 삭제됨에 따라 템페스트의 부족한 완성도는 '에고 시스템이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에 의해 어느 정도 용서가 되는 긍정적 작용도 합니다.
소프트맥스측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에고 시스템이 도입
되고도 악평에 시달렸다면...??)
이렇게 시스템 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게임이지만, 템페스트의 BGM에 대해서는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게임의 분위기에 맞춰 보다 밝아진 곡들을 많이 삽입했고,
전작들에 비해 음악의 편곡 수준도 뛰어나졌죠. (멜로디라인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편곡 부분에선 템페스트의 BGM에서 다양성이 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오프닝과 엔딩의 보컬곡 삽입 또한 서풍과 차별화된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시리즈 최초로 '성우'음성을 삽입했다는 것이 그 특징인데요, 이는 전투시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이점을 갖게 해줍니다. (고급마법 시전시 중얼거리는 마법주문도
꽤 귀엽고 재밌었습니다. 이 역시 여성층과 저연령층에게 어필한 부분이죠.) 다만,
시나리오 이벤트 시에도 음성이 나와줬으면 했던 아쉬움이 있죠. 이 때문인지 창세기전3
에서는 엄청난 분량의 음성 삽입으로 그 아쉬움을 보상해줍니다. (이 부분 역시 평가가
엇갈리기는 합니다만..)
너무나도 유명한 템페스트의 '폭풍(tempest) 버그'는 한숨만 나올 뿐이니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ㅡ.ㅡ; patch의 보급이 비교적 발빠르게 이루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그로인해 소프트맥스의 이미지가 받은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었죠.
(이것도 차기 프로젝트인 '버그나깔았다'의 리콜 사태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여담으로, 컴퓨터상의 날짜를 2월14일이나 12월25일로 바꾸면 스타트 화면에 변화가
나타납니다. 발렌타인 데이의 경우 현재 호감도가 가장 높은 여성 캐릭터의 보너스
음성이 있는가 하면, 크리스마스에는 캐롤이 나오죠. 다른 날짜도 있다고 하던데 기억이
오래되어 잘 모르겠네요^^ (정품 패키지가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확인불가 ㅠ.ㅜ)
c. 스토리
자,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ㅡ.ㅡ; 서풍의 스타일을 계승했으나 보다 개선되어 적용된
수채화 같은 그래픽과, 토니씨의 일러스트를 활용한 꽃미남,녀 그림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작 팬들의 원성을 들었으나 여성층과 저연령층에겐 호평을 받은 복합장르 시스템과
단순한 전투 방식도 용서가 되지요. 그.러.나, 독립적인 시나리오로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
있을지 모르나 전작들의 탄탄한 시나리오를 완전히 박살내버린 템페스트의 스토리는
비난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우선, '창세기전'이라는 간판을 떼고 생각해 본다면 '템페스트'의 스토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작인 서풍의 광시곡이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원안으로 삼았다면, 템페스트는 너무나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안으로 삼았죠. (물론 이는 엔딩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이 주된 주인공의 스토리이니만큼..) 이는 앞서 계속 언급한
'여성유저'의 취향에도 부합했고, 외부 요인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소재는
비극임에도 익숙하기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터규'가와
'캐풀렛'가는 각각 창세기전 세계관의 '주신'과 '악신'의 대립으로 대치될 수 있기에
전작의 세계관을 적절히 이용한 성공적인 패스티쉬(pastiche)라 할 수 있겠죠. 더군다나
이는 창세기전2에서 국가의 대치에 의한 흑태자와 이올린의 비극적인 사랑과도 유사점이 있어
전작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습니다. ㅡ.ㅡ;;)
그러나 문제는 소재의 진부함과 엔딩의 전달 방식이었죠. 아무리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삼았다고는 하나, 가문(이라 하기엔 뭐하지만)간의 갈등에 의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소재는 참신할 것 없는 뻔한 이야기였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 내용을
설명조로 들려주니 감정이입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비단 엔딩 뿐 아니라 게임 자체의 스토리도 전작에 비해 단순한 구조로 전개되는데요,
이는 저연령층의 입맛에는 맞았으나, 전작의 치밀하고 심도있는 스토리와는 비교되어
팬들의 외면을 받아야 했습니다. 즉, 템페스트의 스토리라인은 새로운 유저층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요소가 분명 있었으나, 전작의 팬들에게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던거죠.
그러나 전작 팬들이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외전'으로서의 템페스트 자격 부족
이었습니다. 따로 놓고 보면 꽤 잘만들어진 롤플레잉 게임이지만, '창세기전'이라는
타이틀을 달만한 것은 아니라는 거였죠. 그럼 이번엔 다른 스토리는 배제하고,
창세기전의 후속작 역할로서의 템페스트 시나리오를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다시한번 상기시켜 드립니다만, 템페스트 시나리오 작가는 창세기전1,2
시나리오 작가분과 다릅니다.)
템페스트에서는 서풍의 광시곡에서 얼핏 언급한 '살아남은 일부 신들의 음모'가
밝혀집니다. 베라모드의 화신이 생존해 있으며, 궁극의 그리마 '앙그라마이뉴'로 인해
안타리아를 멸망시킬 계획을 갖고 있으니 그걸 막으라는 것이 주된 골자죠. 덧붙이자면
그걸 막을만한 힘을 지닌 자는 최강의 마장기 '아스모데우스'를 조종할 수 있는
'흑태자'였으나 이미 그는 죽고 없으니 아수라를 이어받은 샤른호스트에게 신들의
비장의 마장기인 '세라프'를 이용해서 그를 막으라는 것이었습니다.
(3에 의하면 이는 베라모드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비스바덴의 삽질인거죠..ㅡ.ㅡ;
뭐, 이것도 결국 아수라 프로젝트로 인한 세계 유지에 일조하는 셈이지만..)
어쨌든 여기서 제작자측이 노렸던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떠냐~! 끝난건 줄 알았던 베라모드의 음모는 끝나지 않았다~! 놀랍지?!'
그러나 이것은 전작의 팬들에겐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하기는 커녕 온갖 악평을 하게
만들었죠...ㅡ.ㅡ 2에 대한 리뷰를 하며 언급했습니다만, 흑태자와 베라모드의 싸움은
단순한 선악의 대립이 아닌 각자 '자신들의 세계'를 위해 싸운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항상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의 계획을 착착 실행해나가는 베라모드의 능력과
그의 카리스마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을 낳기도 했죠.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앙그라마이뉴로 안타리아를 멸망시키기 위한 음모였다니...
소프트맥스는 템페스트를 통해 '베라모드'를 '구차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세상을
굳이 멸망시키려는 비굴한 대악당'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2를 모르는 사람들이야 베라모드가 누군지도 잘 모르니 아무래도 상관 없었겠지만,
전작의 팬들에게 이는 악평을 들을만한 충분한 요인이 되는 셈이죠.
(실제로 템페스트가 발매된 지 얼마간 소프트맥스 홈페이지의 게시판은 전작 팬들의
원성으로 고역을 치뤄야 했습니다.) 2의 팬들 중 많은 분들은 창세기전2의 시나리오를
망쳐놨다는 이유로 창세기전3의 스토리에 반감을 가지시는데요, 엄밀히 말하자면
창세기전의 시나리오에 흠을 낸 것은 다름아닌 '템페스트'였던 겁니다.
3편은 이를 수습한 것에 불과하죠. 이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엄밀히 말하면
3편만큼 이를 잘 수습하기도 힘들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대악당 베라모드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 샤른호스트.... 여러분은 이런 뻔할 뻔자인 유치한 스토리의 게임이
'창세기전3'란 이름을 달고 나오는 걸 참을 수 있겠나요....?
어쨌든, 템페스트는 이처럼 서풍의 광시곡보다 더 노골적으로 후속작을 예고하며
그 막을 내리게 됩니다. 게이머들의 대작과 졸작이라는 극단적인 평가에 아직도 몸살을
앓으면서 말이죠.
<무도회에서의 이벤트. 동영상을 기대한건 욕심이었다..;;>
4. 창세기전3 파트1 (1999.12.15)
- 템페스트에 의해 고역을 치룬지 1년만인 1999년 12월,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의
정식 후속작'이라는 소프트를 발매하게 됩니다. 창세기전2가 종료된 시점부터 기획
되었다던 이 프로젝트는 외전에 의한 세계관 확립 덕으로 불가능할 것 같던 게임의
제작에 착수하여 기획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3년간의 준비(창세기전2가 발매
된지 3년만에 나왔습니다.) 과정이 필요했다고 당당하게 발표하면서도,
'물론, 외전의 발매로 인해 스토리나 설정이 상당부분 수정되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템페스트에서 하도 삽질을 많이 해놓았으니 열심히 수정했겠죠..
뭐, 얼마나 수정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정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스토리였을지,
저는 그게 더 궁금하군요 -ㅅ-;;)
이렇게 '창세기전2'의 스토리와 전투시스템을 계승하고, 아르케의 세계관과 베라모드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후속작으로 손색이 없을거라며 당당하게 내놓은 이 게임은,
템페스트로 실망한 전작 팬들의 신뢰를 회유하는 한편, 대작 RPG에 목말라하던
많은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되니, 그것이 바로 창세기전3 스토리 중 3개의
에피소드를 묶어 발매하게 된, '창세기전3 파트1'입니다.
a. 그래픽
오프닝 동영상부터, 그동안 창세기전 시리즈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인물등장'이 이루어지는가
하면 화려한 전투신을 연출하고 그동안의 오프닝보다 훨씬 긴 영상으로 게이머를 사로잡은
창세기전3 파트1(이하 파트1)은, 서풍과 템페스트를 통해 쌓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발휘합니다.
<창세기전 캐릭터의 3D동영상 데뷔>
특히 새로운 게임엔진(이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딱히 붙이지 않은것도 같군요. '마그나
카르타'의 경우엔 '아수라엔진'이라는 이름이었죠.)의 개발로 전작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졌죠. 얼핏 보면 서풍의 캐릭터 표현에 템페스트에서 개선된 광원효과
를 조화해 놓은 것 같아 재탕이라는 느낌도 들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보다 디테일한 표현에
성공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99년작(12월이긴 했지만;)임을 감안하면 동영상의 수준도
꽤나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무엇보다 3라는 간판을 달고 나왔기 때문인지, 전투
그래픽 면에서는 2의 업그레이드 판이라는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래픽 보다는
시스템 적인 면에서 더 두드러지지만, '2를 99년 판으로 리메이크하면 이런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만큼 전작과 비교하여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인다는 거죠.
(개인적인 느낌이나 기대의 차이에 의해 이 부분에 반대하시는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
소프트맥스의 이런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판단됩니다.)
또한, 게임의 일러스트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김형태'작가가 담당을 했는데요,
김형태 작가의 화려하고 분위기 있는 (그리고 뭔가 야릇하지만ㅡ.ㅡ;; 고급스러운)
그림체는 굳이 전작의 팬이 아니더라도 눈이 가게 만들었고, 창세기전3의 분위기에
어울리기도 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이후로 소프트맥스의 차기작인 마그나카르타와
플레이스테이션2로 발매된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 역시 김형태 작가가 일러스트를
담당하게 됩니다.) 또한 전작들과 다르게 일러스트가 캐릭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게임의 중간 중간 중요 부분에 스틸컷으로 CG가 나오는 등, 전작의 아쉬운 요소들을
개선하여 스토리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죠. (물론 대부분이 클리어스케치라
여전히 아쉬움은 남습니다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b. 시스템
소프트맥스측에 의하면 창세기전 시리즈와 외전시리즈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는 스토리
보다는 게임의 장르라고 합니다. 개인의 스토리가 아닌, 여러 국가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대하드라마형태로 풀어간 것도 1,2와 공통점이지만, 창세기전2와 흡사한 SRPG
장르를 택한 것이 창세기전3가 본 시리즈에 가깝다고 할만한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파트1의 시스템은 창세기전2를 기반으로 기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3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가 컸던지 파트1이 시도했던 전투시스템은
비판도 많이 받았죠. 대규모 전투를 보다 손쉽게 표현하기 위해 군단시스템을 사용하고,
마법에 의한 온도변화를 구현하는 등 여러가지로 신경을 쓰긴 했지만 별 의미가 없거나
게이머들에게 불편함만 끼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평가가 엇갈렸던 것은
'레벨업'의 개념을 없애고 도입한 '전직, 어빌리티 습득' 시스템인데요, 90여종의 직업에
따라 캐릭터의 육성에 대한 자유도를 높이고, 직업에 따른 어빌리티 습득 차이에 따라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등 재미있고 긍정적인 면도 있었으나 반면, 정리가 안된 듯한
어지러운 성장에 필수 어빌리티 미습득으로 인한 불편함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작인 '템페스트'의 심플함을 바랬던 유저라면 충분히 불평할만 하지요.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것은 정보습득과 작전회의를 통한 스토리 분기의 선택인데요,
좀 더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요소가 들어갔다면 좋았을거란 생각도 듭니다.
(만약 템페스트에서 삭제된 에고시스템이 도입되었다면 이 부분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또한 이 시스템은 2의 '피리어드 시스템'을 계승하여 확장시킨
것이었기에 전작의 느낌도 충분히 살리는 시스템이었고, 멀티엔딩이 아닌데도
게이머의 2,3차 플레이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방안이 되기도 했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물론, 스토리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고 전투의 양상이나 아군 캐릭터 습득의
차이를 보이는 정도였지만 게임의 자유도가 거의 없는 SRPG 장르로서는 꽤 괜찮은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죠.
파트1의 BGM은 전작들에 비해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소프트맥스의
게임 음악은 게이머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고, 이는 파트1이나 파트2도 마찬가지였지만
전작의 음악에 비교해 본다면 선뜻 손을 들어주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서풍이나 템페스트의 경우 각각의 시대 배경이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삽입하여
몰입도를 높였으나, 파트1은 이 부분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서로 다른 국가를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선곡은
에피소드에 따른 개성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죠.
이는 전작에서 왕국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음악들을 잘 삽입한 템페스트와 비교되어
더욱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파트1(파트2 역시)이 전작과 비교되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성우 음성'의 삽입
입니다. 물론, 이는 '템페스트'에서 먼저 선보인 것이긴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투 이외 이벤트상의 음성 삽입은 거의 없었죠. (낯간지러운 발키리아머 세인트 온이나
ㅡ.ㅡ;; 엔딩 정도 뿐..) 이에 따른 팬들의 부분적 실망에 오기가 생겼는지 소프트맥스는
3편에서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거의 다 성우 음성 처리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따라서 살라딘과 버몬트의 재회나 셰라자드의 죽음 등, 게이머에게 감동을 줘야하는
스토리의 감정이입이 보다 원활해졌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우 음성처리가
게임 진행속도를 늦추거나 2차 플레이시 불편함으로 작용하기도 하여 불만을 표하는
게이머도 있었습니다. (역시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는 힘든거겠죠.
개인적으로는 성우 음성처리에 박수를 보내지만, 옵션상에서 voice를 제거하는 기능
같은 것 정도는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담입니다만, 창세기전3 파트1과 파트2는 일본의 대표 RPG인 '파이널판타지'를 흉내
냈다는 오명을 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모 방송사 게임프로그램에서 리뷰 중 그런 발언을
했던 것인데요, 솔직히 근거없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같은 RPG이긴 해도
창세기전3는 SRPG인데, 공통점을 찾기도 힘들지 않나..ㅡ.ㅡ? 직업의 변화에 따른
어빌리티 습득 같은 것 때문에 그랬나...) 하지만 실상 이런 비교는 피해가기 힘든 것이,
뭐든 하나의 업적을 달성한 것의 후광 때문에 차후의 그 무엇이 일종의 저주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TGL사의 파랜드택틱스가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때 차후에 나오는
모든 SRPG는 '파랜드택틱스의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고, 지금은
전설이 된(그리고 일본 RPG게임의 아성으로 자리잡아 목표이자 비교 대상이 되는)
'파이널 판타지' 역시 3편의 히트로 이름을 날리기 전까진 '드래곤 퀘스트'의 후광에 가려져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 퀘스트의 아류'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c. 스토리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템페스트로 인한 전작 팬들의 원성은 생각 이상으로 컸습니다.
매력적인 악역 '베라모드'의 카리스마를 땅에 떨어뜨리는 한편, 시리즈상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흑태자'를 삽질한 멍청이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죠.
(수많은 캐릭터들이 희생하고 본인 역시 연인의 손에 죽었는데 그게 다 헛일?!)
따라서 그 모든 것들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창세기전3의 스토리가 어떻든,
'베라모드(앙그라마이뉴) vs 샤른호스트(세라프)의 보스전에서 샤른호스트의 승리에
따른 베라모드 음모 종결과, 다시 찾아온 안타리아의 평화'같은 만화동산 시나리오는
피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소프트맥스는 새로운 시나리오 작가의 힘을 빌리게 되는데요,
(잡지의 인터뷰로 알게 되었지만 오래전 일이라 성함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젊은 연령(그 당시;)의 여성작가'로, 파트1과 파트2의 시나리오를 담당하셨습니다.
아마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겠죠... 실망할대로 실망해버린 전작 팬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다 전작을 모르는 새로운 게이머도 신경써서 스토리를 써야 했을테니까요.
우선 전작의 간판을 떼고 파트1의 스토리를 생각해 본다면, 역시나 잘 만들어졌습니다.
연대표에 의해 전개되는 3가지 에피소드,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는 스토리의 접점,
이러한 시나리오의 특색있는 구성에 대해선 비판하시는 분이 거의 없을 정도죠.
무엇보다 전작의 탄탄한 세계관을 잘 이용하여 전쟁, 사랑, 희생, 형제애 등의 광범위한
소재를 잘 녹여낸 점도 호평을 받은 부분입니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각자의 매력을 잘 살렸고, 그에 따른 여러 서브 스토리들도 잘 구성하여 창세기전을 처음
접하는 게이머에게도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다루려다 보니 수습의 과정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다소 있었거든요. 셰라자드와 살라딘의 사랑은 전작들에 비해 그 과정이 잘 표현되지
않아 뜬금없다는 느낌도 들고(둘의 사랑이 싹틀만한 에피소드가 만병통치 꽃따러 가는 것
정도 뿐이니 뭔가 당위성이 부족합니다.), 사랑에 기간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마는(ㅡ.ㅡa),
그렇다고 해도 둘이 사랑을 나눈 기간이 차후에 나오는 '뫼비우스의 우주'를 운운하기에는
너무나도 짧아(실상 마음만 확인했을 뿐 연애라고는 하질 않았으니..)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또한 뜬금없는 셰라자드의 자살을 차후에 '숭고한 희생'이라고 거창하게
치켜세우기엔 뭔가 석연치도 않죠. (차라리 살라딘을 구하고 죽는다던가 하는 스토리로
나갔더라면... 굳이 자살이라는 소재를 이용할 것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급하게 사랑하고 급하게 이별한 살라딘과 셰라자드>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살라딘과 버몬트의 재회, 그리고 살라딘의 용서와 멋진
마무리 대사 '좋은 왕이 되어야 한다'.... 이 부분도 스틸컷의 활용과 성우의 음성 연기로
그나마 감정이입이 되어 다행이었지만, 솔직히 너무 급하게 수습한 느낌이 가시지 않습니다.
자신을 좋아했던 여자를 이용하고, 나라를 말아먹고, 형의 애인을 범하고, 심지어는 죽게
한 원인이 되는 등 온갖 난리는 다 쳐놓고는 피리 한곡 연주와 대사 한마디로 수습 OK!
라니... 아무래도 허무하죠...(차라리 파트2의 오프닝에 나오는 살라딘과 버몬트 전투의
동영상이 여기에 삽입되었더라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건지, 어차피 앙그라마이뉴로 사라질 것들 상관없다는 건지....
ㅡ.ㅡ;; 어쩌다보니 단점에 대한 언급이 많았군요. 하지만 이 역시 '창세기전3'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와 국산 RPG의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바람 때문이었겠죠.
앞서 언급드렸습니다만, 3개의 에피소드를 이용한 치밀한 구성과 연대식 전개는 매우
칭찬할만 했으며, 이는 파트2의 두가지 에피소드 역시 '서로 같은 연대식 전개'일 거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어 반전의 효과를 높이는 작용도 했으니 그 점은 대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번엔 창세기전'3'라는 이름의 역할 즉, 전체적인 시리즈에 영향을 주는 스토리에
대한 언급을 해보죠. 실상, 파트1에서는 템페스트의 시나리오를 수습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파트2에서 이루어지죠.) 대신 샤른호스트(철가면)가 비스바덴의 유지를 이어
베라모드의 화신을 찾기 위한 과정을 살짝 그리고(모두 삽질), 살라딘과 버몬트의
스토리를 급수습한 이후 라이트블링거 멤버 구성과 앙그라마이뉴를 막으러 가는 것이
전부죠. 그리고 우려했던 결말인 대악당 베라모드를 물리치는 정의의 사도 철가면의
엔딩은 피하며, 앙그라마이뉴 저지는 실패하고 차선책으로 남은 인원이 아르케로 떠나는
것으로 파트1은 막을 내립니다.(일명, 샤른호스트의 음모 ㅡ.ㅡ;; 자신이 죽더라도
베라모드를 막겠다는 그의 음모는 끝나지 않았...) '여기가 아르케인가?'라는 다소
미흡한 마지막으로 게임을 끝냈기에 비판도 받았으나, 이는 '파트1'이라는 이름으로
무마해내는데 성공했죠.
이렇게, 창세기전 시리즈의 정식 본전 후속작 '창세기전3 파트1'은 템페스트에서 팬들이
우려했던 시나리오 전개를 피해 의문과 기대를 동시에 갖게하는 한편, 큰 스케일의
다양한 스토리 구성으로 독자적인 RPG로서의 성공을 이루어내며 창세기전 시리즈의
엔딩을 향한 중요한 다리를 놓아주게 됩니다. 물론, 파트2의 제작을 미리 예고하여
기존의 팬들 역시 파트1만 플레이 하고서는 전체적 시나리오에 대한 비판을 함부로 할 수
없었기에 소프트맥스는 악평에 시달리지 않는 1년의 제작기간을 벌게 되죠.
<뜬금없이 등장했었던 커플. 이들도 소맥의 커플 갈라놓기 프로젝트에 의해 안녕을 고한다.>
4. 창세기전3 파트2 (2000.12.22)
- 소프트맥스는 역시 1년이 지난 후 '시리즈 최초의 네트워크 플레이 시스템 지원',
'국내 최초의 DVD 게임 타이틀'(물론 CD판도 있습니다.), '자사 대표작의 완결판'
이라는 여러 수식을 붙인 SRPG를 발매합니다. 이는, 그간 기다린 팬들과, 역시나
대작 RPG를 기다리던 여러 게이머들에게는 희소식인 한편, 국산 RPG의 전설이 된
창세기전 시리즈의 고별을 알리는 안타까운 소식이기도 했는데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고 이슈가 된 '창세기전'의 마지막을 알리는
이 게임이, 바로 완결판, '창세기전3 파트2'입니다.
a. 그래픽
창세기전3 파트2(이하 파트2)의 그래픽은 그간 창세기전 시리즈가 보여줬던 1년간의
발전이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파트1의 그래픽을 계승하여 배경과 인물의 조화
부분에서 약간 신경을 쓰고 광원효과에 조금 더 발전을 보인 정도 뿐, 감탄할 정도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죠. 이 부분에서 소프트맥스의 뛰어난 전략이 엿보이는
데요, 바로 창세기전3의 시리즈를 파트1과 파트2라는 이름으로 나누어 발매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파트1에서 보여준 미미한 결말에 대한 평가를 유보시키는 한편,
파트2가 개별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파트1과 함께한 것이라는 것을 게이머에게 상기시켜
그래픽이나 시스템 상의 커다란 변화가 없어도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한다는 것을
노린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파트1이 '창세기전3'라는 이름을 하고, 파트2가 '창세기전 4'
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다면 파트2가 보여준, 파트1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그래픽과
시스템 상의 유사점은 여러 게이머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겁니다.
이 덕분에 파트2는 파트1의 시스템과 그래픽을 계승하여 쉽게 테두리를 갖추는 한편
약간의 개선과 단점의 보완 만으로도 충분한 플러스 효과를 얻게 된 것이죠.
(툴을 이미 갖추었으니 1년이란 제작기간 동안, 그래픽과 시스템 부분에서 크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파트2의 그래픽은 파트1의 그래픽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그렇다고 발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배경과의 이질감 축소나 광원효과를 신경쓴 것이
그것이고, 동영상도 전작에 비해 많은 양이 삽입되었고 발전도 있었죠. 특히 일부 필살기나
마법의 경우 고해상도의 동영상 도입(이 부분은 템페스트를 생각나게 합니다.)으로 차별을
두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동영상이 조금 긴데다 후반에는 지루해져서 스킵 기능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일러스트 부분은 파트1과 동일하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전작에 비해 늘어난 스틸컷과
게임 몰입을 돕는 적재적소의 배치 정도가 장점이 되겠네요. (동영상도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만족해야 겠습니다^^)
b. 시스템
그래픽 부분에서 언급 드렸다시피 시스템 면에서도 파트2는 파트1과 유사합니다. 다만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 개선되었는데요, 우선 맵의 영역표시를 폴리곤
형식으로 바꾸어 전작의 별 의미없던 '고저차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을 해소했죠.
전작에서 평가가 갈렸던 용병고용에 따른 '군단 시스템'도 '차기 리더 시스템'을 통해
리더가 죽을 경우 군단이 해체되어 발생했던 게임 진행 속도의 저하를 해소했으며,
진형 유지 이동이라던가 가상 좌표 커서 시스템 등으로 좀 더 개선된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파트2의 전투화면. 파트1과 거의 흡사하다.>
평가가 엇갈리는 Soul 시스템의 경우 서풍의 광시곡의 XP를 개선시킨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 (수치가 공격력 등의 스테이터스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나, 공격이나
데미지를 입는 것 등으로 수치가 상승하는 부분, 고급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
된다는 점이 유사합니다.) 이는 TP 시스템과 함께 맞물려 파트2 만의 독자적인 전투
시스템 구축에 기여했으나 밸런스의 문제 때문에 장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전작에서 사용된 성장 방식을 개선시킨 '체질과 스타일에 따른 어빌리티 습득'
시스템도, 정석이 되는 육성 방식이 존재하는데다(설사 정석이 있더라도 다른 육성
방식에 비해 커다란 밸런스 차이가 없었다면 문제는 안되었을 겁니다.) 사용할 만한
어빌리티가 한정되어 있어 단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레벨업으로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 보통인 SRPG의 특성을 고려해본다면 이 시스템은 분명 색다른
재미를 주었고 육성에 자유도를 부여하였기에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토리와 함께 SRPG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전투'의 부분에서 난이도 밸런스
조정의 미숙으로 인해 여러번 패치를 해야했던 것은 아직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있죠.
(특히 파트2의 난이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서로 다른 의견들을 보이고 있는데,
패치 이전, 이후가 어떻건 간에 SRPG가 전투 밸런스로 인해 여러번 패치를 한다는
것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비판의 여지를 남기기엔 충분했습니다. 안타까운 부분이죠.)
무엇보다 제가 높게 평가하는 것은 '챕터 인터페이스'인 'MOSES 시스템'인데요,
이는 항성간을 오가야 하는 대책없는 스케일의 월드맵(?)에 대한 우려를 손쉽게
종식시킨 멋진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컴퓨터 시스템과
유사하여 마치 플레이어가 직접 다루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안드로메다 얘기(-ㅅ-;)를
다루는 파트2의 미래적 세계관과 어울리기도 했죠. 시뮬레이션 게임의 요소를 파트2
세계관에 잘 이용한 성공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발매 당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던 '네트워크 플레이 시스템' 역시 장점으로
인정되며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게임의 끝을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파고들기' 요소로
작용하여 위로해 주었기 때문이죠. 물론, 부족한 점도 많이 있었지만 파트2가 '온라인
게임'이 아닌 '패키지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비스로서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파트2에서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BGM'입니다.
물론 파트2의 BGM도 나쁘진 않습니다. 파트1에 비해서 세계관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잘 삽입했고, 전자음을 잘 활용하여 편곡에도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이죠.
문제는 역시 '비교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BGM 쪽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템페스트나 그 이전의 작품들과도 비교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같은 시기에 발매된
라이벌 '손노리'사의 야심작 '악튜러스'의 BGM 때문이었죠. 악튜러스는 게임음악으로
유명한 'Sound TeMP'의 힘을 빌려 100여곡의 음악을 삽입하는 등 음악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따라서 파트2의 BGM은 괜찮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악튜러스와 비교되어
호평을 받지 못했죠. (Sound TeMP는 게임관련 음악을 만드는 회사로 이스2스페셜,
레이디안, 나르실리온,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의 게임 음악을 담당한, 명실상부 국내 게임
음악 최고의 팀입니다. 참고로, 가수에 대한 부분은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악튜러스'를 좋지 않게 보는 게이머도 음악에 대한 부분먄큼은
함부로 태클을 걸지 못합니다.)
c. 스토리
파트1의 리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파트2의 시나리오 역시 창세기전3를 담당한 새로운
시나리오 작가인 '젊은 연령(그당시;)의 여성작가' 분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용한, 비교적 독립적인 시나리오로 구성된(즉, 전작을
모르더라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파트1과는 달리, 파트2는 시리즈의 완결편이니
만큼 외전의 게임들에서 계속 언급했던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야 했는데요, 따라서
기본적으로 '전작을 모르는 새로운 게이머'들에게는 어필하기 힘들다는 패널티를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창세기전2를 플레이 해보지 않으셨거나,
그에 대한 정보가 없으신 게이머들은 이해하기 힘들며 따라서 커다란 감흥도 없죠.)
게다가 템페스트가 엎지른 물을 어떻게든 주워담아야 했으니(ㅡ.ㅡ;) 완결편이면서도
파트2의 시나리오가 끌어안고 있는 불안 요소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죠.
특히나 템페스트를 통해 망쳐놓았던 베라모드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물론, 이 외에도 수습해야 할 것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나
템페스트를 통해 2의 팬들에게서 원성을 들은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이러한 점이었기에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였죠.) 그럼,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잠시 미뤄두고 '창세기전'
간판을 떼어놓고 스토리를 살펴볼까요?
역시나, 잘 만들어졌습니다. 파트1의 에피소드 구성을 이용하여 에피소드4와 5가 동시에
일어날 것이란 판단을 하게 만들어 반전의 효과를 높이는 한편, 전작을 모르는 팬들을 위해
크리스티앙과 죠안의 슬픈 이야기라던지 아슈레이의 고뇌, 살라딘에 대한 엠블라의 집착 등
다양한 서브 스토리를 넣어 스토리가 생명인 RPG의 매력을 잘 살려내죠. (엔딩에 이르러
크리스티앙과 데미안의 스토리까지 추가해 파트1에서 소재로 사용했던 '형제애'로 적절히
엔딩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점도 훌륭했습니다.) 특히, 파트1은 예측 못했던 '반전'이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하는데요, 이 부분에서 제가 가장 높이사는 부분은 '크로스 인카운터'
챕터입니다. 스토리가 하이라이트로 치닫고, 인물들의 갈등이 적절히 가속화 되는 부분에서
파트2는 이 전투를 통해 복선을 깔고 일부 반전의 힌트를 제공하는데요, SRPG의 특징인
'전투'를 이용해 이러한 연출을 해낸 것은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전투가 진행
됨에 따라 에피소드간의 시대적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니, 가만히 마우스를 클릭하며
대사를 읽는 것보다 그 효과가 더 큰 것이죠. 이는, '게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연출력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면, 템페스트를 수습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앙그라마이뉴'의 진실을 살라딘이 알게되는 부분은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어 임팩트가
약했죠. '실은 리치가 안타리아였다'라는 것을 알게되는 부분은 앙그라마이뉴의 진실이
밝혀지는 도입부로 사용되기에는 괜찮았으나, 그 후 알려지게 되는 부분이 데이모스와
닥터K의 지루한 설명으로 이루어졌으니 아무래도 아쉬웠습니다. 실상 이전의 세계관을
뒤흔드는 내용인데다 복잡한 설정이었기에 그렇게 설명하는 방법 이외에는 힘들었겠지만,
게이머가 박사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ㅡ.ㅡ;;
(살라딘이 리치가 안타리아라는 것에 놀라는 부분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듯
한데, 살라딘이 놀라는 이유는 리치라는 미개 행성이 안타리아라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ㅅ-a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2에서의 흑태자와 베라모드의 대립 이유는 안타리아=아르케,
시간 이동을 하게될 경우 발생하는 평행세계에 의한 시간선의 붕괴에 따른 현세계의 파괴
가 그 이유였죠. 다시말해, '안타리아=아르케'라는 등식이 성립해야만, 베라모드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 원인이 있는 것이고, 흑태자가 그를 막아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3에 의하면 안타리아=리치 즉, 안타리아=아르케 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으므로 (2에서의)베라모드의 목적이 '아르케를 구하고 싶기 때문이다'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어쨌든, 파트2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스토리도 짜임새있게 만들어져 RPG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특히 크리스티앙에게 걱정을 안 끼치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뒤
사랑을 고백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죠안의 마지막 모습이나, 살라딘에 대한 집착으로 Doll
들을 파괴하고 결국 베라모드에 대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모두 품게되는 엠블라의 감정처리는
여성 시나리오 작가였기에 가능했을 법한 섬세한 구상이었죠.
<파트2의 최종보스, 미청년 아슈레이>
그럼 이번에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완결판'으로서의 파트2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역시나 전작들을 고려한 팬서비스 차원의 요소가 몇몇 깔려있습니다. (이는 스토리와는
크게 관계 없으나, 일단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에피소드4 중반 살라딘이
'아지다하카 전법'을 구상하여 아델룬들을 물먹이는 모습은, 마치 '사선대형'을 이용하여
전쟁의 승기를 잡은 흑태자의 모습을 회상하게 하죠. 또한 시리즈 내내 명실공히 최강의
기술로 군림하는 '아수라파천무'에서 나타나는 흑태자의 모습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발매 이후 줄곧 '누구일까?'하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요, 소프트
맥스측에서 '흑태자'라 발표하여 그 의문을 해소시켰습니다. 이에 대해, 정영희 사장이
발표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원 중 누군가 발표해 버리는 바람에 혼이 많이 났다는 에피소드
도 있긴 합니다만..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ㅡ.ㅡ;; 실상 꽤 잘 그려놓은 것 같습니다.
흑태자 같기도 하고, 시라노 같기도 하며, 얼핏 보면 산발한 클라우제비츠;;같기도 해서
마치 전시리즈 아수라 소유자에 대한 복합 이미지의 느낌이 나게 잘 그렸죠. 나쁘게 말하면
참으로 애매하게...ㅡ.ㅡ;)
그리고 파트2에서 그 주제가 되는(그리고 팬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뫼비우스의 우주'.
'실은 살라딘(+셰라자드)이 베라모드였고, 앙그라마이뉴는 안타리아의 멸망이 목적이 아닌
뫼비우스의 우주를 연결하여 세계를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라는 것이 파트2
가 밝히는 창세기전의 진실이죠. 창세기전2의 팬분들이 이러한 결말을 대부분 싫어라
하십니다만, 템페스트가 망쳐놓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본다면 정말 잘 수습해 놓았습니다.
(셰라프를 타고 앙그라마이뉴를 물리쳐 세계를 구하는 '모여라 꿈동산' 시나리오 보다야
백배 낫지요 ㅡ.ㅡ;) 문제는 그 2의 세계와 이어버리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오류들.
그리고 망쳐놓은 베라모드의 이미지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해 버린 '베라모드의 과도한
주인공화'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결국 대악당은 아니었기에 템페스트의 베라모드를
어느정도 수습해 놓긴 했습니다만, 그 때문에 '흑태자'를 '최종 보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죠. ('뫼비우스의 우주'에 의하면, 흑태자는 진실을 모른채 우리의 주인공 베라모드와
대적하고 -ㅅ-a 결국 연인의 손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 최강 비운의 캐릭터가 되버린 것입니다.
2만 보고 생각한다면 세상이라도 구했지, 3와 이어 생각한다면 완전히 이용만 당한 꼴이죠.
그 또한 어거지로 끼워 맞춘다면 아수라 프로젝트에 일조한 셈입니다만, 결국은 흑태자는
진실을 몰랐던 것이니 그의 신념이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스토리의 파격적인 연결은 템페스트에서 발생한 시나리오 박살 프로젝트를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2의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릴레이 시나리오인 것을 감안하면 참 잘 완성시켰습니다.
특히 작가분에게 창세기전2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시나리오였죠.
란(비스바덴)이 여동생(루시엔)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베라모드에 대한 악감정
으로 그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는 설정이나, 마리아(디아블로)와 유진(유스타시아)에게
데미안의 유지가 이어져 2에서 서풍에 이르기까지 베라모드를 도와 계획을 진행시킨다는
설정이 바로 그 예입니다. 전작에 대해 모르고서야 그런 설정을 할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2의 매니아 분들도 3의 스토리를 너그럽게 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템페스트의 삽질을 이만큼 잘 수습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RPG의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주인공의 세계 구하기 시나리오'가 이처럼 심오하고
치밀하게 전 시리즈를 아우르며 전개된 게임도 드물죠. 그렇게 생각한다면 파트2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조금은 아껴도 되지 않을까요^^?
어쨌든 앙그라마이뉴와 스팬터마이뉴라는 거창한 설정과 함께 파트2의 또다른 주제가
되는 '살라딘과 셰라자드의 사랑'은, 돌고 도는 세상 속에서 발생하게 될 또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당신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대사와 함께 창세기전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연인들로 대표되는 두 남녀의
수줍은 만남을 그 끝으로 말이죠.
<글을 마치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관적인 성격을 벗어날 수 없기에 공감하시는 부분도,
반감을 가지시는 부분도 있겠죠. 물론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에 대한 평가도 게이머마다
다르기에 명작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졸작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하나의 게임을 놓고 대작이다, 명작이다, 졸작이다 라는 평가를 내리는 기준은 결국, 자신의
잣대로 인한 것일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의 경우엔 위의 리뷰를 읽어보시면 아시다시피
장점만 들먹이며 찬양하는 것도, 반대로 단점만을 들먹이며 욕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게임은 문학이나 예술작품이 아니며, 상업적인 요소가 강한 '오락'임을 말씀해
드리고 싶군요. 그리고 '오락'의 목적이 '재미와 즐거움의 제공'이라고 한다면,
정품의 구입과 그에 따라 요구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으므로
저에게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은 충분한 명작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패키지 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PC로는 더이상 이런 게임을 접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사뭇 안타깝네요.
다시한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마칩니다. ^^
<10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흑태자, 일명 태자마마;
그만큼 2에서 보여준 그의 포스는 강력했다...>